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美 석유재벌 “트럼프-힐러리 선거는 암이냐 심근경색이냐 고르는 것”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 수십년간 미국 공화당의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해온 석유재벌 찰스 코흐(Charles Koch)가 이번 대통령 선거를 두고 “암이냐 심근경색이냐를 두고 벌이는 투표”라고 혹평했다. 

골수 공화당원이면서도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더 나을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오던 그가 사실상 어느 누구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코흐는 지난주 월요일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Aspen)에서 열린 ‘포천 브레인스톰 테크 컨버런스’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자들이 “그래서 과연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 묻는 질문에 “왜 자꾸 (한쪽을 선택하라고) 내 머리에 총을 겨누는가”라면서 “만약 암(Cancer)이냐 심근경색(Heart Attack)이냐를 놓고 투표하라고 하면 반드시 한쪽을 골라야 하나”고 반문했다. 자신의 눈에는 두 후보 모두 탐탁찮아 보임을 돌려말한 것인 동시에 사실상 어느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을 대표하는 공화당 지지부호인 찰스 코흐

코흐 형제가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미국 정계나 월가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찰스와 그의 동생 데이비드는 나란히 자산 400억달러(45조5360억원)를 보유해 미국 10대 부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거부 형제다. 

그들의 아버지인 프레드 체이스 코흐(Fred Chase Koch)가 1940년 설립한 코흐 인더스트리(Koch Industries)를 물려받아 석유정제, 화학, 송유 등 대규모 에너지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형제의 회사가 보유한 송유관의 길이만 미국 전지역에 걸쳐 총 6400㎞에 달한다. 코흐가(家)는 월마트로 유명한 월튼가에 이어 미국에서 두번째로 재산이 많은 가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단순히 재산 뿐만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이 큰 기업가로 그간 명성을 떨쳐왔다. 집안 대대로 골수 공화당원으로 매 선거때마다 공화당 진영을 지원해왔다. 2012년 대선 때는 공화당 진영에 무려 2억4000만 달러(2597억원)를 지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놓고 관심이 쏠리던 지난해 1월에만 해도 공화당에 최대 8억8900만달러, 우리돈으로 무려 9600억원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미국민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있는 억만장자 상위 10위’를 발표하면서 이들 형제를 1위로 내세우기도 했다. 당시 대선 후보중 한명이던 도널드 트럼프보다 순위가 높았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찰스 코흐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국수주의적인 정책에 대해 "흉물스럽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코흐 형제의 입장이 변했다. 이들은 트럼프에 대해 꾸준히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지난 봄에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멕시코계 연방판사 비판 발언을 겨냥해 “트럼프의 발언은 인종차별적이거나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절대 용납될 수 없다.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찰스는 지난 4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공화당의 지금 경선 주자들보다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가능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적장을 오히려 치켜세운 것이다.

최근에는 한 술 더 떠 이달중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자금을 후원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장 화려한 이벤트일 수 있는 전당대회에 이들이 손을 떼겠다고 한 것은 트럼프 입장에서는 치명타다. 코흐 형제는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 때는 하루의 행사를 위해 기꺼이 100만달러를 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찰스 코흐는 지난 4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공화당 경선주자들보다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같은 코흐 형제의 행보에 한때 호사가들 사이에선 코흐가 힐러리 지지로 갈아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가문 대대로 지켜온 공화당 기질을 쉽게 버릴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를 지지할 일도 없어 보인다. 찰스는 이날 기자들에게 “트럼프가 실제로는 괜찮은 인물인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가 내세우고 있는 공약들은 (자신의 입장과는) 상반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형 찰스와 함께 코흐 제국을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코흐. 형제의 자산은 각각 400억달러 선으로 평가된다.

코흐가 가장 마음에 안들어하는 부분은 트럼프의 국수적이고 ‘보호주의’적인 경제 정책이다. 찰스는 자유무역의 신봉자다. 그는 관세 강화를 골자로 한 트럼프의 무역 정책에 대해 “흉물스럽다(a Monstrosity)”고 표현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che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