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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오트쿠튀르 시승기-英왕실 품격 높이는 ‘재규어 XJ'
[편집자주]글로벌 슈퍼리치는 자신에게 어울릴 ‘오트쿠튀르’(최고급 맞춤복) 같은 최고급 자동차를 원한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가 정의한 ‘오트쿠튀르’는 독특한 디자인과 섬세한 기술이 결합한 ‘최상의 럭셔리’다. 결국 전 세계 부호들이 차량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것은 상향 표준화된 주행성능은 물론 브랜드의 품격과 미적 감성이다. 슈퍼리치에게 자동차는 단순히 ‘탈 것’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에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은 사회지도층과 부호들이 즐겨타는 플래그십 모델(기함ㆍ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급 모델)의 ‘오트쿠튀르’ 시승기를 소개한다.

재규어 플래그십세단 ‘XJ’ 롱휠베이스 외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Brexitㆍ브렉시트)으로 영국차 재규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엄밀히 말해 재규어는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소유하고 있지만, 전량 영국에서 제작ㆍ생산되기 때문에 브렉시트 영향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재규어의 플래그십세단은 ‘XJ’다. 영국 혈통인 재규어 XJ는 대대로 영국 왕실과 총리의 의전차량으로 사용됐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통상 특별 제작된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을 타지만 2012년 재규어 XJ 세미스테이트(준국가) 리무진을 타고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영국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캠브리지 공작 부인) 부부도 공식 행사에서 재규어 XJ 리무진에서 내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재규어 XJ는 영국 총리의 업무용 차량으로도 쓰인다. 브렉시트 역풍으로 오는 10월 사퇴 의사를 밝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역시 국내외 행사에 재규어 XJ 리무진을 타고 참석한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축구 영웅 데이비드 베컴이나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딸 스텔라 매카트니(디자이너)도 재규어 빅팬이다.

재규어 XJ 리무진에서 내리는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

재규어 XJ 리무진을 업무용으로 타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영국의 품격을 높이는 재규어 XJ ‘3.0디젤 프리미엄 럭셔리 LWB(롱휠베이스)’를 시승했다. 차체 길이가 5255mm로, 경쟁모델 벤츠 S클래스(5250mm), BMW 7시리즈(5238mm)보다 길다. 반면 전고는 1460mm로, 벤츠(1500m), BMW(1479mm)보다 낮다. XJ가 웅장하면서도 동시에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이유다.

XJ는 분명 럭셔리차 시장의 트렌드를 따르는 고분고분한 순응자는 아니다. 보수적인 독일차나 호화로운 이탈리아 차와는 다른 영국 특유의 개성을 뿜어낸다. 최적의 균형과 감춰진 강력한 선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글래머러스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XJ의 첫인상은 강렬하다. 어디서든 눈에 확 띄는 재규어만의 디자인 정체성이 있다. 비례감(프로포션)을 중시하는 재규어 전통에 따라 XJ의 보닛은 크고 길며, 옆면은 늘씬하고 매끄럽다. 다소 낮은 지붕을 지나면 날렵하게 떨어지는 후면부와 만나게 된다.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안 칼럼 재규어 수석디자이너는 지난 1월 뉴XJ 론칭을 위해 한국을 방문해 “역동성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선을 최소화했다”며 “특히 수평선을 중시해 전진성과 스피드를 살렸다”고 말했다.

전면부의 커다란 사각 메쉬망 그릴과 그 중앙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재규어의 머리형상은 어디서봐도 재규어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더블제이(JJ) 블레이드’로 불리는 주간 주행등은 봉긋 솟은 4개의 헤드램프 역사를 지닌 재규어의 존재감을 계승했다. 

