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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미국판 황우석 사건 영화로 … ‘엘리자베스 홈즈’ 역할은 ‘제니퍼 로렌스’
[헤럴드 경제 슈퍼리치팀=민상식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 이른바 ‘미국판’ 황우석 사건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여성 사업가 엘리자베스 홈스(Elezabeth Holmes) 테라노스(Theranos) 창업자의 이야기가 영화화된다. 미국의 연예매체들에 따르면 현재 주인공인 홈스의 역할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배우인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가 내정된 상태다. 거기에 영화 ‘빅쇼트’로 제 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아담 맥케이 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했다. 영화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투자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엘리자베스 홈스(왼쪽)와 홈스 역할을 맡은 제니퍼 로렌스. 홈스는 일에 몰두하기 위해 옷 고르는 시간을 아낀다고 까만색 터틀넥을 즐겨입어 여자 스티브 잡스라 불렸다.

할리우드의 탑배우와 탑감독의 만남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지만, 영화의 가장 뛰어난 세일즈 포인트는 ‘스토리’다. 영화의 소재가 된 실제 인물 홈즈는 현재 창업 후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여성 바이오 사업가이자 미국 바이오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갈 인물로 기대를 한 몸에 받다가, 한순간에 무일푼 사기꾼이 될 위기에 처했다. 연출을 맡게 될 맥케이 감독은 제작자이자 뛰어난 각본가로 유명한데 특히나 미국의 금융위기를 꼼꼼하고 신랄하게 비판한 ‘빅 쇼트’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때문에 경제구조와 기업, 그에 둘러쌓인 인물을 묘사하는 데 탁월한 그가 어떤 홈즈를 보여줄 것인지 기대감이 높다.

지난 2013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최연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변신도 주목된다. 로렌스가 실화 관련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 지난 3월에 개봉한 조이에서 성공한 여성 사업가인 조이 망가노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이번엔 ‘성공한 듯’ 보였으나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업가 엘리자베스 홈스 역을 맡을 예정이다. 두 아이를 키우던 싱글맘 조이와 달리 어렸을 적부터 유엔에서 일하는 아버지 덕분에 외국을 다니며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명문대에 조기입학하는 등 엘리트의 길을 걸어온 홈스의 삶은 분명 달리 표현해야 할 부분이다.

테라노스에 대한 의혹은 불과 1년도 안된 사이 벌어진 일이다. 홈스는 2003년, 19세에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자퇴하고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그리고 2013에 테라노스가 자체 개발한 에디슨이 시장에 공개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아왔다. 에디슨은 간단히 말해 혈액진단기다. 주삿바늘로 찌를 필요없이 알약 크기의 채혈 용기인 ‘나노테이너’로 혈액 몇 방울을 채취해 240가지의 질환을 검사할 수 있다. 기존 검사 비용의 10% 가격에 15분이면 진단이 끝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테라노스가 자체 개발한 나노테이너

그야말로 채혈진단계의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테라노스는 미국 특허 18개, 역외 특허 66개를 소유했다. 테라노스는 단숨에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이 되었고 기업 가치는 90억달러로 추정됐다. 2004년 당시 기업가치 3000만달러에서 10년만에 300배까지 뛰어오른 셈이다. 기업가치가 뛰어오르니 당연히 창업자이자 CEO인 홈스의 자산도 함께 급등했다. 자사의 주식을 50% 보유한 홈스의 자산은 45억달러로 계산됐다. 덕분에 그는 2014년 포브스의 억만장자 리스트에 110위로 이름을 올렸고,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란 타이틀도 부여받았다.

하지만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테라노스의 핵심 기술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기술이 과장됐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홈스는 에디슨이 240여개의 질환을 검사할 수 있다고 했지만, WSJ가 접촉한 테라노스 내부자가 사실상 검사할 수 있는 질병은 15개에 불과하다고 고백했다. 기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의 저소득층 및 노인의료보험을 담당하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가 감사에 나섰다. 우선 지난 3월에 테라노스의 캘리포니아연구소 면허가 취소됐다. 이에 테라노스는 해명서를 제출하고 앞으로 실험 결과에 결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 항변하며 대응하고 나섰다. 
 
미국 최대 드러그스토어 월그린에 위치한 테라노스 센터. 이번 의혹으로 일괄 폐쇄됐다.

하지만 테라노스가 이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최대 드러그스토어 체인인 월그린(WalGreen)도 지난 3년동안 계속되어온 테라노스와의 제휴 관계를 단절했다. 이에 따라 약 40곳의 월그린 매장에 설치된 ‘테라노스 건강센터’도 즉시 폐쇄됐다. 이 건강센터는 테라노스가 소비자와 만나는 창구이자 주 수입원이었다. 월그린은 테라노스가 의혹이 제기된 후에도 자세한 해명을 하지 못했기에,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그들로서는 파트너십을 해지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테라노스의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홈스는 10년 넘게 쌓아온 명성을 잃는 것도 모자라 무일푼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가 기존 45억달러(한화 약 5조 3000억원)로 평가했던 홈스의 자산 추정치를 ‘0’으로 수정한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부호들의 자산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등 기업인들의 재산 규모 파악에서 권위를 인정받아 왔던 포브스가 자신들이 1년 전 발표한 수치의 잘못을 인정하면서까지 바꾼 결과다.

따지고보면 불과 1년 만에 5조원이 넘는 돈을 탕진한 셈인데, 이것이 현금이라 생각하면 흥청망청 돈을 모두 쓰는 데에만 하루 24시간 일주일을 사용해도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5조원이 현금이 아니라 소위 ‘묶인’ 주식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주식은 기업의 ‘가치’에 따라 매겨지고, 또 가치는 현재 뿐 아니라 미래에 기업이 얼마를 벌 수 있을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억만장자들의 부는 대부분 주식으로 이뤄져 있다. 주식을 소유한 기업의 가치가 잘못 매겨져 있었다면 한순간에 그것이 종이조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포춘지, 포브스, 블룸버그의 표지를 장식할만큼 홈스는 바이오 신데렐라로 큰 기대를 받았었다.

홈스의 회사인 테라노스의 기업가치가 90억달러에서 8억달러로까지 하향 조정됐으니 홈스의 자산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나 홈스는 회사가 청산될 경우 단 한 푼도 건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테라노스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모두 보통주이기 때문이다. 잔여 재산 분배에서 우선권을 갖는 이들은 우선주를 가진 다른 투자자들이다. 포브스는 테라노스가 아예 존폐위기에 놓였기 때문에 홈스의 자산이 0원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방보건당국의 감사 과정에서 테라노스의 퇴출이 확정되면 테라노스 연구 시설은 가동이 중단되고 홈즈 또한 최소 2년간 혈액검사시장에서 활동할 수 없다. 테라노스 뿐 아니라 관련 기업이나 연구업무에서도 종사할 수 없다. 말그대로 업계에서 퇴출되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대통령 장학생으로 조기입학하고 중국어를 유창하게 할만큼 ‘천재’로 불리며 업계의 관심을 받아왔던 그가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10년을 바쳐 세운 업적(?)이 1년만에 무너짐으로 인해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홈스가 바라던 것이 아니었겠지만, 이래나 저래나 세간의 관심을 받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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