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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미식가 회장님 입맛 담은 레스토랑…
프렌치레스토랑·수제맥주집…
재계 2~4세 외식 진출 활발
유학·출장때 접한 해외 맛집
국내소비자에게도 맛볼 기회

오너가 자녀들 취미·관심사
사업으로 연결 만족도 높아
변화무쌍 외식 소비 트렌드
베거백·카후나빌 등은 ‘철수’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
얼마 전 배우 이정재 씨와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 장녀인 임세령 씨가 즐겨찾는 레스토랑으로 소개된 ‘메종 드라 카테고리’. 이 식당은 임씨가 서울 청담동의 본인 소유 건물 1, 2층에 문을 연 최신 유행의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최근 찾아간 이 식당의 내부는 대리석 바닥을 비롯해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전면 통유리 디자인으로 세련된 외관을 자랑했다. 푸아그라가 함께 나오는 버거, 버섯 리조또 등 호평을 받는 메뉴가 많았다. 


카페와 식당의 중간쯤 되는 이곳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단품주문도 가능해 평일 낮에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여느 레스토랑과는 조금 다르게 세세한 부분까지 챙긴다. 식전 빵은 수분방지차원에서 종이 봉투에 담겨 나온다.

재계 2∼4세들의 외식사업 진출이 활발하다. 이들은 외국 유학 때 접한 해외 유명 레스토랑 브랜드를 토대로 국내 외식업계를 이끌고 있다. 검증된 아이템을 들고 들어와 ‘트렌드세터’(Trend Setterㆍ유행 창조자)가 되려 한다.

이런 식당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해외 요리를 맛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너무 쉽게 돈을 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관심이 집중된 메종 드라 카테고리도 임씨의 세 번째 외식업 도전이다.


▶재계 오너 취향이 외식산업으로=출장이 잦은 재계 회장이나 유학 경험이 있는 재벌가 자녀 누구나 자신의 기호에 맞는 해외 단골 맛집이 있다. 이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식당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오너가의 까다로운 입맛을 반영한 만큼 국내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차남 채동석 부회장은 출장 때마다 일본 후쿠오카의 돈코츠식 라멘집 ‘잇푸도’를 자주 찾다 2011년 아예 국내로 들여왔다. 신사동 잇푸도를 자주 찾는 채 부회장은 육수에 된장, 계란반숙, 돼지고기 등을 더한 ‘카라카멘’을 즐겨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 부회장은 또 일본식 카레 전문 레스토랑인 ‘도쿄하야시 라이스클럽’도 국내로 들여왔다.

신동원 농심그룹 부회장도 일본 카레 마니아다. 일본에서 눈여겨본 정통 일본식 카레식당 ‘코코이찌방야’를 들여와 운영하고 있다.

미국 유학시절 즐기던 스타벅스를 국내에 들여온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재계 미식가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데블스도어’라는 이름의 수제 맥주 전문점을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에 개장했다. 맥주 발효조가 내부에 설치돼 고객들이 양조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도록 하는 등 국내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세심한 인테리어로 주목받고 있다.

남충우 전 타워호텔 회장의 장녀인 남수정 썬앳푸드 대표는 미국 유학 중에 ‘토니로마스’ 브랜드를 접하고 귀국 후인 1995년 국내에 들여와 미국식 립(갈비)으로 업계 반향을 일으켰다. 남 대표는 미국계 레스토랑 토니로마스 등을 운영한 경험으로 2008년 자체 개발한 브랜드(매드포갈릭)를 한국 외식업계 최초로 외국에 수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토니로마스는 한국 진출 19년 만인 지난해 모든 매장이 철수했다. 


경인전자 김효조 회장의 장남인 김성완 스무디킹 대표도 미국 유학 중 즐겨 마시던 스무디를 국내에 들여와 스무디 열풍을 일으켰다. 2012년에는 미국에 있는 스무디킹 본사를 인수한 후 싱가포르 등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귀뚜라미그룹 최진민 회장의 딸인 최민경 씨는 카페형 레스토랑 ‘닥터로빈’을 이끌고 있다. 닥터로빈은 저칼로리 다이어트 아이스크림과 커피 등 무가당 디저트를 선보이는 미국 유명 프랜차이즈다.