재규어 플래그십세단 ‘XJ’ 롱휠베이스의 주행 모습

웅장한 외관에 비해 실내는 모던한 편이다. 채우기보다 덜어낸 인상이다. 대시보드는 가운데가 깊이 들어간 타원형으로 운전자를 감싸는 듯하다. 호화 요트의 랩어라운드(끝이 굽은)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테리어와 관련해 칼럼은 “물리적으로 볼 때 건축학적인 구성을 심플하고 대담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음향 볼륨 위치 등 무엇이 어디에 있는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칼럼은 “전체 구조를 심플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디테일을 돋보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럭셔리 측면도 진일보됐다. 에어컨 통풍구와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조ㆍ오디오 장치가 있는 부분)에 강렬하면서도 절도있게 들어간 크롬장식이나 시동을 걸면 튀어나오는 매립형 기어 조그셔틀은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했다. 우드와 가죽이 섞인 운전대는 그립감을 높인다. 좌석의 잔잔한 스티치는 심플함을 더했다. 그러나 ‘3.0디젤 프리미엄 럭셔리’는 롱휠베이스 5개 트림 중 가장 낮은 단계로, 좌석 안쪽 다이아몬드 패턴의 퀼팅 가죽시트는 장착되지 않았다.

실내 인포테인먼트는 자체 개발한 인컨트롤 터치 프로(Incontrol Touch Pro)를 적용해 ‘커넥티드카’에 한발 더 다가섰지만 경쟁차량에 비해 눈에 띄는 강점을 찾기는 힘들다. 센터페시아의 8인치 터치스크린은 내비게이션, 음향, 휴대전화 연결 조작을 할 수 있지만, 헤드업디스플레이나 콘트롤러를 이용해 시스템을 제어하는 등 첨단기능은 없다. 다만 고급차에 적용되는 메르디안 오디오 시스템은 14개 스피커로 서라운드 음향을 제공해 주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재규어 플래그십세단 ‘XJ’ 롱휠베이스의 실내

기사가 달린 ‘쇼퍼드리븐’ 차량인 만큼 뒷좌석 승차감이 궁금했다. 재규어 특유의 경사진 지붕선 때문에 머리공간이 다소 비좁은 감은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두개로 나뉜 선루프와 5m20cm가 넘는 차체 길이가 이를 상쇄시킨다.

무릎공간도 좁은 편이다. 항공기 비즈니스클래스의 안락함과 안마기능이 갖춰져 있지만 다리받침 같은 편의사항은 XJ 전 모델에서 찾아볼 수 없다.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폴딩기능이 추가된 10.2인치 스크린은 iPad 보다 16% 큰 화면, 53% 밝은 디스플레이로 선명도를 높였다.

XJ를 타고 서울외곽 300km를 달렸다. 전형적인 ‘회장님 차’이지만 성공한 사업가의 오너드리븐 차량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주행감각은 탁월했다. 저속주행일 때는 차량에 운전자가 압도당하는 느낌이지만, 시속 60km/h를 넘어가면 2t의 무게가 무색할 만큼 날렵한 ‘재규어’로 둔갑한다. 그칠줄 모르는 가속본능과 운전대를 움직일 때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바퀴, 매끄러운 핸들링은 가히 명품이다.

롱휠베이스이지만 신기할 정도로 운전은 편하다. 강성은 키우고 무게는 줄인 첨단소재 알루미늄 차체가 외관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을 깨고 주행 경량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경쟁차량인 BMW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와 비교해 스포티한 주행감각으로 호평을 받는 이유를 짐작케 했다. 주행 중 뒷좌석 승차감도 안전성과 편안함이 뛰어나다.

재규어 플래그십세단 ‘XJ’ 모습

3.0리터 6기통 디젤엔진은 주행 퍼포먼스는 물론 연료 경제성 모두 잡았다. 300km를 달렸지만 연료는 계기판 위 첫째칸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복합연비는 12.1km/ℓ(도심 10.4km/ℓㆍ15.0km/ℓ).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300PS,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71.4kg.m의 힘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데는 6.2초가 걸린다.

눈, 비, 자갈 등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ll Surface Progress Control, ASPC) 기능은 장대비가 퍼붓는 야간운전에도 알아서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유연한 주행을 가능케 했다.

가격은 1억4600만원. 영국민이 결정한 ‘뜻밖의’ 브렉시트로 파운드화가 폭락하면서 재규어 차량의 가격인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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