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링컨vs대처, 세계석학이 뽑은 브렉시트 타개할 리더상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국제정치학 이론 중 ‘패권안정론(Hegemonic stability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패권국(覇權國)이 그 외의 국가들과 충분한 힘의 격차를 유지하고 질서를 통괄할 때 가장 안정적이라는 이론이다. 힘의 균형이 깨지면 그 후에 도래하는 무질서로 오히려 평화가 깨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9세기 패권국이었던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Brexitㆍ브렉시트)를 결정하며 200년이 지난 지금 세계를 충격 속에 몰아넣고 있다. 브렉시트 후폭풍은 기존 시스템을 동요시키며 ‘패권안정론’이 우려했던 무질서의 단면을 보여주는 양상이다.

브렉시트 후폭풍을 잠재울 리더상은 누구일까. 앙겔라 메르켈(왼쪽부터) 독일 총리, 존 F 케네디 미국 35대 대통령, 마가렛 대처 영국 전 총리, 에이브라함 링컨 미국 16대 대통령

특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도했던 수장들, 즉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절 패라지가 잇달아 사퇴를 선언하면서 영국내 불안정은 극에 달하고 있다. 브렉시트 충격을 책임지고 타개할 리더십 부재가 더 큰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의 리더십 위기가 노골화하자 현지 유력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세계적인 석학들에게 브렉시트 구원투수가 될 리더상을 물었다. 그 결과, 역대 최고 지도자들 가운데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라함 링컨이 난국을 타개할 인물로 가장 많이 언급됐고, 현존하는 지도자 중에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꼽혔다.

▶‘심사숙고’ 링컨=에이미 에드먼드슨(Amy Edmondson) 하버드경영대학원 리더십 및 매니지먼트 교수는 “가장 다급하게 필요한 리더의 덕목은 구조적으로(systemically)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링컨을 롤모델로 들었다.

에드먼드슨 교수는 “구조적인 사고는 외부사건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고도의 겸손함을 가지고 다른 이들과 협력해서 일을 진행하게 한다”며 “링컨은 모든 각도에서 문제를 직시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 경쟁자를 팀에 포함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핼 그레거센(Hal Gregersen) MIT리더십센터 대표이사도 링컨을 해결사로 지목했다. 그레거센은 “올바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며 “더 심각한 불안정성을 사전에 예방하고, 방해가 되는 사건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레거센은 “링컨은 ‘연구를 통한 리더(leading-through-inquiry)’의 대명사”라고 호평했다. 일례로 링컨의 강한 호기심은 법학을 마스터하고, 웅변기술을 연마하도록 했으며, 링컨을 수년간 정치적으로 위험한 환경에 처하게 하기도 했다. 또 “링컨은 깊은 관찰력과 그에 못지 않은 성찰력으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졌고, 거칠고 투박한 질문은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졌다”고 그레그센은 설명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링컨을 역사의 위대한 ‘대통합자(unifier)’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현실주의’ 대처=1979년부터 1990년까지 영국 보수당을 이끌며 ‘철(鐵)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가렛 대처도 브렉시트 혼란에 절실한 리더상으로 언급됐다.

허미니아 아이바라(Herminia Ibarra)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교수는 “리더십은 대부분의 경우 긴급하게 필요한 것이 특징인데 ‘사악한 문제’들을 창조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악한 문제들은 좌우를 통틀어 과거 그 어떤 모델을 적용하더라도 풀 수 없다.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고 흥미를 끄는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대중을 끌고 나갈 수 없다”며 “지금 이 시대를 이끌 리더로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를 꼽겠다”고 말했다. “대처는 자기 생각을 숨김없이 말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어 자신의 결정을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실용주의’ 메르켈=현존하는 리더들 가운데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물망에 올랐다. 줄리언 버킨쇼어(Julian Birkinshaw) 런던경영대학원 전략 및 기업가정신 교수는 “실용주의(pragmatism)로 무장하고, 개인적 야망이 적으며, 필요할 때 강한 이념적 포지션을 밀어붙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오늘날 지도자 가운데 메르켈 총리가 그같은 기질을 혼합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버킨쇼어 교수는 “리더는 자신의 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전복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해야 한다”며 “메르켈은 다른 진영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소통주의’ 케네디=버킨쇼어 교수는 역대 지도자들 중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영웅을 원하지 않는다. 단호한 리더를 원한다”며 “지도자는 올곧은 감정적 지식과 실용적인 측면, 그리고 적들을 용서할 수 있는 아량도 갖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 실례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을 들었다.

