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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고전에서 전기까지…슈퍼리치 키운 ‘인생의 책’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개인자산 626억달러(73조6560억원)를 거머쥔 투자계 거물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독서광'으로 통한다. 버핏은 공공연하게 자신의 성공요인이 ‘독서습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사무실에 나가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한다. 그 후 여덟 시간 통화를 하고 다시 읽을거리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에 또 읽는다”고 자신의 독서습관을 소개하기도 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버핏에게 책은 사업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다. 어릴 적 가게를 운영하던 할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수많은 경제 관련 책들은 그가 투자가로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경제나 투자와 관련한 실용적인 책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세계의 부를 쥐고 있는 다른 슈퍼리치들도 버핏과 같이 실용적인 책을 선호할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슈퍼리치들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밝힌 책은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하다.

▶ ‘고전 영웅’이 롤모델=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의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ㆍ자산 459억달러)는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Vergilius)가 저술한 ‘아이네이드(Aeneid)’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아이네이드’는 몰락하는 트로이의 백성들을 다스릴 인물로 예언됐던 아이네아스가 신의 인도 하에 새로운 문명국을 건설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는 이 책을 고교시절 라틴어 공부를 하면서 접했다. 책 속에서 아이네아스가 문명을 건설한다는 일대기는 저커버그에게 페이스북 ‘창업’의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회의 때 "시간과 위대함에 있어 한계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는 책속의 문구를 자주 언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 창업주 테드 터너(Ted Turnerㆍ자산 22억달러) 역시 ‘아이네이드’를 읽고 감동받은 부호 중 한명이다. 말로 토마스(Marlo Thomas)가 쓴 책 ‘나를 바꾼 그때 그 한마디(The Right Words at the Right Time)’에서 테드 터너는 1958년 브라운대 재학 시절 자신이 가장 존경한 고고학 교수 존 워크맨(John Workman)의 수업에서 겪은 일을 털어놨다. 

테드 터너 CNN 창업주

당시 그는 15여명의 동기들과 ‘아이네이드’를 읽고 토론을 하고 있었는데 워크맨 교수가 ‘너 자신을 위해 생각하라(Think for yourself)’는 말을 던졌다는 것. 그는 당시 왠지 모를 짜릿함과 함께 ‘아이네이드’를 읽었다고 회고한다. 존경하는 스승으로부터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법을 배운 그에게 이 책들은 무형의 자산이 됐다. 

이 외에 터너는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Homer)가 쓴 ‘일리아스(The Iliad)’와 ‘오디세이(Odyssey)’를 최고의 책으로 꼽는다.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가장 용감했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장수 아킬레우스의 이야기를,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모험기를 다루고 있다. 두 영웅이 난세를 헤쳐나가는 과정은 터너가 CNN을 세계적인 미디어 회사로 키워내는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 창업주 

의료관련기업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도 호메르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를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는 책으로 꼽는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시대가 바뀌면서 과학기술은 변하지만, 사람은 변치 않음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홈즈가 꼽는 인생 최고의 책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Meditations)’이다. 이 책은 로마의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자기성찰을 담고 있다. 스토아학파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였던 아우렐리우스의 고뇌가 잘 드러나있다.
 
스토아 철학자였던 그는 결국 ‘이성’으로서 사람은 불안함과 걱정 등의 감정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홈즈가 2002년 스탠포드 대학을 중퇴했을 당시 부모에게서 선물받은 것으로, "몇 번이나 이 책을 반복해서 읽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소설 속 가상인물에게서 얻는 영감=아마존(Amazon)의 창업주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ㆍ자산 565억달러)는 일본계 영국인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의 ‘남아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을 자기 인생의 가장 완벽한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1956년 여름 영국을 배경으로 한 ‘남아있는 나날’은 평생 집사로 인생을 보낸 주인공 스티븐스의 회고를 담았다. 평생을 존경하며 모셨던 주인이 나치 지지자였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마음을 뒤늦게 깨닫는 등 한 남성이 황혼기에 느끼는 인생에 대한 회한을 잘 그려낸 소설이다. 

베조스는 이 책에 대해 "내 인생 최고의 소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쩔 수 없이 내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결국 난 책을 읽고 난 후 거의 10시간을 다른 삶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특히 베조스는 "이 소설을 접하기 전까지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고 믿었다. 난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 가능해지는 순간을 사랑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극찬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포브스 기준 세계 최대 부호인 빌 게이츠(Bill Gates)는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한다. 그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꾸준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한다. 지금까지 독후감을 남긴 서적만 192권에 달한다. 환경ㆍ에너지ㆍ과학ㆍ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소개하지만 그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책은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Jerome David Salinger)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이 책의 주인공 홀든은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다. 이미 여러 학교에서 쫓겨난 적 있던 홀든은 부모님을 피해 가출해 뉴욕 시에서 홀로 며칠을 보내기로 한다. 그러나 홀든은 꿈을 찾지 못하고 서서히 미치광이가 된다. 빌 게이츠는 이 이야기를 13살에 접했다. 

그는 "이 소설 속 홀든은 어린 청년들이 서툰 방식으로 방황하지만 곧 얼마나 똑똑한 지를 잘 보여준다.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기도 하다"며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밝혔다. 

연구 결과물은 슈퍼리치의 자양분 = 미디어계 대모인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는 ‘네 가지 약속 (The Four Agreements: A Practical Guide to Personal Freedom)’은 천 년 동안 전해져온 멕시코 톨텍 인디언의 삶과 지혜를 담은 책이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저자 돈 미구엘 루이즈(Don Miguel Ruiz)는 멕시코의 영적 치료사 가문에서 태어났는데 죽을 뻔한 경험을 겪은 후, 인간의 영적 세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아 각성을 위한 네 가지 약속을 제시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 책을 읽고 "내가 생각하는 방식과 행동하는 양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페이팔(PayPal)을 창업하고 페이스북에 투자했던 피터 틸(Peter Thiel)은 ‘세상이 만들어질 때부터 숨겨온 것(Things Hidden since the Foundation of the World)’을 자신의 인생책으로 꼽았다.
 
프랑스 출신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르네 지라르(Rene Girard)가 인간의 욕망이 본원적인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는 모방욕망이며 이런 욕망이 결국 인류의 원초적이고 집단적 폭력의 기원이 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피터 틸 페이팔 창업주

피터 틸은 “르네 지라르는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가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단순히 학문적인 철학 서적이 아니다. 제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안내서다. 인간 행동의 근원이 모방에서 출발한다는 내용을 이해하고 나면 나를 비롯한 타인의 본질도 꿰뚫어 볼 수 있는 자질을 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혁신'은 역사 속 실존인물로부터=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Tesla)’의 창업주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혁신적인 발명가들의 전기를 선호한다. 그는 인물전기가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월터 아이작손(Walter Isaacson)이 쓴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의 전기를 좋아한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CEO

“프랭클린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기업가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는 결국 과학자로서 정치가로 변신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건 매우 흥미롭다”며 벤자민 프랭클린의 전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밖에도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의 전기를 '인생의 책'으로 꼽았다. 엘론 머스크는 "니콜라 테슬라야 말로 자신에게 큰 감명을 준 인물"이라며 "자신의 회사 이름인 ‘테슬라’도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강조했다.

y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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