▶유가공업계의 두 외식형제=유가공업계의 라이벌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주력 상품구조 등 공통점이 많다. 최근 두 업체 2세 형제들의 외식업계 진출이 눈에 띈다.

고(故)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의 장남 김정완 회장은 재계에서 미식가로 통한다. 기회가 날 때마다 해외 유명 맛집을 찾아 다닌다. 외국 출장길에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 먹기 싫은 음식도 일부러 먹어보고 맛을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2009년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근처에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를 개점했다. 일본의 스타 요리사 살바토레 쿠오모가 개발해 인기를 끈 레스토랑 브랜드를 들여온 것이다. 이탈리아 나폴리 스타일로 비교적 비싸지 않은 이곳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계 최고경영자들이 즐겨찾는 식당이다.

커피 사업에도 관심을 둔 그는 2009년에는 세계적인 바리스타 폴 바셋의 이름을 딴 커피전문점을 열었다. 폴 바셋이 고른 원두만 쓰는 ‘폴 바셋’은 김 회장이 1년간 준비한 끝에 탄생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의 동생인 김정민 제로투세븐(매일유업 자회사) 대표이사도 청담동에 커피 전문점 ‘루소랩’을 내고 바리스타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가 이끄는 매일유업의 유아용품 기업 ‘제로투세븐’은 중고가 영ㆍ유아복 브랜드다.


남양유업 오너가 형제는 매일유업 형제에 앞서 외식업에 진출했다. 고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 홍원식 회장은 2001년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 치프리아니’ 논현 본점을 열며 외식사업 시장에 진출했다. 그가 외식 사업을 추진한 이유는 치즈ㆍ버터 등 자사의 제품으로 요리를 만들어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였다.

홍 회장의 동생인 홍명식 남양유업 사장 역시 외식업에 관심이 많다. 미국에서 MBA를 마친 뒤 1987년부터 JP모건체이스은행에서 12년 동안 근무한 홍 사장은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 2000년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회전 초밥 전문점 ‘사까나야’를 서초동과 광화문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2010년까지 퓨전 레스토랑 ‘미세스 마이’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다. 홍 사장은 레스토랑 창업에 앞서 베트남 쌀국수를 배우기 위해 식당 주방에서 몇 달간 조리 수련을 거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문성 없는 사업은 폐업=해외 외식 문화를 자주 접한 재벌가 자녀들은 창업 아이템으로 외식업을 선호한다. 오너가 자녀의 취미 및 관심사가 사업으로 이어진 만큼 자기만족도 높다. 하지만 임대료가 비싼 강남 금싸라기땅에 매장을 열고 고급 인테리어만 고집해 적자에 시달리기도 한다. 국내 외식 소비패턴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도 고전하는 원인 중 하나다.

고 서홍송 대명그룹 창업주의 아들 서준혁 대명홀딩스 사장이 2009년 서울 강남역 인근에 시작했던 떡볶이 전문점 ‘베거백’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라는 비난을 받다가 매출 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당시 한국인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즐기는 떡볶이 요리를 고급화ㆍ다양화한 베거백 브랜드로 해외 진출도 하겠다면서 사업을 벌였다. 대명그룹은 대명리조트와 비발디파크를 보유한 리조트기업이다.

명동 최초의 호텔인 사보이호텔을 세운 고 조준호 회장의 손자인 조현식 사보이호텔 대표는 2002년 미국에 본사를 둔 테마 레스토랑 ‘카후나빌’을 국내에 들여왔다. 카후나빌은 2005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하는 등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지만 2008년 돌연 매각된 후 불경기 등으로 다음해 폐업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씨가 2010년 말 ‘블리스’라는 회사를 만들어 운영했던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은 재벌빵집 논란으로 지분 모두가 매일유업 등에 매각됐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차녀인 장씨는 롯데백화점과 백화점 등에서 활동하다 2010년 11월 와인 수입 등의 사업을 하는 블리스를 설립한 바 있다.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차녀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운영해 온 외식사업 베니건스는 2010년 문구 회사인 바른손에 매각됐고, 유기농 전문 퓨전 외식 브랜드인 ‘마켓오’의 사업도 매장 수를 줄였다. 이 부회장은 2000년대 초 오리온그룹 외식계열사인 롸이즈온을 통해 베니건스를 국내로 들여와 패밀리레스토랑 열풍을 이끌었다.

mss@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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