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억만장자’ 굳히는 中자수성가 청년부자들…그러나 흙수저는 없다?
- 중국본토 자수성가 부호 많지만 40대 이하에선 30%불과
- 대부분 초(超)고스펙 자랑…최소‘은수저’이상
- 취업난 등으로 창업 내몰리지만 성공률 낮아…흙수저 출신 부호 맥 끊길
가능성도
 

지카이팅 룽광부동산 창업주 딸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윤현종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수 년 전부터 중국엔 별명이 하나 붙었다. ‘자수성가 부자의 천국’이다. 윤택한 집안 출신은 아니지만, 지난 10∼20년간 스스로 업(業)을 일으켜 큰 부자가 된 사람이 그만큼 많단 뜻이다.
 
친(親)중국 성향을 띠고 있는 중화권 부자 조사기관 후룬(胡潤)연구소도 “중국 자수성가 부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소식을 현지매체를 통해 널리 전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대륙부호는 미래에도 혈연ㆍ지연ㆍ학연 등 어떤 도움도 없이 자신의 능력과 운에 의지해 성공하는 ‘흙수저(보잘것 없는 밥을 먹고 가난한 집에서 성장한 부호에 비유)’들이 주류를 이룰까.
답은 ‘향후 중국서 탄생할 흙수저 출신 부자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정도로 요약될 것 같다. 

30대 이하 청년 부자들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우선 자산 10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젊은 부호 중 자수성가는 많지 않다.
또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려 부자클럽 진입을 앞둔 청년 창업가 대부분도 ‘고(高)스펙’ 보유자다. 맨몸으로 일어선 것처럼 보여도 풍부한 ‘학력자본’과 인맥을 갖췄다. 그리고, 아시아권에서 이같은 스펙을 갖추려면 집안의 뒷받침이 일정부분 이상 필요한 게 현실이다. 최소 ‘은수저’이상은 되는 셈.

중국 청년세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주요 부호의 스펙 등을 자세히 뜯어봤다. 그 이면 짙은 그림자에 숨은 대다수 젊은이들 실상도 같이 조명했다.

▶ 30대 억만장자, 흙수저 ’사실상 없음’ = 우선 후룬연구소 데이터를 살펴보자.
올들어 자산 기준으로 집계된 중국 부자 중 40대 이하는 총 188명이다. 이 가운데 무일푼으로 시작해 업(業)을 일군 자수성가는 59명이다. 상속부호는 129명. 70%에 가까운 숫자다.

이 데이터를 순자산 10억달러(65억위안ㆍ한화 1조1730억원) 초과 보유자(포브스 집계)로 좁혀보자. 중국 본토 출신으로 확인된 30대 억만장자는 총 6명이다. 이 중 자수성가로 분류된 이는 4명이다. 40대(68명)ㆍ50대(93명)에 비해 크게 적다. 

큰 부호가 되기엔 아직 젊은 나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4명이란 숫자는 같은 연령대 미국 자수성가 억만장자(14명 이상) 절반도 못 미친다. 중국이 과거에 비해 젊은 신흥 기업가를 배출할 동력이 약해졌단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다.
게다가 4명 모두 상당한 고학력이다. 적어도 ‘흙수저’는 아닐 공산이 크단 뜻이다.

중국 30대 주요 자수성가 억만장자 현황

먼저 웹게임 등으로 성공한 저우야후이(周亞煇ㆍ38) 쿤룬 회장이다. 현재 그는 개인자산 30억달러(3조5800억원)를 쥐고 있다.

저우 회장의 최종 학력은 칭화(淸華)대 대학원 석사다. 칭화대는 중국 대학평가전문기관 ‘아이뤼선(艾瑞深)연구소(이하 CUAA)’가 올해 집계한 전국 2위 대학이다.
그는 7년 전 ‘삼국풍운(三國風雲)’을 시작으로 온라인ㆍ소셜 게임 서비스 등 분야에서 사업을 키웠다. 올 1월엔 중국판 나스닥인 ‘차스닥’에 회사를 상장해 시가총액이 100억위안까지 뛰었다.
 
