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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비자금 진앙 ‘롯데家 여인들’ 재산 이렇게 불렸다
-가족회사ㆍ내부거래ㆍ고가 부동산 통한 재산증식 공통점
-檢, 일감몰아주기 등 사업운영과정서 비자금 조성 정조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롯데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면서 비자금 의혹의 진앙으로 지목된 ‘롯데가(家) 여인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가 여인들이란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73)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그의 세 딸, 그리고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서미경(56) 유니플렉스 대표와 딸 신유미(33) 롯데호텔 고문을 말한다.

신영자 이사장은 지난 2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관련 의혹으로 검찰의 최초 수사망에 올랐다. 롯데그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당시 검찰은 신 이사장 자택과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6~7곳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지난 10일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 17곳을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했고, 그로부터 나흘 뒤인 14일 2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관심은 이들 롯데가 여인들이 어떻게 자산을 불렸느냐로 쏠린다. 시장조사기관 FN가이드에 따르면, 신영자 이사장의 상장사 지분 평가액은 지난 10일 현재 2037억9700만원으로 집계됐다. 또 서미경-신유미 모녀의 자산은 각각 68억800만원, 104억2700만원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는 상장사 지분 평가액일뿐 실제 재산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들은 친족기업을 설립해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매출을 올렸다. 또 다수의 고가 부동산을 보유하면서 재산을 불렸다. 검찰은 이들이 가족 명의 회사를 통해 자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오너 일가의 재산 증식과 일감 몰아주기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가족회사’ 비리로 얼룩진 맏딸 신영자와 그 자녀들=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첫째 부인 고(故)노순화 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무남독녀다. 신 총괄회장은 신 이사장이 태어나기도 전에 일본으로 건너갔고 노순화 여사는 딸 신영자 이사장을 홀로 키우다 1951년 29세의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났다.

신 이사장은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해 1남3녀를 뒀다. 장남 장재영(48)과 장혜선(47)ㆍ장서윤(45)ㆍ장정안(43) 세 딸이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의 오너 경영인으로 전면에 등장한 인물은 차녀 장서윤 롯데호텔 상무 뿐이다.

그러나 장서윤 상무를 포함해 다른 자녀들도 롯데 계열사와 관계된 가족회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 일가의 가족회사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롯데 계열사 전단지 및 포장지를 제공하는 인쇄업체 ‘유니엘’과 부동산 임대업체 ‘에스엔에스인터내셔널’, 명품 브랜드 유통업체 ‘비엔에프통상’, 롯데시네마의 영화관 매점사업권을 독점했던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가 거론된다.

장남 장재영씨는 유니엘과 비엔에프통상 대주주에 올라있다. 장재영 씨가 100%(33만6720주) 지분을 쥐고 있는 비엔에프통상은 뷰티ㆍ패션 브랜드의 면세점과 백화점 입점 및 공급을 대행하며 수수료를 받아왔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서 핵심으로 지목된 회사이기도 하다.

또 장재영 씨가 지분 89.3%를 보유한 유니엘은 7년째 매출이 전혀 없는데도 매년 고배당 잔치를 벌여 논란이 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유니엘은 매년 10~30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실시했다. 유니엘은 롯데 계열사 전단지 및 각종 판촉물을 독식했지만 2006년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듬해 인쇄사업을 접고 부동산업으로 업종을 바꿨다. 현재는 리조트 사업 업종 전환을 준비중이다.

2010년 설립된 부동산 임대회사 에스앤에스인터내셔널은 신영자 이사장과 세 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영자(55%), 장혜선ㆍ선윤ㆍ정안 자매가 각각 15%씩 나머지 45%를 쥐고 있는 구조다. 이 회사는 강남구 신사동 소재 건물의 임대수익으로 매출을 올렸다. 이 건물에는 고가 프리미엄 스파 매장인 ‘SK-II 부띠크 스파’가 입점해 있는데 비엔에프통상이 운영하고 있다.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 역시 신 이사장과 세 딸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시네마통상은 신 이사장이 28.3%, 혜선(7.55%), 선윤ㆍ정안 씨가 각각 5.66% 보유했다. 시네마푸드의 경우 신 이사장이 지분 33.06%를 보유했고 혜선(8.9%), 선윤ㆍ정안 씨가 6.58%씩 동일하게 소유했다. 이들 두 기업은 롯데시네마의 영화관 매점 사업권을 쥐고 극장내 팝콘과 콜라 판매를 주력으로 삼았다. 그러나 2013년 롯데 총수 일가의 내부거래 논란이 불거지자 롯데시네마 측이 매점 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그룹 차원의 지원이 끊긴 두 회사는 자생력 없이 적자난에 시달리다 지난 1월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신영자 이사장이 보유중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고가 주상복합주택

