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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한미일 ‘연봉킹’ 톱30 해부…국내임원 절반 ‘퇴직금 잔치’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지난해 국내 연봉킹 ‘톱10’에서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이른바 4대 그룹 소속 임원은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들의 오너들이 일선에서 대거 퇴진해 최대 86억원대 퇴직금을 받으면서다.

일부 초고액 연봉자들 가운데는 범법행위를 저질러 물의를 빚거나 상장폐지를 앞둔 기업 총수도 포함됐다.

연봉 순위를 30위까지 확대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총 15명이 퇴직금으로 초고액 연봉자에 이름을 올렸다. 4대 기업 현직 임원은 6명에 그쳤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연봉킹 톱30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 임원들이 선순위를 차지했다. 또 오너경영인보다 전문경영인들의 보수가 높아 한국과 대조를 보였다.

한미일 전문경영인 보수 1위에 오른 CEO들. 왼쪽부터 일본 소프트뱅크 니케시 아로라 전 부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미국 익스피디아 다라 코스로샤히 사장

▶국내 임원연봉 ‘수상한’ 양극화=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금융감독원(코스피ㆍ코스닥 1914개 상장사)과 일본 도쿄상공리서치, 미국 기업임원정보업체 이퀼라(Equilar)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보수총액 종합 1위는 유경선 유진기업 회장(154억2187억원), 전문경영인 보수총액 1위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149억5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유 회장은 지난해 1월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퇴직금으로 86억9300만원을 받았다. 

일본은 소프트뱅크그룹의 니케시 아로라 전 부사장이 64억7800만엔(694억3000만원), 미국은 익스피디아 다라 코스로샤히 사장이 9460만달러(1076억4000만원)으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국내 임원 보수총액 톱30위를 살펴보면 ‘수상한’ 양극화 현상이 감지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임원 연봉은 경영실적에 비해 적은 반면, 회사 수익이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한 중견기업의 임원들은 수십억원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00조6534억원, 영업이익 26조4134억4200만원(전년대비 +5.5%)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 임원보수 1위 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실적보다 두배 가량 많은 수치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작년 매출은 9조1535억4900만엔(97조7809억5648만원), 영업이익은 9994억8800만엔(10조6768억3066만원ㆍ+8.8%)이었다.

미국 임원보수 1위 기업인 익스피디아와 비교해 봐도 삼성전자 매출이 26배 많았다. 익스피디아는 작년 매출 66억7231만7000달러(7조5857억원), 영업이익 4억1356만5000달러(4701억8204만원ㆍ-20.12%)를 기록했다.

반면 임원보수는 정반대였다. 소프트뱅크의 인도 출신 아로라 전 부사장은 한 해 동안 64억7800만엔을 받아 권오현 부회장보다 4.5배 많았다. 미국 임원 보수 1위 익스피디아 역시 삼성전자보다 실적은 26분의 1이었지만, 코스로샤히 사장는 권 부회장 보다 무려 7배 많은 보수를 챙겼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임원 보수도 차이가 컸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사장이 10억7100만엔(114억8000만원),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는 2860만달러(325억4000만원)을 수령한 반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00억원을 밑돌았다.



한편 국내 연봉킹 톱30위권에 든 임원 중에는 퇴직소득을 포함해 수십억원을 챙긴 임원이 절반을 차지했다. 문제는 이들 임원 가운데 실적이 부진하거나 범법행위를 저지른 경영인, 상장폐지를 앞둔 기업 총수들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보수총액 15위(44억800만원)를 차지한 조석래 회장은 8000억원대 규모의 기업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을 선고받았다. 19위(40억7700만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횡령과 상습도박으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후 상고심을 준비중이다.

26위(32억4400만원) 민영진 KT&G 전 사장은 2009년∼2012년 협력업체와 회사 관계자, 해외 바이어 등에게 인사 청탁, 거래 유지 등을 명목으로 현금, 명품시계 등 금품 1억79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됐지만 지난달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다음달 초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는 태림페이퍼의 정동섭 전 회장은 지난해 태림페이퍼로부터 급여 및 퇴직금으로 45억1500만원을 받았다. 정 회장은 태림포장에서도 62억4900만원을 챙겨 보수총액 4위에 올랐다. 정영섭 태림페이퍼 전 사장 역시 42억1500만원을 받아 17위에 랭크됐다.

