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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②꿈틀대는 2.4조 ‘할랄 M&A’몰린 큰손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 “16억∼17억명 선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무슬림들은 이미 2014년 1290조원(1조1270억달러)을 먹고 마시는 데 썼다. 이는 2020년 1816조원(1조5850억달러)까지 늘 전망이다.” -살람게이트웨이ㆍ톰슨로이터 2015년 10월 보고서 발췌


셈법에 밝은 ‘그들’, 즉 글로벌 큰 손들이 위와 같은 기회를 몰랐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슬람 율법을 통과한 상품 생산업체들은 글로벌 인수합병(M&A)시장의 꽃이 되고 있다. 국내에는 생소한 거대 투자가나 식품 부호들이 관련 분야에 깊이 뛰어들어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식품 관련 기업 및 투자자들은 최소 500건의 M&A를 성사했다. 이 가운데 70건 이상은 할랄 인증 식품기업들이 그 대상이었다. 매입가격 등으로 따진 시장규모는 우리 돈 2조4070억원(21억달러)에 달했다.

▶파키스탄 자수성가, 사우디 판 ‘맥도날드’ 확장에 박차=지난 4년 간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할랄 인증 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쿠두(KUDU)’다. 1988년 세워져 현지에만 매장 290개 이상을 거느린 회사다. 

무슬림들이 먹어도 무방한 재료로 햄버거ㆍ샌드위치 등을 선보이는 이 체인은 아브라아즈(Abraaj)그룹이 2014년 약 4억 달러(4600억원)를 주고 사들였다.

아브라아즈 그룹은 파키스탄 출신의 자수성가 투자가 아리프 나크비(56)가 저축한 자금 5만달러를 들고 2002년 창업한 사모투자회사다. 런던정경대(LSE)를 졸업한 나크비는 창업 14년 만에 회사를 두바이와 파키스탄 카라치ㆍ런던ㆍ뉴욕 등 세계 22곳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현재 95억달러(11조원) 규모 자산을 운용 중인 이 회사는 쿠두 등 최소 113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아리프 나크비 아브라아즈 그룹 회장 [출처=유니크파키스탄]

나크비의 이같은 움직임은 아브라아즈 그룹의 성향과 쿠두 측의 사세 확장 계획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그의 회사가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지역은 동남아시아ㆍ아랍ㆍ아프리카 등이다. 성장세가 꾸준하지만 경제규모는 크지 않은 국가에 집중돼 있다. 

아울러 쿠두는 최근 사우디를 넘어선 신 성장동력을 찾고 있었다. 이른바 글로벌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대규모 M&A에 즈음해 미국 버거킹과 파파이스 등을 거친 고위임원진을 선임한 것도 그래서다. 나크비가 인수 직후 “우리의 투자는 쿠두의 영향력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이 주도해 만든 억만장자 자선단체 ‘더 기빙플레지’에도 가입한 나크비의 개인자산은 최소 10억달러 가량으로 추산됐다. 


▶쿠웨이트ㆍUAE업체 한꺼번에 사들인 글로벌 ‘닭고기王’
=이슬람 문화권과 전혀 관련 없는 기업들도 일찌감치 할랄 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게 브라질 육류가공ㆍ생산기업 BRF다.

이 회사는 재작년 아랍 시장에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할랄 식품기업 2개를 한꺼번에 인수했다. 쿠웨이트 식품기업 알 야스라(Al Yasra Food Co)와 아랍에미리트(UAE)의 패더럴푸드(Federal Food)다. 둘을 합친 인수가격은 1억8000만달러(2070억원)다. 지난 4년 간 성사된 할랄기업 M&A 중 세번 째로 크다.

언뜻 보기엔 비싸지 않은 인수 가격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거래의 의미는 단순한 금전적 가치를 웃돈다. 20여년 간 할랄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 온 글로벌 업체 BRF가 아랍지역 주요국가에 속하는 쿠웨이트와 UAE에 직접 진출해 수익을 극대화 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톰슨로이터 등 시장조사기관들도 “(이번 인수가) BRF의 지역 마케팅 확대와 할랄식품 생산 수직계열화에 기여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아빌리오 디니즈 BRF 회장

이처럼 BRF가 적극적으로 할랄식품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또 있다. 아랍인들이 주로 먹는 육류 중 하나인 닭고기 때문이다. BRF는 세계 최대 닭고기 수출업체 중 하나다. 하루에 가공하는 닭만 700만 마리에 달한다. 기타 육가공 분야 등을 합친 연간 매출은 지난해 기준 81억4000만달러(9조3500억원)를 찍었다. 

현재 뉴욕증시에 상장돼 시가총액 125억달러(14조3000억원)인 이 회사는 브라질의 대표적인 재벌 2세 아빌리오 디니즈(80)가 이끌고 있다. 포브스가 집계한 디니즈의 개인자산은 38억달러(4조3600억원)로 현지 9위 수준이다. 

factism@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인턴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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