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①스타벅스ㆍ네슬레, 수십년 전부터 ‘GO 할랄’…中도 약진
- 스타벅스, 무슬림 밀집 17개국 1200여개 매장…3년 간 매출 2.6조
- 30여년 전부터 ‘할랄 세계’ 준비한 네슬레, 업계 선구자 평가
- 中 이리그룹 등도 할랄 인증상품 매출 4년 새 30배육박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 “말레이시아 내 모든 스타벅스 매장 식음료는 할랄(Halal 또는 Halaalㆍ“허용된 것”이란 뜻의 아랍어) 인증 상품입니다. 무슬림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이 내용을 여러분 친구들에게 알려주세요”

커피 컵을 들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한 스타벅스 매장 매니저 [출처=스타벅스말레이시아 공식 트위터]

2011년 8월 5일, 스타벅스 말레이시아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한 내용 일부다. 걱정 말고 드시라는 ‘안심 공지’를 널리 퍼뜨려달라 호소한 이유가 있었다. 스타벅스가 이슬람 교도에 부적합한 첨가물을 넣었단 소문이 퍼져서였다. 

사실 스타벅스는 2000년대 초 무슬림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말레이시아 정부 할랄 인증을 받은 뒤 매장 수를 급격히 늘린 상태였다. 인구 62%가 이슬람교도인 나라에 들어간 글로벌 체인으로선 할랄 관련 루머는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발 빠른 대응이 통했는지 5년이 지난 지금 스타벅스는 말레이시아 내 매장을 209개까지 늘렸다. 동남아에서 ‘스벅’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이슬람 율법을 통과했단 인식이 널리 퍼진 결과다.

역시 선두주자들은 ‘노는 물(?)’이 다르다. 국내 일각에서 무주공산처럼 인식하고 있는 할랄 제품 시장은 글로벌 식품업계를 주도하는 거물급 사이에선 사실상 레드오션에 가깝다. KPMG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세계 할랄식품 시장 80%를 잡고 있다. 스타벅스는 할랄 인증을 받아야 진출 가능한 나라에서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다. 1980년대부터 관련 부서를 조직한 네슬레는 할랄제품 선구자로 불린다. 이슬람교도가 최대 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중국서도 현지기업 움직임이 재빠르다.

▶17개국 1200여개 매장…수억 명 무슬림 ‘러브콜’하는 스타벅스=하워드 슐츠(63) 스타벅스 회장의 개인자산(3조4000억원ㆍ30억달러)은 지난 6년 간 한 번도 줄지 않고 꾸준히 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를 크게 키웠기 때문이다. 미국 밖으로도 나가야 했다. 슐츠 회장에게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하는 무슬림 국가 진출은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1999년, 한국에 상륙한 스타벅스는 같은 해 이슬람 국가 진출도 본격화 했다. 아랍지역부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유명한 현지 파트너가 필요했다. 할랄 인증을 받는 데도 유리했다. 현지에서 120년 넘게 사업을 해 온 쿠웨이트 유통 재벌 알 샤야 그룹(Alshaya Group)과 손 잡은 이유다.

2000년대부턴 무슬림이 몰려 사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공략했다. 2004년엔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 나라엔 세계 3대 할랄인증 기구 자킴(JAKIM)이 있다. 교두보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 

2014년엔 세계에서 이슬람 신자(2억1200여만 명)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 진출도 마무리 했다. 이 나라 최초로 할랄 인증에 성공한 글로벌 커피체인이 됐다.

10여년에 걸친 노력은 성과로 돌아왔다. 2분기 현재 스타벅스는 인구 1억명 이상이 무슬림이거나 인구 절반 이상이 신도인 이슬람 국가 17개에 1252개 매장을 열었다. 미국을 뺀 69개국 매장 수(1만520개)의 12%를 차지한다. 지난 3년 간 무슬림 밀집지역서 문을 연 스타벅스는 매년 100개 이상씩 늘었다.

매출도 해마다 상승세다. 이슬람 신자 6억5670만 명이 모여사는 이들 지역에서 스타벅스는 2014년 이후 2조6780억원(23억3400만달러)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해외매출 대비 20∼30%에 달하는 돈을 할랄 인증이 필요한 지역서 쓸어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슬람 신자들까지 찾는 ‘미국 커피’ 스타벅스의 브랜드 가치(밀워드브라운 집계)는 최근 1년 간 49% 오른 435억6500만달러를 찍으며 상승률 1위에 올랐다. 포춘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식음료 분야에선 지구촌 선두다.

▶‘할랄 세계’의 거물이 된 선구자, 네슬레=세계 종합식품기업 중 시가총액 1위(270조4600억원ㆍ2375억달러)인 네슬레는 할랄 제품 시장에 진출한 역사가 30년 이상이다.
네슬레는 1992년부터 할랄제품 개발을 시작했다.1980년부터 회사 내에 할랄 관련 조직을 만들어 그룹 차원의 할랄 정책을 공식화 한 결과다. 자체적인 할랄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비(非)무슬림 기업 중엔 드문 경우다.


실적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이미 2007년 네슬레의 할랄 제품 매출은 3조4000억원(30억달러)을 가볍게 넘겼다. 전 세계에 할랄 인증을 취득한 공장 75개를 거느린 시점이었다.
네슬레는 할랄 정책을 꾸준히 유지하며 이를 매출 증대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2010년 세계 최대 할랄식품 생산업체가 된 이 회사는 2013년 할랄 인증제품으로만 5조7000억원(50억달러)이상을 벌었다. 자체 개발한 할랄 제품은 2012년 이미 300종류를 넘어선 상태였다.
지난해엔 할랄 매출 규모가 7조원에 육박했다. 전 세계 468개 네슬레 공장 가운데 34%에 해당하는 159개 생산기지가 할랄 인증 식품을 쏟아낸 결과다.

피터 브라벡 네슬레 회장 [출처=잇투모로우]

피터 브라벡(72) 회장은 이처럼 네슬레를 할랄식품의 ‘선구자’로 만든 공신 중 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1970∼1980년대부터 회사의 해외사업 부서 등에서 몸 담아온 브라벡 회장의 개인자산은 네슬레 지분 0.11%를 포함해 2920억원(2억547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中 식품부호도 할랄제품 생산 박차…4년 새 매출 30배=할랄 식품 시장에서 중국 부호들의 존재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이리(伊利)그룹은 대륙 내 최대 할랄제품 생산기업으로 손꼽힌다.
목축업이 발달한 내몽고 자치구에서 문을 연 이리그룹은 중국 내 유제품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주력하고 있는 품목도 유기농 할랄 우유 등 낙농식품 위주다.

이리 그룹 로고
 
유로모니터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이리그룹의 할랄 유제품 매출은 2010년 167억원(1454만달러) 수준에서 2014년 4840억원(4억2200만달러)로 수직상승했다. 4년 새 30배 가까이 폭증했다.

판강(46) 최고경영자(CEO)는 이리그룹의 할랄제품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꼽힌다. 회사 지분 3.9%를 쥔 그의 개인자산은 7283억원(42억50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factism@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인턴디자이너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