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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대한민국 ‘제약왕’ 부호 순위 뒤흔들다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윤현종 기자]한국 부호 순위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바로 임성기(75) 한미약품 창업주 겸 회장이다.

임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미약품은 지난 열흘 새 사노피-아벤티스, 얀센 등 글로벌 거대 제약사에 6조원에 달하는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 관련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덕분에 한미약품과 이를 지배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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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주가는 2거래일 만에 54만7000원에서 82만4000만원(15.89%ㆍ9일 종가)으로 51% 급등했다. 3년 전 7만원대였던 주가에 비하면 12배 가량 뛴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시가총액은 8조4303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재계순위 4위인 LG전자의 시총(8조3133억원)을 넘어섰다.
 
임 회장의 주식자산 역시 3조6871억원(9일기준)까지 늘었다. 한해 전(6097억9700만원)보다 무려 6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오너일가의 자산 역시 ‘한국 3위 부호가문’인 LG그룹 오너일가 주식자산 합계를 능가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제약왕’이 됐다.

한국 부호 역사 다시 쓴 ‘제약왕’ = 임 회장의 자산은 지난 몇 년 동안 쉴 틈 없이 불었다. 임회장은 한미약품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대거 소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2010년엔 50.76% 였지만 2012회계년도를 거치면서 36%로 낮아졌다. 

하지만 주가 자체가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오르면서 임 회장의 지분평가액도 완전히 달라졌다. 2013년 6월 2724억원이었던 임회장의 지분가치는 2014년 6월 3275억원으로 늘어나더니 올해 7월에는 3조2728억원을 기록하며 2년새 증가폭 1100%를 찍었다.

9일 기준으로 임 회장은 이건희(삼성전자 회장ㆍ12조131억여원), 서경배(아모레퍼시픽 회장ㆍ9조6735억여원),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ㆍ8조240억여원), 정몽구(현대차그룹 회장ㆍ4조9147억여원), 최태원(SK그룹 회장ㆍ4조3002억여원)에 이은 주식부자 6위에 올라있다. 지난해보다 무려 58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한미약품 오너일가 자산, LG家도 능가=주가가 폭등하면서 임 회장 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의 자산도 급증했다. 현재 회사 지분을 가진 임 회장 일가와 친인척은 총 21명. 이들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등 상장주식 지분평가액은 6일 기준 6조3026억5500만원으로 확인됐다. 한해 전(4898억9200만원)보다 13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한국 3위 부호가문’으로 꼽혔던 LG그룹 오너일가의 주식자산 합계를 넘어선다. 같은 시기 구본무(70) 회장 등 LG그룹 오너일가 43명이 보유한 LG등 상장주식 지분평가액은 5조7776억6000만원에 그쳤다.임 회장 일가보다 5250억여원 적은 것이다. 지난 달 포브스는 구 회장의 LG일가를 삼성(1위)ㆍ범(凡)현대(2위)에 이어 자산기준 한국 3위 부호가문으로 꼽은 바 있다.

임회장의 가족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봐도 주가상승의 위력을 엿볼 수 있다. 대부분의 보유주식의 가치가 2년도 안되는 시간에 10배이상 증가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3.59%를 보유 중인 장남 임종윤(43) 대표이사의 지분평가액은 3656억원으로 나타났다. 

그의 주식자산은 2013년 6월 말(277억원) 대비 1200%이상 오른 상태다. 장녀인 임주현(41)한미약품 전무가 보유한 지분 3.53%의 가치는 3599억원으로 2013년 6월 말(273억원)보다 1218%가량 뛰었다. 3.12%를 보유한 차남 임종훈(38) 한미메디케어(한미약품 관계사) 대표이사의 평가액 규모는 3186억원이 됐다.

임 회장의 미성년 손주 7명의 주가 가치도 눈에 들어온다. 임 모(12)군 등 2003년 이후 태어난 7명 손주의 지분평가액은 6일 현재 7509억6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왠만한 중견기업의 시가총액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가쪽뿐이 아니다. 

임 회장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신동국(65) 한양정밀 대표의 경우 한미사이언스 지분 12.09%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의 지분가치는 무려 1조7914억원에 달했다. 국내 주식부자 10위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홍석조 BGF리테일 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내노라 하는 수많은 회장님들이 신 대표보다 순위의 아래에 있다.

워낙 주가가 오르다보니 의혹의 시선도 더해진다. 검찰은 일부 자산운용사가 지난 3월 한미약품의 면역질환치료제 개발과 수출 계약 등의 소식을 미리 알아내 고수익을 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조사 중이다.

▶‘대박행진’ 한미약품 비결은?=한미약품 주가상승 비결은 연구개발(R&D)에 있다. 임 회장은 약사 출신이다. 좋은 약 자체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 그는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1967년 서울 종로5가에 임성기 약국을 열었다. 

이후 1973년 약사 생활을 접고 한미약품을 설립했다. 임 회장은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 제대로 된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345억원이었지만 R&D비용에는 무려 1354억원을 투입하기도 한 것이 단편적인 예다. 경쟁사들이 강력한 마케팅 활동을 내세워 약팔기에 매진할때 임 회장은 기술개발에만 관심을 쏟았다.

공들인 신약 기술을 헐값에 팔지 않겠다는 임 회장의 뚝심도 한 몫했다. 그는 그간 수출조건이 맞지 않으면 가차없이 협상을 중단시키는 결단력을 여러차례 보여줬다. 한미약품이 올 체결한 4건(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존슨앤존슨) 계약을 통해 총 7조5000억원대의 기술수출을 했다. 제값을 받아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우수한 연구개발(R&D) 경쟁력 뿐만 아니라 작은 제약회사 답지 않게 초대형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뛰어난 협상력도 갖췄다”고 평가한다.

‘21세기형 먹거리’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 =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적인 제약 기술수출을 이뤄냈다곤 해도 아직 한미약품의 기업가치와 임회장의 부가 굳건하게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100만원까지 끌어올리고 있지만, 한미약품의 영업이익은 지금의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은 시장의 자금이 몰려들면서 기업가치를 급격하게 끌어올렸다고 보는 편이 맞다.

분명한 것은 임회장의 급부상의 배경에는 시장과 국민들의 열망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 철강, 전자,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으로 20세기를 돌파해온 통상강국 대한민국에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먹거리를 기대하는 목소리다. 화장품으로 중국 시장을 제패하고 지난해 국내 2위 부호자리에 오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에게 시장이 기대하는 것과 비슷한 시선이다. 대한민국 제약왕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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