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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리먼급 재앙 vs 헛소리…‘브렉시트’ 바라보는 억만장자의 두시선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윤현종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이 세계를 뒤덮고 있다. 영국 국민들의 예상밖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들었다. 유럽 정치권은 불안감 해소를 위해 공동대응에 나서는 등 비상사태가 장기화할 태세다.

브렉시트를 바라보는 전세계 억만장자들의 시선도 엇갈린다. 영국이 EU탈퇴를 결정한지 하루만에 전세계 시가총액이 3000조원 증발한 가운데서도 ‘잘한 결정’이라며 의연한 영국인 부호가 있는가 하면 영국에 투자한 외국인 부호들은 ‘좌불안석’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세계 400대 부호 자산 평가액은 브렉시트가 확정된 지난 24일(현지시간) 1274억달러(150조원) 날아갔다. 유럽 주요국 증시를 비롯해 세계 증시가 3~8% 급락세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주말을 지내고 난 27일 국제금융시장도 일제히 하락장으로 마감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5%, 영국 FTSE 100 지수는 2.6% 빠졌다.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 역시 각각 3.0% 떨어졌다.

브렉시트 공포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장 많은 손실을 본 부호는 유럽 최고 부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그룹(자라의 모기업) 회장으로 나타났다. 오르테가의 재산 60억달러(7조원)가 날아갔다. 세계 1위 부호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역시 24억달러, 영국 최고 부자 제럴드 카벤디시 그로브너도 10억달러(1조1800억원) 이상 손해를 봤다. 빌 게이츠는 영국 대학을 지원하고 단일 유럽시장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영국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 쇼크 진정될 것”=그러나 세계적인 부호 사이에서는 브렉시트 쇼크가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는 긍정론도 나온다. 특히 영국인 기업가 중 브렉시트 옹호론자로 피터 해그리브즈와 제임스 다이슨이 눈에 띈다. 피터 해그리브스는 영국 펀드슈퍼마켓 해그리브스 랜스다운(Hargreaves Lansdown)의 공동 창업자이고 제임스 다이슨은 세계적인 진공청소기 업체로 유명한 다이슨 그룹의 창업주다.

피터 해그리브스는 최근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U는 점점 정치적이 돼가고 있고, 규제와 법규는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며 “그것이 영국에 혜택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나는 1975년 영국이 유럽과 자유무역을 체결하는 것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찬성했지만 지금은 EU 탈퇴를 지지한다”며 “경제적인 표상으로서 EU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해그리브즈는 “EU가 초반 9개 회원국이었을 때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28개 회원국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GDP 비중은 17%를 쪼그라들었다”고 말했다. 이유는 “브라질, 중국, 러시아와 같은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세계 무역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화 폭락 등 브렉시트가 몰고올 충격에 대해서는 “초반 파운드화 폭락은 면치 못하겠지만 곧 반등할 것”이라며 “런던 금융중심지 ‘시티’와 파운드화는 모두 EU탈퇴로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EU 탈퇴가 투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나는 런던 증시에 20억달러(2조37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며 “누구도 나만큼 투자한 사람은 없다. 내가 런던 증시를 떠날 것 같은가”라며 반문했다. 해그리브스는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로 그의 자산은 27억달러(3조2000억원)로 평가된다.

영국 진공청소기의 대명사 제임스 다이슨도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다이슨은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 무역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견해에 대해 “완전히 헛소리”라고 일갈했다. 그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EU와의 무역 불균형이 매달 90억파운드(14조원)에 달한다”며 “이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 연간 1000억파운드(156조원)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이슨그룹의 창업주 제임스 다이슨은 쓰레기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안이 뻥 뚫린 선풍기 등을 개발해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린다. 그의 재산은 39억달러(4조6121억원)로 추산된다.


영국인은 아니지만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도 “개인적으로 브렉시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영국이 탈퇴한다 해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EU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브렉시트 발생 시 영국은 미국과의 협상 관계에서 EU보다 뒷전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급 타격”=하지만 세계 부호들 사이에서는 영국의 EU 탈퇴로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25일 “브렉시트 혼란으로 세계 경제가 지난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하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로스는 기고전문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EU의 분열을 사실상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파국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며 “EU와 길고 복잡한 정치적ㆍ경제적 이혼협상을 벌이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소로스는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검은 금요일’이 발생할 것이라며 파운드화 가치가 15~20%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파운드화 가치는 27일 현재, 브렉시트 투표결과가 나오기 전날인 23일보다 11.5% 곤두박질쳤다. 이는 1985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로스는 1992년 9월 16일 자신이 운영하던 ‘소로스펀드’가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한 이른바 ’흰 수요일 사건(White Wednesday)‘을 주도한 인물이다. 소로스는 1992년 영국과 독일이 유럽 내 주도권 싸움을 하면서 통화전쟁을 벌일 당시 파운드화의 하락을 예상하고 무차별적 파운드화 공매도에 나서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영국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쏟아부으며 파운드화 방어에 나섰지만 다른 헤지펀드들이 소로스펀드와 공조해 총공세를 벌이면서 백기투항할 수 밖에 없었다. 소로스펀드의 그해 수익률은 무려 68%에 달했다. 현재 소로스의 자산은 249억달러(29조원)로 평가된다. 


한편 영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 홍콩 최대 거부 리카싱 청쿵홀딩스 회장은 브렉시트의 직격탄을 맞았다. 브렉시트가 확정된 지난 24일 홍콩증시에 상장된 리카싱의 기업은 대폭락을 면치 못했다. 청쿵인프라홀딩스(長江基建)가 5.47% 하락했고,CKH홀딩스(長和)는 5.07%,파워에셋홀딩스(PAH, 電能實業)는 4.76% 각각 폭락했다.

금융서비스 기업 딜로직에 따르면 리카싱은 1995년 이후 작년까지 20년간 영국에 약 520억달러(약 59조원)를 투자했다. 이는 같은 기간 모든 중국 기업의 대(對) 영국 투자액 360억달러(40조원)를 웃도는 규모다. 투자 분야도 영국 항구에서 소매, 기반시설, 휴대전화 사업까지 다양하다.

리카싱 회장은 “영국의 브렉시트는 영국 경제에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며 유럽 전체의 경제에 강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영국이 EU 탈퇴를 선택할 경우 영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현재 자산 평가액은 279억달러(33조원)로, 지난 24일 6억3700만달러(7535억원) 손실을 봤다.


영국인 기업가 중에서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창업가가 EU탈퇴 충격파를 강하게 우려했다. 브랜슨은 “EU 가입 전 비즈니스는 무척 어려웠다”며 “브렉시트는 영국의 번영에 장기적으로 재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브랜슨은 50억달러(6조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금융시장 불안을 우려해 유럽 증시에서 투자금액을 모두 회수한 억만장자도 있다. ‘신(新)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한창이던 지난 23일 자신이 보유한 모든 유럽 주식을 매도했다.


군드라흐는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브렉시트 결과에 매우 놀랐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심리가 생각보다 더 급격히 움직였다”고 말했다. 앞서 군드라흐 대표는 이달 초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유로존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는 것은 물론 ‘종말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군드라흐가 이끌고 있는 더블라인캐피탈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현금 보유와 안전자산에 투자할 뜻을 공고히했다. 군드라흐의 자산은 13억8000만달러(1조6000억원)로 추산된다.

/cheon@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인턴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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