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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소녀들의 공유경제’로 단숨에 美 최고 장난감… 레고 잡는 ‘숍킨스’의 젊은 부호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 오래된 밭에서도 꽃은 피게 마련이다. ICT, 금융공학, 대체에너지 같은 혁신 산업이나 석유, 부동산 같은 규모의 산업영역에서만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하는 듯 보이지만, 낡고 오래된 산업에서도 남다른 철학과 아이템으로 무장한 새로운 부호들이 소리없이 탄생하고 있다.

얼마전 자산 10억달러 이상의 ‘빌리어네어’의 자리에 오른 호주의 장난감 기업 ‘무스’(Moose Enterprises)의 CEO 매니 스툴(Manny Stul, 67)도 그런 인물 중 한 사람이다. 무스는 지난달 호주의 주간 경제지 비즈니스리뷰위클리(BRW)가 발표한 부자 200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무스의 지난해 매출은 6억호주달러(한화 약 5133억원), 스툴 가족의 재산은 12억 4000만호주달러(한화 약 1조 608억원)로 추정된다. 

'매니 스툴' 무스 장난감 CEO

스툴에게 어마어마한 부를 가져다 준 무스의 대표 장난감은 ‘숍킨스’(Shopkins)다. 고무 재질의 쇼핑백과 함께 손가락 한마디만한 미니어쳐 고무 인형들이 함께 포장돼 있는 얼핏보면 기존에 있던 장난감과 별 다를 게 없는 구조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새로운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숍킨스 제품들은 소녀들이 이른바 ‘소꼽장난’ 하기 좋은 다양한 캐릭터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인물들은 물론 컵케이크, 과일, 아이스크림 등 부수 아이템만 수백가지다. 그런데 숍킨스 제품들은 소비자가 고르는 구조가 아니다. 인형 세트를 랜덤으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뭐가 걸릴지 소비자인 소녀들은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이미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 또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겹치는 캐릭터가 있으면 친구들끼리 교환을 하고, 다른 종류를 모으기 위해 계속해서 구입하기도 한다. 일종의 소녀들의 ‘벼룩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남자 아이들이 야구나 농구 카드를 뽑고 겹치면 서로 교환하고, 희소성 넘치는 카드에는 웃돈이 붙고 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가깝게는 일본을 중심으로 어린이들 사이에 대히트하고 있는 ‘유희왕’류의 카드게임과도 사업 모델의 유사성이 발견된다. 공유경제의 원리가 가미된 것이다. 숍킨스는 지난해부터 미국의 초등학교 여자 아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2015년 올해 최고의 장난감’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2억 4000만개가 팔렸다. 

숍킨스

마텔과 레고 등 거대 기업이 지배하는 장난감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무스의 CEO 매니 스툴은 지난 11일 모나코에서 열린 EY 최우수 기업가상(World Entrepreneur of the Year) 시상식에서 ‘세계 최고 기업가’상을 받기도 했다. 호주 출신 기업인으로는 처음이다. 

매니 스툴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폴란드계 난민의 아들이다. 그의 부모가 호주로 망명을 오면서 호주에 정착했고, 난민캠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돈버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번 돈으로 1974년 스칸센이라는 유리제품 회사를 창업했다. 그리고 이 회사를 호주 최대 회사로 키워내 호주 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2000년, 그가 스칸센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인수한 회사가 바로 장난감 회사 무스다.

스툴이 인수 당시 무스는 파산 직전이었다. 하지만 스툴은 숍킨스라는 새로운 장난감으로 무스를 세계가 주목하는 장난감 기업으로 키워냈다. 약 15년만에 무스의 매출은 400만달러에서 6억달러로 늘어났고, 80개국에 장난감을 파는 회사로 성장했다. 10명에 불과하던 직원 수는 현재 약 150명이다. 부인과 아들도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멜버른에 약 50명, 중국 공장에 약 100명의 직원이 있다. 

숍킨스의 종류는 150개가 넘는다.

하지만 스툴이 무스 인수 후 항상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은 아니다. 2007년에는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가 있었다. 무스 제품에 마약류 성분의 화학물질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장난감인만큼 문제가 컸다. 하지만 이는 장난감을 생산하는 중국 회사에서 더욱 싼 값에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임의로 성분을 대체해 일어난 문제였고, 스툴은 이를 알지도 못했다. 여기서 스툴의 대응이 빛을 발했다. 스툴은 무스 본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문제가 된 모든 장난감을 리콜했고, 회사의 생산 과정 등 모든 것을 공개했다. 결국 채권단과 합의에 이를 수 있었고, 이후 다시 기업이 회생하는 계기가 됐다.

숍킨스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에도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녀 제품 중 15가지가 무스의 제품이었다. 스툴은 이미 포화 상태인 장난감 업계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로 다른 사람의 것을 따라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고 나만의 일을 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혁신을 강조하는 만큼 단순히 장난간 판매 뿐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장난감 놀이를 알려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분명한 목표를 따르는 회사라며, 혁신보다도 중요한 회사의 가치를 역설했다. 앞으로의 무스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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