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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폴 앨런 MS공동 창업자의 '특별한' 홈리스 갱생 프로젝트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어느나라나 ‘홈리스’ 문제로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과거에는 홈리스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임시거처를 제공하는 등 기본적인 생존에 정책의 무게중심이 쏠려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라”라는 인디언 격언처럼 홈리스들을 다시 독립된 경제주체로 일으켜 세우려는 데 정책의 포커스가 맞춰지는 분위기다. 무작정 지원하기보다는 사업 실패와 같은 한순간의 실수로 삶의 희망을 잃고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홈리스들의 갱생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보조금 지원, 일자리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오랫동안 사회와 담을 쌓아온 홈리스들이 다시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을 대표하는 부호의 한 사람인 폴 앨런(Pual Allen, 63)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앨런은 얼마전부터 홈리스들을 위한 ‘집을 짓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앨런은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창업 8년만에 호지킨스병 진단을 받고 회사를 떠났지만, 당시 매각한 지분 덕분에 엄청난 부를 손에 넣었다. 이 부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직접 회사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프로 농구와 미식축구 스포츠단을 소유하고, 다양한 혁신 산업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승부사로서의 모습은 지속하고 있다.

그런 그가 정열적으로 참여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자선활동인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이 콤파스 주택 연합(Compass Housing Alliance) 프로젝트다.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콤파스 주택 연합은 홈리스들을 위한 공동 거주 시설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콤파스 주택 연합이 만드는 주택은 단순히 홈리스에게 머물 곳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격리하며 혼자만의 삶을 살았던 홈리스들을 ‘공동 주택’에서 생활하게 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법 자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콤파스 주택 연합은 컬럼비아 시티에 13채의 공동 주택을 짓고 있다. 특이한 부분은 이번 주택이 스틸 모듈이라는 새로운 건설 모델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스틸 모듈로 지어지는 첫번째 주택이 될 예정이다. 앨런은 이를 위해 100만달러(한화 약 11억원)를 지원했다. 엔젤라인스트리트(Angeline Street)와 39번가(39th Avenue)의 남쪽에 지어질 예정인 이 지역사회는 여러개의 박스처럼 생긴 모듈로 구성된다. 모듈은 선박 컨테이너와 닮은 모양새이며, 한 층으로 이루어진 구조물로 휴대가 용이하다.

스틸 모듈로 이루어진 홈리스 주거지역. 선박용 컨테이너와 닮았다.

지어진 모듈 주택은 홈리스 가운데에서도 갱생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우선 제공된다. 스틸 모듈은 홈리스들을 위한 집으로써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받는다. 콤파스 주택 연합의 대표인 자넷 포프(Janet Pope)는 스틸 모듈이 기존의 구조물보다 1/3가량 저렴한데다가 텐트나 나무로 된 집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밝혔다. 덕분에 컬럼비아 시티로부터 홈리스들을 위한 집단 시설로 허가를 받기도 했다. 이번 주택 건설을 통해 많은 노숙인들이 길에서 영구적인 주거 인구로 편입될 수 있을 것이다.

포프는 이번 컬럼비아 시티에서 홈리스들을 위한 스틸 모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콤파스 주택 연합은 다른 NGO들과 함께 스틸 모듈을 사용한 프로젝트를 더 많이 추진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미국에서 이전엔 이뤄지지 않았던 주택 건설의 방법 중 하나라며, 컨테이너와 같은 스틸 모듈의 특성상 집을 짓는 속도도 매우 빨라질 것이라 강조했다. 

위에서 바라본 조감도.

12월에 문을 열 예정인 이번 지역사회는 이곳에 입주할 홈리스들이 애완동물이나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각 집마다 개인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는데, 주택과 세탁 시설은 공용이다. 이번 지역사회는 컬럼비아 시티에 3년동안 제공될 예정이다. 말 그대로 집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거리가 아닌 ‘집에서’ 사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어쩌면 홈리스들에게 가장 적합한 물고기 잡는 법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레이니어 벨리에 위치한 기존의 홈리스 거주 지역. 이들은 꾸준히 여분의 거주지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이것은 노숙인들에게 당신들도 이같이 남들과 함께 어울리며 살 수 있고, 집이 있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저 언제까지나 집을 얻고 지역 사회의 보호를 받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스틸 모듈에서 직접 그 생활을 체험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고, 또 다른 이들을 격려하는 방법도 배운다. 현재 홈리스들은 컬럼비아 시티에서 승인한 홈리스들을 위한 기존 거주 지역인 레이니어 밸리(Rainier Valley)에 살고 있는데,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하지만 앨런의 이번 기부를 순수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앨런이 창업한 불칸(Vulcan)의 부동산 사업부가 최근 몇년간 시애틀(Seattle) 빌딩 붐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부동산 사업 투자가 일자리를 생성하고, 지역 사회를 재활성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역의 비균형적 발전을 불러왔고, 갈등을 불러일으키도 했다. 덕분에 이번 100만달러 기부를 오직 대중을 위한 일로 볼 수 있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콤파스 주택 연합은 이번 홈리스 주택 산업은 폴 앨런의 이익과는 전혀 먼 사업이며, 순수히 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지역 사회를 위한 자선 행위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폴 앨런이 시애틀에서 나고 자랐을 뿐 아니라, 이번 사업이 한때의 현혹성 이벤트가 아니라 홈리스들의 영구적인 갱생을 위한 것이라고도 역설했다.

폴 앨런의 실제 의도가 무엇인지는 그만이 알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콤파스 주택 연합의 프로젝트가 결과론적으로 홈리스들의 갱생과 지역 사회의 정화를 위한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 에드 머레이(Ed Murray)는 홈리스들의 갱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주택을 제공하는 것은 그들을 감옥에 가두는 것보다도, 정신 병원의 침상을 늘리는 것보다도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를 8년만에 떠났던 폴 앨런의 현재 자산은 181억(한화 약 20조8000억원)달러에 달한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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