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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15억원에 석방' 홍콩 정경유착 화신, ‘옥중지배’로 자산 1조 불려
-홍콩 최악 부패 스캔들로 구속된 부동산 재벌2세, 형기 50%도 안 채우고 보석
-수감 중 지분확대ㆍ배당 및 연봉 수령…부호순위도 상승
-석방 적당성ㆍ경영복귀 여부 등 논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 홍콩 최대 부패 스캔들로 지난해 1월 감옥에 갔던 현지 부동산 재벌 2세가 있습니다. 토마스 쿽(64) 순흥카이(新鴻基)그룹 전 회장입니다. 

홍콩 최대 상속자 중 한 명인 그는 지난 12일 우리 돈 약 15억원(1000만 홍콩달러)을 내고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형기를 절반도 마치지 않고 석방됐죠. 홍콩 최고위 공무원들이 연루된 이 사건에서 그가 내야 했던 ‘신체적 자유’의 대가는 20억원이 채 안 됩니다. 

보석으로 석방되는 토마스 쿽 순흥카이 그룹 전 회장(가운데 안경 쓴 백발 인물)[출처=차이나데일리아시아]

쿽은 이 돈을 아까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단순히 죗값을 돈으로 대신해서가 아닙니다. 옥중에 있던 1년 6개월여 동안 그의 개인 자산이 천문학적으로 뛰었기 때문인데요. 과연 얼마나 올랐을까요. 우리 돈 1조원이 넘습니다.

▶수감 중 ‘대리청정’하며 회사지분 확대…부호 순위 올라=토마스 쿽은 홍콩 부동산업계 거물 순흥카이 가(家) 둘째 아들입니다. 그의 아버지 고 쿽탁생(郭得生)이 근 30년 간 일군 이 회사는 현재 리카싱(88) 회장의 청쿵프로퍼티홀딩스와 함께 홍콩 1ㆍ2위를 다투는 땅 개발 기업이 됐죠.

가업을 물려받은 쿽은 그러나 재작년 7월 뇌물수수 관련 조례 위반으로 현지 부패단속기관 염정공서(廉政公署ㆍICAC)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라파엘 후이(許仕仁ㆍ67)당시 홍콩 정무사장(총리급)에게 지난 2005년부터 뇌물을 주고 토지 매각정보를 받은 혐의였습니다. 현지 언론들이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특히 2007∼2009년 간 후이 전 정무사장에게 18억원(1180만 홍콩달러)을 전달합니다. 결국 같은 해 12월 쿽은 징역 5년형을 선고받습니다. 벌금 7500여만원(50만 홍콩달러)도 더해졌습니다. 

2014년 홍콩 염정공서(ICAC)는 토마스 쿽 순흥카이그룹 당시 회장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차에 탄 쿽 회장 모습(사진 오른쪽)[출처=허쉰망]

그러나 옥살이 중에도 그의 돈줄은 꾸준히 불었습니다. 순흥카이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징역형 선고 즈음인 2015년 1월 73억5000만달러였던 쿽의 자산은 현재 82억4000만달러가 됐습니다. 1년여 간 우리 돈 1조143억원(8억9000만달러)을 늘린 것입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수년 전 부터 아들이자 창업주 3세인 애덤(Adam) 쿽(33)을 대리로 내세워 회사를 계속 장악해왔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쿽이 구속된 2014년 12월 ‘대리’ 꼬리표를 뗀 애덤은 아버지의 후광으로 회사 지분을 기존 16%대에서 21%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자산기준 홍콩 4위 부호입니다. 작년보다 순위를 한 단계 올렸죠.

▶현금배당ㆍ연봉도 모두 챙겨=이렇게 늘어난 주식으로 받은 현금배당도 천문학적입니다. 쿽이 기소시점 이후 2 회계연도 간 수령한 배당은 5207억원(35억5000만 홍콩달러)입니다.

이 뿐 아닙니다. 쿽은 구속기간 동안 거액의 연봉도 챙겼습니다. 그가 2014년부터 보수로 챙긴 돈은 6억7000만원(459만 홍콩달러)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실상 ‘리모콘 경영’을 하다 출감에 성공(?)한 쿽의 재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순흥카이는 이미 2012년 향후 5년 간 개발 가능한 서울 여의도 면적 5배가량(14.4㎢)의 토지를 홍콩과 중국대륙에 갖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갑자기 냉각되지 않는 한 홍콩의 주요 억만장자로 남을 가능성이 큰 이유입니다.

▶“예외적”인 보석ㆍ경영복귀 등 끊이지 않는 논란=남은 쟁점은 또 있습니다. 우선 쿽의 보석이 이례적이라는 점입니다. 총리급 고위인사까지 걸려든 큰 사건이었습니다. 쿽을 뺀 나머지 수감자들은 아직 감옥에 있습니다.

12일 쿽이 석방되던 자리에서 그의 변호사는 이번 일이 상당히 예외적인 성격을 띤다고 밝혔습니다. 석방된 이유는 도주의 우려가 없기 때문일 뿐, 죗값 치르는 걸 돈으로 대신 하겠다는 게 아니란 논리입니다. 홍콩 법원이 쿽 측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구속하지 않는 것일 뿐 향후 그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적인 죗값‘을 따지는 데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판단입니다.

홍콩 상ㆍ하위 10% 간 소득격차는 64배에 달한다. 자산가 계층이 전체 부(富)의 77%를 갖고 있다. 사진은 2013년 홍콩 항만 노동자들이 임금삭감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는 모습. 홍콩 최대재벌 리카싱 CKH홀딩스 회장의 사진을 ‘뿔 달린 악마’로 형상화해 조롱하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그러나 시민들의 법 감정이 걸림돌입니다. 안 그래도 빈부격차가 심한 곳이 홍콩입니다. 상ㆍ하위 10%간 소득 격차가 64배(홍콩입법위 빈곤위원회 등 기준)에 달합니다. 자산가 계층이 전체 부(富)의 77%를 갖고 있습니다. 형기를 절반도 못 채운 재벌이 돈을 내고 석방됐다는 사실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지 의문시 되는 이유입니다.

회사를 운영하며 비자금을 조성해 부당이득을 챙기려 한 쿽이 다시 경영일선에 돌아올 지도 관심사인데요. 물론 ‘대리청정’을 맡고 있는 쿽의 아들은 현지 언론에 “아버지는 회사 경영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2일 석방되고 있는 토마스 쿽(사진 왼쪽)과 포즈를 취한 그의 아들 애덤 쿽(33) [출처=중국망]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15억원을 주고 풀려난 쿽은 여전히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마지막 기회를 준비 중입니다. 유죄를 씻고 다시 회사 최고자리에 복귀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이죠. 항소심은 내년 5월입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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