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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패션 거장 칼 라거펠드, ‘트럼프 콘도’ 내부 디자인 맡는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나는 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한다.”

하얀 백발의 포니테일 머리,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늘 새로운 모습으로 세계를 깜짝 놀래키는 칼 라거펠드(Karl Lagerfeldᆞ82) 샤넬 수석 디자이너.

패션계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업 분야와 협업을 즐기는 칼 라거펠드가 최근 또 한번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들고 나타났다. 미 공화당의 강력한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와 손을 잡은 것. 정확히 말하면 트럼프가 이끄는 부동산 사업과의 파트너십이다.

칼 라거펠드

지난 9일(현지시간), 경제 전문지 포천은 칼 라거펠드가 트럼프 그룹이 소유한 아쿠아리나(Acqualina) 리조트 실내 로비 디자인을 담당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쿠아리나 리조트는 플로리다 남부 서니 아일즈 비치(Sunny Isles Beach)에 위치한 50층짜리 럭셔리 콘도다.

현재 운영 중인 이 콘도는 5개 레스토랑과 각종 스포츠장, 반려동물 산책장소 등 굉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소 390만달러(약 45억원) 이상 보유한 부유층을 고객으로 받는 만큼,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가(街) 투자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단독 회의방도 따로 구비돼 있다. 플로리다 앞바다의 자연 풍광과 고급 서비스로 연중상시 265개 객실 중 빈 방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쿠아리나 스파 앤 리조트 전경

리조트 풀장 모습

아쿠아리나의 한 실내 건설 책임자는 “기발함의 아이콘인 라거펠드와 기상천외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며 라거펠드 영입 이유를 밝혔다. 라거펠드는 “신선하고 은빛이 맴도는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며 디자인 구상에 대해 귀띔했다.

▶유망한 디자이너에서 패션계 ‘아웃사이더’로…라거펠드의 ‘독특’ 이력=펜디와 샤넬 수석 디자이너로 최고의 명성을 쌓은 칼 라거펠드의 또 다른 별명은 패션계의 ‘아웃사이더’다. 디자이너로서 평생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 붙여진 별명이다. 언뜻 별난 사람이란 뜻으로 해석되기 쉽지만 이 속엔 많은 사람들의 존경심이 깃들어 있다.

1952년 독일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라거펠드는 국제 콘테스트 코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파리 패션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보수적이고 변화가 적은 파리 쿠튀르(고급 맞춤복) 문화에 환멸을 느끼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이력들을 쌓기 시작한다.

끌로에와 펜디, 샤넬에 들어가기 전 라거펠드는 프랑스의 대표 슈퍼마켓 체인점 모노프리(Monoprix)에 브랜드 디자인을 제공하며 디자이너로서는 이색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이름있는 대회에서 당선을 하면 개인 스투디오를 차리고 고급복 디자인에만 집중하는 보통의 디자이너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오트쿠튀르에 ‘대중화’를 입히다=여러 브랜드들과 협업하면서 라거펠드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갖게 된다. 디자인에는 늘 창조적인 시각과 브랜드 정체성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

뚜렷한 신념을 갖고 1960년대 중반 칼 라거펠드는 당대 쿠튀르보다 한 등급 낮게 평가되던 기성복의 대중화 작업을 실현시켜 나간다.

펜디 더블F 로고

펜디와 손잡은 그는 당시 고루한 이미지와 무거운 옷으로 오명이 잦던 펜디에 더블F 로고를 선물했다. 거기에 새로운 직조 방식으로 가벼운 모피 제작에 성공하며, 펜디의 브랜드 이미지를 180도 바꿔놓았다.

그의 노력은 1982년 샤넬에 입성한 뒤에도 계속 되었다. 라거펠드의 다양한 변화와 파격적인 실험정신으로 샤넬의 오래된 클래식 이미지는 캐주얼까지 장착한 세련된 이미지로 점차 변화했다. 그 중심엔 ‘샤넬제국’을 가능하게 한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가 있었다.

▶패션에만 안주하지 않는 ‘창조’의 귀재…비결은 독서=30여년의 시간동안 샤넬 수장 디자이너로서 거장의 자리에 오른 그는 ‘고여있는 물’이 되기를 사양한다. 다양한 협업 활동으로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마돈나 콘서트 의상이나 비엔나 궁정 극장의 무대 의상을 디자인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Zaha Hadid)와 현대 미술과 패션을 융합시킨 샤넬 아트전을 기획하는가 하면, 저가 패션 브랜드 H&M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서슴지 않는다.

칼 라거펠드가 디자인한 듀퐁 라이터와 필기구. 강렬한 레드 컬러와 골드 디테일로 라거펠드의 세련된 감각이 반영됐다.

2011년에는 듀퐁 필기구와 라이터 디자인 제작을 맡았고, 매그넘 아이스크림 광고영상의 감독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단편 영화를 제작하고 마카오의 카지노기업인 SJM홀딩스와 호텔 디자인에 나서기도 했다.

라거펠드는 2014년 경쟁사 루이비통과 모노그램 가방 협업을 선보인 적 있는데, 국내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경쟁사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20만권 이상의 책으로 뒤덮인 라거펠드 자택 서재

라거펠드는 창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주저없이 “독서의 힘”이라고 답한다. 그의 답변처럼, 라거펠드는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학구파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책을 읽고 공상하기를 즐긴 그는 현재 출판업자이자 서점 7L의 주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자택에는 20만권 이상의 책이 서재를 한가득 채우고 있다.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처럼 보이지만 결국 라거펠드도 ‘주경야독’을 게을리하지 않는 노력파 디자이너였다. 끊임없는 창조와 성공의 비결은 멈추지 않는 지적 탐구가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현재 그의 자산은 1억2500만달러(1435억원)로 평가되고 있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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