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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더기빙플레지’ 신규회원 17인 탄생...한국선 언제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 최근 숙박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3명이 자선재단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가입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 3인이 더기빙플레지를 통해 평생 동안 기부하게 될 금액은 최소 50억달러, 우리돈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기부액보다 브라이언 체스키(34), 조 게비아(34), 네이선 블레차르지크(33) 등 창업자 3인방 모두가 이제 30대 초반이라는 점도 큰 반향을 낳았다. 아직 어린 나이에 두려움 없이 용기있는 결정을 내린데 대해 찬사가 이어졌다.

이들이 가입을 선언한 기빙플레지는 워런 버핏과 빌앤멜린다 게이츠 부부가 2010년 공동창립한 재단이다. 세계 부호들의 기부 참여를 독려한다. 나이와 성별, 인종을 가리지 않고 어느 누구든 공식석상에서 자신이 가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발표만으로 더기빙플레지의 회원이 될 수 있다. 현재 재단의 총 회원 수는 154명으로 집계된다.

더기빙플레지 로고. 왼쪽부터 워런 버피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사실 올해 기빙플레지에 기부서약을 한 부호로는 에어비앤비 3인방 외에도 더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된 더기빙플레지 기부서약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명의 부호가 이 기부클럽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미국 출신이 10명으로 대세를 이뤘지만 영국 출신 2명과 아시아계 부호들도 5명 출현해  관심이 집중됐다. 이어 서남아시아와 중동 국가에서 4명이 가입했고, 특히 한중일 세 나라에서 최초로 더기빙플레지에 가입한 중국 부호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알왈리드 왕자

자산 220억달러를 보유한 알왈리드 빈탈랄 알사우드(Alwaleed Bin Talal Alsaudᆞ61)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알왈리드 왕자는 작년 7월, 공식 자리에서 재산의 절반이 아닌 99%를 기부하겠다는 폭탄발언으로 더기빙플레지 재단 가입을 위한 신고식을 치렀다. 재단 창립자인 빌 게이츠보다도 5개월이나 먼저 “99% 기부공약”을 실천한 셈이다.

이 발언 속엔 그가 직접 체험하고 느낀 삶의 교훈이 들어있다.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7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타지인 레바논에서 악전고투하며 살아온 그는 단 1달러의 가치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자수성가 부호로 성장했다. 

그는 건설 사업과 부동산 투자를 통해 번 돈으로 다각적 투자회사 ‘킹덤 홀딩스(Kingdom Holdings)’를 설립했다. 이후 애플과 트위터 등 글로벌기업에 투자하며 막대한 부를 쌓아 올렸다. ‘아라비아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리는 그는 쉽게 얻어지는 돈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980년 알왈리드 재단을 창설하여 지금까지 여성과 청소년, 120국 이상의 저개발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마크 베니오프와 아내 린 베니오프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ᆞ51) 최고경영자는 부인 린(Lynne)과 함께 기부서약에 동의했다. 1999년 39세의 나이에 클라우드 서비스 산업의 전신인 ‘세일즈포스 닷컴(Salesforce.com)’을 세워 세계에서 가장 빨리 회사를 성장시킨 경영자로 유명세를 탔다. 

현재 순자산 42억달러의 보유자로, 세일즈포스 사내에 자선기금단체인 ‘1-1-1 모델’을 만들어 17년째 운영하고 있다. 기술, 자원, 회사 임직원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지는 이 자선단체는 지금까지 2만8000개 비영리조직과 결탁해 1억20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 

스코트 쿡과 아내 오스트비

스콧 쿡(Scott Cookᆞ63) ‘인튜이트(Intuit)’ 창업자도 아내 오스트비(Ostby)와 함께 기부클럽에 동참했다. 1983년 아내가 힘들게 가계부를 쓰는 것을 보며 효율적인 재무관리 소프트웨어에 대해 고민한 것이 인튜이트 창업의 기반이 됐다. 인튜이트는 매년 35% 이상씩 매출을 올리며 ‘미국 기업이 사랑하는 기업’이란 평을 얻고 있다. 스코트 쿡의 자산은 19억8000달러 정도로 평가된다.

