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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국내] ‘서울대 출신 천재는 가라’... 한국 자수성가 공식 바뀐다
90년대 IT벤처 창업붐 이끈 주역들…대부분 SKY 출신 프로그래머 주류…이해진·김택진 등 천재들의 세상

2000년대부터 창업 성공 공식 깨져…유형자산 아닌 무형 콘텐츠가 대세
위메이드 박관호 · 골프존 김영찬 등…자유로운 사고로 새로운 富 창출




[특별취재팀] ‘엔터프리너(Entrepreneur)’는 단순히 돈을 벌려고 창업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모험적인 사업가의 뜻을 담고 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의적 발상이 기업가 정신에 필요하다는 철학을 담은 셈이다.

현재 상장 주식 보유규모만을 기준으로 꼽은 국내 주식 부호 100인 가운데 창업 부호는 단 19명. 1970년대 경제개발단계부터 현재까지 부호 자리에 오른 창업가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1970년 창업한 한샘, 아파트 건설 붐에 성장 날개=경제개발계획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는 6명의 맨손부자가 탄생했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42위ㆍ4212억원)이 1970년에 회사 문을 열었고, 3년 후인 1973년에는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49위ㆍ3607억원)과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55위ㆍ3275억원)이 창업에 나섰다. 당시는 도로를 닦고 집과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기 시작할 때였다. 

가구회사 한샘은 아파트 건설 붐이 일면서 성장에 속도를 붙였다. 무역이 강조되면서 유통(영원무역, 락앤락)업도 자수성가 부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넥센타이어, 성우하이텍 등 국내와 일본 등지로 수출 가능한 자동차 부품주도 이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80~90년대까지 고성장기를 겪으면서 실패를 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 강병중 회장은 창업 당시 타이어에 들어가는 고무 튜브의 일본 수출을 추진하다 품질 저하로 쓴맛을 본 바 있다. 이후 그는 ‘연구 개발’만큼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90년대 현 넥센타이어를 인수하며 사세 확장에 날개를 달았다.

▶1990년대, 서울대 나온 모범생 천재들의 세상=100대 주식부호 가운데 80년대 창업한 회사는 1989년 창업한 이오테크닉스가 유일하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LG전자를 다니던 성규동 사장이 창업한 이 회사는 반도체에 레이저로 제조회사의 로고나 상표를 새기는 마킹 장비 업체로 이 분야 세계 1위 기술력을 갖고 있다.

성 사장을 비롯해 90년대 IT 벤처 창업 붐을 이끈 이들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우등생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들이다.

1992년에는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28위ㆍ3705억원)이 창업에 나섰고, 1995년에는 이재웅 씨(85위ㆍ2147억원)가 포털사이트 다음을 선보였다.


국내 첫 인터넷 쇼핑몰인 인터파크의 등장도 이때 이뤄졌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78위ㆍ2378억원)은 1996년 회사를 설립했다.

1997년부터 3년간은 서울대 공대 출신 천재들이 IT업계를 휘저었다. 대학 2학년 때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아래아한글을 프로그래밍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43위ㆍ3906억원)는 리니지 신화를 거쳐 현재도 게임 프로그래밍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역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이해진 네이버 의장(12위ㆍ1조2737억원)과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17위ㆍ1조7017억원)은 1999년 네이버를 설립하고 곧 이어 한게임을 인수하며, 국내 포털사이트 1위에 등극하게 된다. 


▶2000년대 새로운 발상이 부호 만든다= 2000년대에는 서울대 출신 천재들의 창업 성공 공식이 깨졌다. 그보다 무언가에 푹 빠진, 남과 다른 콘텐츠를 지난 창업부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 창업한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62위ㆍ2950억원)은 국민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컴퓨터 동아리 활동에 미쳐 있었다. 학과 공부는 동아리보다도 뒷전이었다. 그가 아직 학생이던 1995년 학교 앞 까페에서 하던 게임 이야기를 듣고 까페 주인이 5000만원을 투자해 1996년 액토즈소프트를 세운 창업 스토리는 업계 전설이다.

은퇴 후를 고민하다 좋아하는 골프를 창업에 접목해 탄생한 골프존은 김영찬(183위ㆍ1066억원), 김원일 부자(68위ㆍ2715억원)가 창업때 나란히 대표와 기술팀 직원을 맡은 가족기업이었다. 초보자들이 필드에서 헤매는 모습을 보며 시뮬레이션을 생각한 게 자수성가 신화의 첫걸음이었다. 

헬스케어/바이오 회사인 씨젠과 내츄럴엔도텍도 제약사 일변도인 전통 바이오 창업주와는 거리가 있다. 씨젠은 유전자 벤처회사고, 내츄럴엔도텍은 건강식품을 만들어 파는 곳이다. 바이오 업종 가운데서도 신 사업인 셈이다. 

최근 창업한 이들 4인방이 모두 사회 주류로 꼽히는 SKY출신이 아닌 것도 눈길을 끈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건국대에서 학부를,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는 서강대에서 학부를 나왔다. 김영찬 대표는 홍익대 출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할 점은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바이오벤처 등 이들 신 사업이 반도체나 자동차, 식음료나 의류와 같은 유형자산에 투자하는 사업이 아닌 무형 콘텐츠에 대한 산업이라는 데 있다. ‘틀에 얽매지 않은 사고’가 창업 기반이 된 셈이다.

특히 IT기술에 즐거움을 결합한 ‘IT여가생활’ 위메이드나 골프존 같은 새로운 콘텐츠의 탄생과 성공은, 앞으로도 ‘콘텐츠’가 미래의 부호 탄생을 가늠하는 기준선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엔터프리너의 의미와도 맞닿아있기도 하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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