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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여전히 정주영” …창업자 세대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존경받는 기업가’
- 심층설문 결과 10명 중 6명 “좋게 보는 한국 부자 있다…창업주 선호”
- 21세기 IT창업주 보다 20세기 ‘굴뚝산업’ 창업자 호감
- 국내 부자 싫은 이유 “불법 저질러…사회에 도움 안 돼”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한국인 부자’를 보는 대중의 시선은 비(非)호감보다는 호감에 가까웠다. 이들은 상속재벌보단 창업가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새로 등장한 ‘인터넷 창업가’는 20세기 굴뚝산업 창업주를 아직 넘어서지 못했다. 비리를 일삼는 ‘나쁜부자’에 대한 차가운 시선도 여전했다.

▶ 10명 중 6명 ‘존경하는 부자 있다…금수저는 별로’ = 헤럴드경제 슈퍼리치섹션은 지난 7일부터 21일까지 독자 227명을 대상으로 ‘존경하는 한국의 슈퍼리치’와 관련한 심층설문을 실시했다. 여기서 존경의 뜻은 “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한다”는 사전적 의미와 정확히 같진 않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오히려 그들이 부자(富者)가 된 과정과, 부자로서 보인 행태의 평가 결과를 대중의 ‘존경 여부’로 나타낸 것에 가깝다. 설문 결과는 일반적인 부자인식조사와 다소 다르게 나왔다.

우선 응답자 60.4%는 존경하는 한국인 슈퍼리치가 ‘있다’고 답했다. 없다고 응답한 이는 39.6%로 집계됐다. 10명 중 6명은 좋게 평가할 만한 한국인 부자가 ‘있다’고 인식한 셈이다.


존경하는 부자가 있다고 답한 60.4%의 응답자는 소위 ‘금수저’로 대변되는 재벌 2ㆍ3세 상속자보단 재벌가 1세대 창업자나 최근 유명해진 부자, 그리고 사회공헌으로 이름을 알린 이를 선호했다.

이는 설문 참여자가 복수응답(최대 3명)으로 고른 부자들의 ‘득표율’로 드러났다. 득표율 상위 10명 가운데 회사를 일으킨 창업자나 사회운동에 평생을 바친 부자는 6명이었다. 평균 18.5%의 지지표를 얻었다.

반면 재벌 2세 등 상속부자는 4명이 10위권에 들었다. 이들의 평균 득표율은 14.7%로 집계됐다.

응답자들은 자신이 선호한 부자들을 대체로 좋게 평가했다. 1∼5점으로 점수를매겨 선호도를 물었다. 참여자 35.8%는 4점을 매겼다. ‘매우 존경한다. 흠 잡을 데 없다’는 의미로 5점을 준 응답자는 26.3%였다. 중간점수인 3점을 선택한 이는 27.7%였다. 총 89.8%가 자신이 선호하는 부호에게 중간 이상 높은 평가를 내렸다.

2점을 준 응답자는 5.8%로 나타났다. ‘호감이 있지만 고칠 점도 꽤 많다’는 뜻으로 1점을 매긴 이는 4.4%였다.
▶ 가장 ‘존경’하는 부자는 여전히 굴뚝산업 창업주 = 좋게 평가한 한국인 부자가 있다고 대답한 이들이 1위로 선호한 부자 역시 창업주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다. 득표율 43.4%를 기록했다. 그는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시작으로 건설 등 한국의 ‘굴뚝산업’을 일으킨 1세대 창업자 대표로 꼽힌다.

정 회장은 지난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부자인식조사’에서도 가장 존경할 만한 부자로 선정됐다. 당시 조사에선 응답자(자유응답 기준) 13%가 그를 선택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오늘날 유명해진 ‘IT 창업주’들도 상위권에 들었지만 정 회장의 아성(?)을 넘진 못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득표율 25%로 3위에 올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도 12.5%의 지지를 얻어 6위로 집계됐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6.6%의 득표율로 9위에 랭크됐다.

사회운동에 헌신한 부자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현재가치 최소 1조원 이상의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친 고 이석영ㆍ이회영 등 6형제는 16.9%의 지지로 선호하는 부호 4위에 올랐다. 유한양행을 세워 사회공헌에 투신한 고 유일한 창업주도 눈에 띈다.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상속재벌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지지율 33.8%ㆍ2위)이 유일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7위)ㆍ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8위)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재벌가 3세의 대표 격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선호도 11위에 머물렀다. 최근 사면된 최태원 SK회장은 득표율 1.5%로 최하위였다.

응답자들이 선택한 부자를 좋게 보는 주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역경을 딛고 성공한 과정이 교훈을 남겨서’(55.1%ㆍ복수응답 기준)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고용창출 등 경제성장을 이끌어서’(30.1%)가 두번 째로 많았다. 이 밖에 ‘사회공헌을 많이해서’(23.5%) 등이 뒤를 이었다.
▶ 존경하는 부자 없는 이유 …‘불법으로 돈 벌고 사회도움 안돼’ = 국내 부자를 비판하는 정서도 여전했다. 작년 한국갤럽 조사결과(존경할 부자 많지않다 66%)보단 낮았지만, 이번 설문에서 ‘존경’할 만한 국내 부호가 없다고 응답한 이도 40%에 육박했다.

설문 참여자들이 이처럼 응답한 이유도 뚜렷했다. 복수응답(2개까지 선택)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돈 버는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부자가 많아서’를 고른 비율이 64.4%로 가장 많았다.

46.7%는 ‘쌓은 부에 비해 사회공헌이 적어서’ 국내 부호를 안 좋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개인자격으로 좋은 일 한 게 없다’(18.9%)ㆍ‘부를 과시수단으로만 여겼다’(16.7%)ㆍ‘경제성장에 도움이 안 됐다’(13.3%)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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