키란 마줌다르 쇼

인도 최대 생명공학업체 ‘바이오콘(Biocon)’의 창업주 키란 마줌다르 쇼(Kiran Mazumdar-Shawᆞ63)도 기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키란은 인도의 유일한 자수성가 여성 기업가다. 자산 26억달러의 주인으로 2015년 미국 타임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선정됐다. 그는 “세계 인구의 3분의2가 아직도 수준 높은 건강한 삶과 동떨어진 채 살고 있다”며 자신의 주력 부문인 의약품을 통해 “전지구인의 건강문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뉴건성 회장

이번 더기빙플레지에 참여한 부호들 중 특히 주목할 만한 인물이 있다. 중국 최대 유제품업체 ‘멍뉴(蒙牛)그룹’ 회장인 뉴건성(牛根生ᆞ51)이다. 그는 세계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낙농기업 이리그룹(伊利集团)의 공동창업자로, 한중일 세 국가 출신 중에선 처음으로 더기빙플레지 재단에 가입했다.

그는 일찍이 자선사업에 눈독을 들여왔다. 2004년 가족재단인 라오뉴(老牛)재단을 설립했는데 당시 보유 중이던 홍콩증시 주식의 대부분을 팔아 근로자와 노약자, 빈곤층에 지원할만큼 ‘살신성인’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면모를 보였다. 당시 총 기부금액 5억달러로, 가족들도 그 영향을 받아 ‘라오뉴 브라더스&시스터즈’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PNC 메논

PNC 메논(PNC Menonᆞ67)은 아랍에미리트 태생의 기업가다. 다국적 부동산개발회사이자 건설회사인 ‘소바(Sobha)그룹’을 설립해 이끌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오만, 카타르, 바레인에서부터 탄자니아, 브루나이 등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으로까지 투자를 확장 중이다. 그는 “이 기부서약서를 통해 많은 국가들이 자선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며 범국가적인 기부 참여를 독려했다. 메논의 순자산은 12억3000만달러 정도다. 

실번 아담스

이스라엘 출신의 실번 아담스(Sylvan Adams)는 정부의 행정사업을 지원하는 민간 기업 ‘이버빌 디벨롭먼트(Iberville Development)’에서 캐나다, 미국 정부와 100여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돈을 벌었다. 전 최고경영자와 최대주주를 지내며 자산 1억달러를 축적했다. 어려서부터 기부 실천가인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베푸는 것을 자신의 인생 철학으로 삼고 있다.

더기빙플레지의 목적은 단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 장기적인 기부다. 순간의 선행으로 기부의 역할을 정의짓기엔 그것이 지니는 가치가 무겁다는 뜻에서다. 올해는 1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 수준인 인도에서까지 이 기부운동에 가담한 사람이 나타났다.

안타까운 건 여전히 한국의 빌리어네어 가운데에는 기빙플레지 참여를 선언한 인물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비율로 보면 전세계 빌리어네어들 가운데 10~15%는 기빙 플레지 참여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 비율대로라면 빌리어네어의 숫자가 30명 내외를 오가는 우리나라에도 2~3명 정도는 기빙플레지에 참여를 선언했어야 했다. 하지만 수조원을 쥔 한국 자산가들의 더기빙플레지 가입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는다.

물론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큰 나눔을 베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늘 기분 좋은 소식을 들려주는 주인공이 우리나라보단 해외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부호들의 통 큰 기부가 또 다른 부호와 일반인들에 릴레이 기부의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이 재단이 갖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

-그 외 더기빙플레지에 가입한 10인 명단
잭 데인저먼드-로라 부부(자산 33억달러): 지리정보시스템업체 ‘에스리(Esri)’ CEO
로버트 코고드-엘레나 부부(자산 1억달러): 부동산 회사 ‘샤를 E.스미스(Charles E. Smith)’ 공동 CEO
헨리 엥겔하트-다이앤 브리어 부부(자산 12억6000만달러): 영국 보험회사 ‘애드미럴(Admiral)’ 전 CEO
게리 미첼슨(자산 13억5000만달러): 의료기기 개발자, 척추외과 의사
리즈 시몬스: ‘하이징 시몬스(Heising-Simons)’ 재단 의장, 전 교육자
마크 하이징: 투자회사 ‘메들리 파트너스(Medley Partners)’ 창립자. 리즈 시몬스의 남편
허버트 베르트하임-니콜 부부(자산 5000만달러): 플로리다국제대학교 학장
톰 헌터-레이디 메리언 부부(자산 16억2000만달러): 유럽 최대 독립 스포츠 소매업체 ‘스포츠 디비젼(Sports Division)’ 창업자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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