저우야후이 쿤룬 회장(왼쪽)과 천어우 쥐메이요우핀 창업자

이런 사업 성과는 그의 학력과 연계돼 빛을 발했다. 중국 현지에서 그를 소개하는 자료 대부분엔 ‘칭화대 대학원 출신’란 문구가 들어간다. 대학원생 시절 창업에 손을 댔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우 회장 자신도 칭화대 출신이란 자부심이 지난 몇 차례 실패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고학력 청년 억만장자 대열에 천어우(陳歐ㆍ32)가 빠질 수 없다. 그는 최근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 쥐메이요우핀(聚美尤品)으로 떼돈을 벌었다. 현재 그의 순자산은 8억4000만∼11억4000만달러수준이다. 우리 돈 1조원 안팎이다.
천어우는 16세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명문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난양과기대에 진학한다. 

이후 그는 2007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 들어갔다. 천어우가 미국행을 택한 이유가 재미있다. 지난해 5월 중국기업가망(中國企業家網)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창업하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했던 건 돈 빌릴 곳이 없단 점이었다. 그런데 창업자가 스탠퍼드ㆍ하버드 MBA 출신이면 투자 받기가 비교적 쉽다는 걸 알게 됐다. 정말 좋은 사업아이템을 만들어놨는데 자금 조달을 못 받는 이유가 명문대 MBA를 따지 못한 것이었다”

그가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 졸업장을 고집했던 건 순탄한 창업을 위해서였다. 사회가 보는 ‘학력자본’의 평판을 기대했던 것. 실제 천어우는 스탠퍼드대 졸업 후 귀국해 엔젤투자자를 만난다.

교육사업으로 성공한 장방신(張邦鑫ㆍ35) 하오웨이라이(好未來) 창업주도 고학력이 ‘돈줄’로 변신한 사례다. 그는 2001년 쓰촨(四川)대학을 졸업하고 1년 후 중국 1위대학(CUAA 기준)인 베이징대 연구생이 됐다. 이때 그가 했던 학생과외 등은 뒷날 하오웨이라이 창업의 계기가 된다. 현재 그의 자산은 10억달러 정도다.

장방신 하오웨이라이 창업자(왼쪽부터)와 왕타오 DJI 창업자,상속부자인 양후이옌 비구이위안 창업자

개인자산 36억달러(4조2100억원)를 찍으며 올해 대륙의 젊은 자수성가 대표주자로 등장한 ‘드론왕’ 왕타오(汪濤ㆍ35) DJI (大疆創新ㆍ다장촹신) 창업자또한 홍콩과기대를 졸업했다. 이 학교는 아시아권 톱5에 드는 명문학교다.

30대 상속부자 또한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중국 부동산 대기업 비구이위안(碧桂園) 창업주의 딸 양후이옌(楊惠姸ㆍ34)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을 졸업했다. 그의 순자산은 62억달러(7조2500억원)다.

▶ 내일의 억만장자? 고(高)스펙은 필수=기업가치가 크게 올라 억만장자클럽 입성을 앞둔 청년부호도 대부분 고학력 소지자다. 이는 일찍부터 그들이 주목 받은 이유이기도 했다.

30대 이하 ’예비 억만장자‘ 및 20대 상속자 학력 등 현황

왕쥔위(王俊煜ㆍ30) 위안페이스쉰(元培時訊) 창업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3년도 대학입시(高考ㆍ가오카오)에서 광둥성 1등을 차지한 수재였다. 당시 현지 언론에도 보도될 정도였다. 베이징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2007년 베이징대 위안페이학원을 졸업한다. 일종의 영재전문대학원이다.