버킨쇼어 교수는 “우리는 논쟁에 밀접하게 개입하지 않는 총리가 필요하다”며 “경쟁적인 이해관계에서 험로를 헤쳐나갈 수 있는 그런 총리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장기비전' 간디=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지도자상으로는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언급됐다. 기안피에로 페트리그리리(Gianpiero Petriglieri) 인시아드 조직행동학 부교수는 “현실적인 희망을 원대하게 펼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간디를 들었다. 현실적인 희망이란 처한 환경의 복잡성과 힘든 도전을 감안한 희망을 말한다.

페트리그리리 교수는 간디가 보여준 신뢰와 효율성은 “그의 행동뿐 아니라 포기에서도, 성취뿐 아니라 인내에서도, 열정뿐 아니라 저항에서도 기초한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리더십(비전, 스타일, 유산)에 덜 사로잡힌 지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대통합' 만델라=같은 맥락에서 페트리그리리 교수는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도 훌륭한 지도상으로 꼽았다. 그는 필요한 리더십 덕목을 시인 존 키츠(John Keats)가 말한 ‘부정적 수용능력(Negative Capability)’에 비유했다. 부정적 수용능력이란 불확실한 현실에서 존재하는 방법으로, 모든 경험에 대해 마음을 열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말한다.

페트리그리리 교수는 “의견이 다른 진영이 서로 충돌해 서로 들끓게 하고, 거부하게 하고, 그리하여 폭발하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극단으로 치닫는 ‘열정’을 초월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만델라 같은 지도자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의사결정론자’ 처칠=프레드문트 말리크(Fredmund Malik) 말리크매니지먼트연구소 창립자 겸 회장은 “리더는 복합한 사안을 이해하고 역동적이면서 예측 불가능성 체제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이 필요하다”며 윈스턴 처칠이 지도자상이라고 말했다.

말리크 회장은 처칠을 2차 대전 종국에 ‘승리를 조직한 인물(the organiser of victory)’라고 극찬했다. 그는 “지도자에게는 과거에나 통용되던 여론 형성 수단을 제거하는 용기도 요구된다”며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내고 지난 세기에 걸쳐 깊이 쌓여온 근원을 수렴하는 결정도 해야 한다”면서 탁월한 의사결정론자였던 처칠을 예로 들었다.

▶‘재건주의’ 마샬=2차대전 후 독일과 유럽을 재건시킨 조지 마샬 전 미국 국무부ㆍ국방부 장관도 적합한 리더로 언급됐다.
말리크 회장은 “리더는 혁신적인 방법과 수단 그리고 절차들을 사용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양쪽 진영이 해법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모두 필요로 하는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2차 대전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 활약했던 마샬이 유럽 재건을 위해 고안했던 ‘마샬 플랜’에 후한 점수를 줬다.

이밖에도 ‘리더십 도전(The Leadership Challenge)’ 공동저자 짐 커지스(Jim Kouzes)와 배리 포스너(Barry Posner)는 “지금의 위기는 ‘변혁적인 리더십(transforming leadership)’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학자 제임스 맥그레거 번스(James MacGregor Burns)를 인용해 “조직 구성원의 사기를 고취시키고 미래의 비전과 공동체적 사명감을 강조해 장기적 목표 달성을 하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아가 “위기해법을 내놓는 지도자는 단 한명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팀’”이라고 강조했다.

‘합리적 낙관주의’도 주요 덕목으로 꼽혔다. ‘강자는 어떻게 몰락하는가(How the Mighty Fall)’,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의 저자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지금은 ‘5단계 리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5단계 리더란 매우 능력있는 개인(1단계), 공헌하는 팀원(2단계), 유능한 관리자(3단계), 유능한 리더(4단계), 경영자(5단계) 중 최고 단계인 경영자 단계를 말한다. 5단계 경영자는 ‘진실한 겸손과 강렬한 직업적 의지를 함께 갖춘 리더’를 뜻한다.

콜린스는 브렉시트 타개책을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에 비유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포로였던 해군제독 ‘짐 스톡데일’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비관적인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한편, 앞으로 잘될 것이라는 굳은 신념으로 냉혹한 현실을 이겨내는 합리적인 낙관주의’를 말한다.

콜린스는 “영국은 스톡데일이 직면했던 순간들의 한가운데 있다”며 “5단계 리더는 가장 참혹한 현실과 직면해서도 더 큰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불굴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heon@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인턴디자이너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