신영자 이사장 일가는 고가의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서울 강남 송파 소재 주택과 평창 대관령 소재 부지 등 280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등 부동산 공부(公簿)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용산구 한강로3가 63번지 주상복합단지 소유자이기도 하다. ‘제2 타워팰리스’로 불렸던 이 건물의 신 이사장 집은 39층, 등기부상 전유면적은 242.26㎡(73평㎡)이다. 신 이사장은 이곳을 11년 전 매매했으나 2007년 분양권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분양가격은 18~23억원선이었으나 현재 가치는 35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차녀 장선윤 롯데호텔 상무는 성북동 330번지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655㎡(198평)짜리 땅에 지어진 2층짜리 단독주택이다. 2014년 11월 20억5100만원에 공매로 이집을 사들였다. 장 상무는 이곳에 불법 증축을 진행하다 과태료를 납부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신 이사장은 지난해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건설로부터 등기이사 등의 자격으로 총 32억6800만원 급여를 지급받았다. 신 이사장은 1973년 호텔롯데 부사장으로 롯데그룹 경영에 참여한 후 롯데백화점 총괄부사장, 롯데면세점 사장, 롯데쇼핑 사장 등을 거쳤다. 신 이사장은 2012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비상근 등기이사로 핵심 계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 이사장의 롯데그룹 기여도가 적지 않다”면서도 “비상근직에 수십억대 급여를 제공한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미경-신유미 모녀도 ‘대동소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는 7살 때 TBC어린이합창단 활동으로 연예계에 첫발을 디뎠다. 아역배우 활동을 이어가다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에 뽑히면서 롯데 전속모델로 활약했다. ‘서승희’라는 예명으로 드라마, MC, 영화, 광고 등에 다수 출연했다.

신 총괄회장의 눈에 든 것은 스물 두살 때인 1981년이다. 자신보다 37살이나 많은 신 총괄회장과의 사이에서 1983년 딸 신유미 씨를 낳았다. 신유미 씨는 롯데호텔 고문으로 이름이 올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 없다.

서미경 씨가 재산을 늘린 방법도 신영자 이사장과 비슷하다. 서 씨의 가족회사로는 유원실업과 유기개발, 유니플렉스가 있다. 유원실업은 서미경(60%)-신유미(40%) 모녀가 지분 100%를 쥐고 있다. 또 서미경 씨의 친오빠인 서진석 씨가 유원실업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유원실업은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을 독점 운영하며 내부거래를 통해 한때 연매출 200억원을 기록하는 알짜기업으로 성장했다.

유기개발 역시 서미경-신유미 모녀가 최대주주다. 유기개발은 롯데백화점 식당가에서 냉면집과 롯데리아 등 22곳을 운영하고 있다.

유니플렉스는 대학로 문화공연예술장과 부동산 자문 및 중개업 회사라는 ‘동명이사(同名二社)’로 존재했다. 서울 서초구에 본사를 둔 부동산 업종인 유니플렉스도 서미경 씨의 오빠 서진석 씨가 대표를 맡아 운영했다. 그러나 지난 2월 5일자로 돌연 자진 폐업 신고를 했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내사가 시작되자 서둘러 정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미경-신유미 모녀와 서 씨의 친오빠 서진석 씨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 벨베데레 빌라

 서씨 모녀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는 약 1000억원 이른다. 이들 모녀는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 벨베데레 빌라를 소유하고 있다. 로코코 양식의 이 건물은 총 6가구로 이뤄져 있는데 이 여섯가구 전부가 서씨 모녀 소유다. 이 건물에는 서씨 오빠인 서진석 씨와 서씨 어머니로 추정되는 이 모씨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매매가 이뤄진 적 없어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지만 빌라 시세는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2007년 신 총괄회장이 서씨 모녀에게 증여한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옆 부지와 대학로 유니플렉스와 인근 주차장 등이 있다.

서씨 모녀는 롯데 계열사 지분도 가지고 있다. 서씨는 롯데쇼핑 지분 0.1%, 신유미 고문은 0.09%를 보유 중이다. 이들 모녀가 100% 장악하고 있는 유원실업도 롯데쇼핑 지분 0.01%를 갖고 있다. 이밖에 롯데푸드와 코리아세븐 주식도 각각 0.33%, 1.4%씩 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여인들은 롯데그룹 차원의 특혜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이번 수사의 도화선이 됐다”며 “특히 지난해 롯데가 ‘형제의 난’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서미경-신유미 모녀가 이번 검찰 수사로 모습을 드러낼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cheon@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인턴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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