왕 창업주는 졸업 후 구글에서 잠시 일하다 2010년 초 모바일검색프로그램 완도우자(豌豆莢)를 개발한다. 이는 현재 중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1순위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 올 1월 현재 4억2000만건이 다운로드됐다고 한다. 지난해 1월엔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1억2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니다. 7월 현재 기업가치는 1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불리는 으어러머(餓了麽ㆍ중국어 ‘배고프냐(餓了嗎)’를 변형한 일종의 유행어) 창업자 장쉬하오(張旭豪ㆍ30) 또한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그는 상하이 자오통(交通)대 출신이다. 이곳은 CUAA 기준 중국 7위다. 

왕쥔위 위안페이스쉰 창업자(왼쪽부터)와 장쉬하오 으어러머 창업자, 지카이팅


장 창업주는 2008년 4월 자오통대 대학원 연구생 시절 같은 학교 친구들과 온라인 음식주문 플랫폼인 으어러머를 창업했다. 2009년엔 스마트폰 앱으로도 주문이 가능해졌다.
회사도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5월 5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11월엔 텐센트로부터 3억5000만달러를 조달했다. 현재 으어러머의 기업가치는 10억달러를 넘겼다. 그의 개인자산도 20억위안(3580억원)에 달한다.

젊은 상속부자들도 높은 학력은 필수사항이다. 20대 상속녀 지카이팅(紀凱婷ㆍ25)이 대표적이다. 그는 선전(深玔)시 소재 대형건설사 룽광(龍光)부동산 창업주 딸이다. 현재 자산이 가장 많은 쥬링허우(90後ㆍ1990년 이후 출생세대) 상속녀 중 하나로, 현재 18억3400만달러(2조1480억원)를 갖고 있다. 지카이팅은 영국 런던대에서 경제학과 금융학을 전공한 뒤 아버지 회사의 비상근이사를 맡고 있다.

▶ ‘자수성가 천국’의 민낯…헐벗은 청년들=창업으로 큰 돈을 벌거나, 일부 상속부자로 자리매김한 중국 청년 대부분은 이렇듯 초(超)고학력을 갖춘 경우가 상당수다. 세계에서 자수성가 부자가 가장 많다고 자부하는 곳이지만, 바닥에서부터 자수성가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중국 젊은이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 보통 청년들은 자괴감을 느낄 시간도 모자란 듯 하다. 최근 대륙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엔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절대 아니다. 

처쿠카페. 베이징 중관춘 일대 ‘창업중심지’로 불리는 곳 중 하나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누구나 카페를 업무용으로 쓸 수 있다.

중관춘 창업거리 중심지 처쿠(車庫ㆍ차고)카페를 지난 6월 직접 방문한 베이징시보(北京時報)는 한 창업 준비생의 목소리를 이렇게 전한다.
“창업 성공여부는 투자 유치죠. 작년엔 80개 정도 아이템 중에 1개만 투자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아이템 50개 정도가 나왔는데 투자 받은 건 1개뿐이예요” 그렇게 돈을 조달해도 성공률은 매우 낮다고 그는 털어놨다.

중국 청년층 현황

젊은이들이 이렇듯 창업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취업시장에 나올 대졸청년은 올해만 750만명에 육박한다. 현지 언론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라고 연일 보도 중이다.

어렵게 취업해도 대졸자 평균 초봉은 월 2440위안(44만원ㆍ베이징대 저널리즘스쿨 부설 시장미디어연구소 집계)에 불과하다. 취업에 도움 안 되는 대학진학을 단념한 중국판 ‘수포자(수능 또는 대학입시 포기자)’는 2009년 집계 이래 총 530여만명에 달한다.

중국엔 이렇듯 ‘헐벗은’ 젊은이가 대도시 인구만큼이나 많다. 극소수 청년 슈퍼리치의 강렬한 아우라와 이면의 그림자가 공존하는 셈이다. 대륙의 미래엔 ‘흙수저 출신 부자’가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factis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