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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모바일 ‘게임앱’으로 젊은 표심 잡기 나선 힐러리 클린턴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미국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이 중요한 홍보수단의 하나로 떠오른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 앱’에 GPS 기능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설득 가능한 유권자들을 찾아내고, 일일이 집 문을 두드리며 표심 공략에 나서 큰 성공을 거뒀다. 2016년 유력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테드 크루즈는 시민들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 높은 호응을 얻었다. ‘크루즈앱’의 총 다운로드 수는 지난 3월 당시 6만여 건을 넘겼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그는 25일(현지시간) 아침,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앱 화면을 캡쳐한 사진 한장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는 나를 이길 수 없을 것”이란 글을 올렸다.

이 흐름에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도 뛰어들었다. 24일(현지시간) 밤, 클린턴 대선 캠프 측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할 모바일 앱 ‘힐러리 2016’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 대선이 3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지지율을 완전히 클린턴 편으로 돌리기 위한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힐러리 2016’으로 이름 붙여진 이 앱은 이용자들로부터 클린턴 연설과 집회 참석을 요구하고 페이스북에 캠페인 공유하기를 권장한다. 페이스북이나 이메일 주소, 혹은 간편하게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휴대폰 번호로 가입 시 주소록에 저장된 친구들과 자동으로 연동되는데, 지지자들의 참여를 계속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대선 캠페인 앱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힐러리 2016’은 그간 다른 정치 앱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플랫폼을 하나 더 추가했다. 바로 게임 형식을 도입한 것. 앱 개발을 책임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전문가 집단은 한때 페이스북을 호령했던 소셜게임 ‘팜빌(FarmVille)’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혔다.

‘힐러리 2016’은 하나의 가상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각 유저들은 자신만의 선거 본부(HQ)에서 ‘챌린지(challenge)’를 제공받는다. ‘챌린지’란 힐러리 클린턴의 정책 등을 묻는 일종의 퀴즈로, 정답률이 높을수록 각각의 유저에게 높은 크레딧이 부여된다. 유저들은 크레딧으로 가상 상점에서 본부를 꾸미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살 수 있다. 이때 다른 유저들과 경쟁 식으로 돌아가는 ‘챌린지’를 완수할 시, 우승자에게는 실물 상품이 주어진다.

가상공간 한 쪽에 자리한 화분은 매일 일정량의 수분을 필요로 한다. 유저들은 화분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앱에 자발적으로 접속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캠페인 담당자 로비 무크(Robby Mook)의 설명이다. 

'힐러리 2016' 모바일 앱 화면

그는 직접 사무실에 발을 들이지 않고도 지지자들이 온라인으로 손쉽게 클린턴과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실제 연설이나 집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앱 게임을 즐기는 것만으로 힐러리 2016의 목적은 절반 이상 달성된 셈”이라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강력한 수단”이라고 앱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앱 런칭에서도 알 수 있듯 힐러리는 친(親) IT 성향을 가진 대표 인사다. 그는 대선후보로 꼽히기 전부터 미 연방정부가 중소기업의 자본 확충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밝혀 왔다. 지난 6월, 그는 콜로라도 주에 위치한 교육업체 갤버나이즈(Galvanize)를 방문해 ‘기술·혁신 구상(Initiative on Technology & Innovation)’이라는 이름 아래 차세대 IT산업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발표했다. 스타트업 지원 및 젊은 창업가 육성, 이공계열 교육 강화, 사이버 보안 강화 등 IT와 관련한 핵심 공약 11개가 이에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는 클린턴과 달리 테크 산업을 ‘잡동사니’라고 부른다.

반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이중적인 IT 활용으로 실리콘밸리를 지키는 CEO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선후보로 선출되기 전까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던 그가 사실상 반대 노선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는 평소 컴퓨터 기술을 ‘잡동사니’라고 부르는 등 IT업계에 대한 반감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인터넷에 무지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가 하면, “미래 첨단산업은 사이버 전쟁터로 얼룩질 것”이라 일축하며 관련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서슴지 않는다.

IT 기술을 바라보는 두 대선후보들의 엇갈린 시선이 계속되는 가운데, 게임과 모바일 앱의 결합으로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스마트폰 유저들까지 사로잡겠다는 힐러리 클린턴의 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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