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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동물학대 논란에 문닫은 美판 ‘동춘 서커스’…아이스 서커스로 화려한 부활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지난 5월 초, 미국 최대 코끼리 서커스단인 ‘링링 브라더스 앤드 바넘 & 베일리 서커스(이하 링링 브라더스)’가 창설 146년만에 문을 닫았다. 

한세기를 훌쩍 넘게 사랑받아온 미국판 ‘동춘 서커스’ 문을 닫게 된 이유는 동물 학대 논란 때문이다. 인기 래퍼토리인 코끼리쇼에 대해 동물애호단체들이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코끼리가 고통 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공연을 즉각 폐지할 것을 주장하면서다. 이에 동조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관객도 줄었다. 그렇게 링링 브라더스의 서커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두 달만에 링링 브라더스가 돌아왔다. 새로운 무기로 무장했다. 바로 아이스 서커스다. 아이스 링크 위에서 잘 숙련된 배우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춤, 곡예, 기술이 가미된 서커스 묘기를 펼친다.

지난 5월 1일, 마지막 무대를 끝으로 ’링링 브라더스 앤드 바넘 & 베일리 서커스‘의 코끼리 쇼가 막을 내렸다.

7월 14일(현지시간), 링링 브라더스의 새 공연 ‘아웃 오브 디스 월드(Out Of This World)’가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링링 브라더스 공연을 담당하는 펠드(Feld) 엔터테인먼트사는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가 즐거워 하는 쇼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펠드 엔터테인먼트는 링링 브라더스를 포함해 디즈니 온 아이스(Disney on Ice), 몬스터 잼(Monster Jam), 그 외 다수의 유랑 공연 팀을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라이브 공연 제작사다. 1년 평균 5000번의 쇼를 가지며 작년 한 해 동안 10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렸다. 링링 브라더스가 작년에 끌어 모은 관객 수는 1000만명, 펠드 엔터테인먼트 전체 관객 수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Out Of This World' 공연 모습

‘환상적이다’란 뜻의 ‘Out Of This World’는 은하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주 시대 이야기다. 공상과학적 배경과 더불어 관객을 몰입시키기 위한 실감나는 사운드 장치 및 특수효과들을 이용했다. 서커스 쇼라면 빠질 수 없는 동물 서커스단, 아크로바틱, 우스꽝스러운 광대 등도 당연히 준비됐다.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펠드 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알라나 펠드(Alana Feld)는 “링링 브라더스가 21세기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생각해야 할 때“라며 이번 공연 제작의 목적을 밝혔다.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쇼는 관객과 배우가 함께 상호작용하는 무대다. 특히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요즘 아이들의 주의를 화면에서 떼어내는 일은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당면한 과제다. 

펠드 엔터테인먼트는 기존 서커스 쇼의 모습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아이 관객까지 단숨에 사로잡을 무대를 준비했는데, 바로 서커스 쇼에 ‘스토리’를 넣은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흡입력을 가져야 서커스 쇼나 화려한 무대 장치들이 더 빛을 본다는 판단이 깃든 결과다. 사실 그동안의 서커스 쇼는 곡예단의 묘기와 동물 서커스 단 등 시각적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봐 왔다. 하지만 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단순 ‘쇼’만으로 눈이 높아진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Disney on Ice'에서 엘사역을 맡은 배우의 모습

서커스 쇼와 멀어지는 관객을 사로잡기 위한 펠드사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펠드사는 디즈니 라이브 패밀리 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2018년까지 ‘Disney on Ice’ 공연을 총괄하여 담당하고 있다. 디즈니 만화 속 캐릭터들이 아이스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연기를 펼치는데, 역시 만화 속 이야기가 공연을 이끌어가는 핵심 중축이다.

최근에는 라푼젤, 겨울왕국 등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인 3D 애니메이션 속 공주 캐릭터들이 소위 ‘대박’을 치면서 ‘Disney on Ice’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고조된 상황이다.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7층 높이의 고해상도 프로젝터와 200개의 조명으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배우들은 고난이도 점프와 로프를 타고 아이스링크를 날아다니며 플라잉 액션을 펼친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펠드사가 승기를 잡은 디즈니 공연의 ‘백미’는 서커스 쇼다. 공중 그네, 사자와 호랑이의 링 묘기, 승마 등 전통 서커스가 아이스 링크 한가운데서 하이라이트 부분을 장식한다.

펠드가 3세 세 자매. (왼쪽부터)줄리엣 펠드, 알라나 펠드, 니콜 펠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일련의 변화들에 대해 ”전통 서커스의 혁신“이라고 말한다. 펠드사 측은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고 오늘날의 관객에게 호소할 수도 없다“라며 언제든지 변화무쌍한 도전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펠드 엔터테인먼트는 어빙 펠드(Irving Feld)가 1964년 800만달러에 링링 브라더스 서커스단을 사면서 설립됐다. 그의 아들 케네스 펠드(Kenneth Feldᆞ67)가 1980년대 중반에 가업을 물려받았다. 케네스 펠드는 보스턴 대학교 재학 시절, 아버지 어빙에 의해 폴란드와 불가리아 등 동유럽에서 방학을 보내며 서커스 공연을 수백 번 관람했다. 그 경험들이 축적돼 CEO(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뒤, 여러 라이브 쇼 사업과 계약을 따내며 펠드사를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제국으로 성장시켰다.
 
덕분에 그도 자산 18억달러의 빌리어네어로 등극했다. 케네스 펠드는 자신의 세 딸에게 임원 직위와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주며, 경영권 승계 물밑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현재는 알라나 펠드가 차기 CEO로 주목받고 있다.

펠드는 서커스 외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티켓 예매 전문 회사 라이브 네이션(Live Nation)의 모터스포츠 디비젼을 2008년 2억달러에 인수했고, 5년 뒤 마블 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맺어 마블 유니버스 라이브 쇼도 선보이고 있다.

한편, 총 400명의 단원 및 출연자들이 투입된 ‘Out Of This World‘는 올해 미국 40개 이상 도시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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