태림페이퍼는 지난해 영업적자로 돌아서며 실적부진에 시달려왔다. 급기야 지난 11일 주주총회에서는 자진 상장폐지를 승인했다. 상장을 유지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日 톱10에 해외임원 대거 포진=일본 연봉킹 톱30에서 주목할 것은 해외임원이 대거 포함된 점과 명단에 오른 기업들이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일본 기업 외국인 임원은 연봉킹 톱10에만 6명, 톱30위권에는 총 11명이 이름을 올렸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은 임원 1, 2위를 석권한 소프트뱅크 임원도 해외 인사였다. 1위는 64억7800만엔을 받은 아로라 전 부사장이었고, 2위는 로널드 피셔(20억9600만엔ㆍ224억6000만원) 소프트뱅크 해외투자담당 이사가 올랐다. 구글 임원이었던 아로라 전 부사장은 2014년 9월 손정의(손 마사요시) 사장의 권유로 소프트뱅크에 입사했지만 지난달 돌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3위는 아오이전자의 오오니시 미치요시 명예회장(11억6800만엔ㆍ125억2000만원), 4위는 10억7100만엔(114억8000만원)을 받은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사장이었다.

해외 임원의 보수가 많은 것과 관련해 일본 내부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경제매체 ‘비즈니스저널’은 “3월 결산 기업에서 초고액을 받은 외국인 임원이 속출했다”며 “닛산의 카를로스 곤 사장은 일본에 머무는 시간이 연간 100일이 채 되지 않는데도 곤 사장 1명의 보수가 도요타 전 임원 보수총액을 넘어섰다”고 꼬집었다.

일본 시가총액 1위 기업 도요타자동차는 본사 사장과 해외 임원 보수가 역전되기도 했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보수는 3억5100만엔(37억5745만원)으로 30위권 밖에 머문 반면, 디디어 레로이 유럽 법인장의 보수총액은 6억9600만엔(74억5000만원)으로 11위를 차지했다.

한편 일본에서 보수가 1억엔 이상인 임원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는 미쓰비시(23명)였다. 이어 화낙, 도쿄일렉트론이 각각 11명, 도요타자동차가 8명, 노무라ㆍ다이와 증권이 각 7명으로 뒤를 이었다.

도쿄상공리서치는 2016년 3월기(2015년 4월~2016년 3월) 결산 상장사 2443개의 실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억엔 (10억7050만원) 이상 보수를 받은 임원이 전년(2015년 3월기) 413명에서 1명 늘어나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美 30위 보수 268억원대 ‘과도한 보상(?)=미국 기업 임원보수 톱30에는 오너경영인보다 전문경영인이 다수를 차지했다. 익스피디아의 코스로샤히 사장에 이어 미국 연봉킹 2위에 오른 인물은 미디어업체 CBS의 레슬리 문베스 사장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총 5640만달러(641억7000만원)를 받았다. CBS 매출은 전년대비 1% 증가했지만 문베스 사장의 보수는 4% 뛰었다.

3위에 오른 비아콤의 필립 다우먼은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가 22%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퀼라는 “지난해 비아콤 매출이 전년대비 4% 감소하고 총주주수익률(TSR)은 42% 곤두박질쳤지만, 다이먼 사장의 보수는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미국 임원 연봉순위 톱5에 든 오라클의 경우도 지난해 매출이 382억달러로 우리돈 43조원에 불과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5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오라클 공동 CEO 마크 허드와 새프라 캐츠는 지난해 보수로 605억원씩 챙겼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보다 4배 가량 많다.

특히 버라이즌에 인수될 것으로 보이는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CEO는 실적악화에도 지난해 3600만달러(409억원)를 받았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메이어의 마지막 임무가 버라이즌에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퀼라는 “(미국 CEO) 보수 체계가 회사 실적을 개선하는 동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주식 부여 등 과도하게 보상해주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CEO들의 보수에는 기본급여와 현금 보너스, 주식과 스톡옵션 등이 포함돼 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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