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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LVMH, 매스티지 브랜드 ‘DKNY’ 매각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김세리 학생기자]루이뷔통·크리스찬디올·셀린느·펜디·지방시부터 귀금속 브랜드 불가리·드비어스까지. 명품 브랜드 70여 개를 보유한 세계 최대 럭셔리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이하 루이뷔통)’그룹이 주력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도나카란(DKNY)’을 6억5000만달러(7200억원)에 매각한다.

업계에서는 판매부진 속에 브랜드를 이끌어 오던 디자이너 도나 카란의 은퇴가 맞물리면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LVMH 그룹

해외 주요 언론들은 25일(현지시간) "캘빈클라인·리바이스·타미힐피거·게스 등 친숙한 브랜드 30개를 가진 미국 의류업체 ‘지쓰리어패럴(G-III Apparel)’이 도나카란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루이뷔통이 지난 30년 역사에서 자사 브랜드를 매각한 것은 2005년 ‘크리스티앙 라크르와(Christian Lacroix)’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매각 이유는 도나카란의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루이뷔통의 2016년 상반기 총매출은 32억5000만달러(3조6000억원)로 작년과 비슷했지만, DKNY 등을 보유한 도나카란의 매출은 매년 떨어지고 있는 상황. 이에 루이뷔통 측은 매각을 통해 매출이 좋지 않은 브랜드에 쏟는 에너지를 과감히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 매각 대상으로 실적난을 겪고 있는 ‘마크제이콥스(Marc Jacobs)’가 물망에 올라있다"고 전했다.

명품업계의 실적난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한때 미국 상류층을 대표하는 ‘매스티지 브랜드’의 선두주자였던 랄프로렌은 2014년부터 매출이 50% 이상이 급감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프라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 순이익은 27% 하락했다. 

이 때문에 많은 관련기업들이 ‘패스트패션’으로 전환하거나 불필요한 브랜드를 줄이고 잘 팔리는 아이템에 주력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도나카란 브랜드 의상

도나카란은 여성들이 직장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만든 미국의 커리어우먼 맞춤복이다. 1985년 여성의 사회진출이 막 활기를 띠던 때 아주 비싸지 않은 보급형 브랜드로 등장해 높은 인기를 누렸다.

심상치 않은 인기에 눈독을 들이던 루이뷔통이 2001년 선제적인 행동에 나섰다. 다른 업체가 뛰어들기 전, 도나카란을 6억4300만달러(713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당시 자국 브랜드에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 업체가 처음으로 인수한 미국 브랜드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고급화와 럭셔리 패션에만 초점을 맞춰온 루이뷔통이 대중을 상대로 한 기성복 사업에 뛰어든 것 또한 이변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대중적인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인수 이후 15년 간 도나카란의 연매출은 4억5000만~5억달러(4990억~5546억원) 수준으로, 루이뷔통 평균 연매출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디자이너 도나카란

루이뷔통은 지난해 도나카란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 도나카란(Donna Karanᆞ67)의 은퇴를 기점으로 경영전략을 다변화했다. 루이뷔통은 도나카란의 고급제품 라인을 즉각 중단시키고 저렴한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모색했다. 잘 팔리지 않는 물품들은 과감히 제거하며 브랜드 단순화에도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과감한 전략 단행에도 도나카란의 매출이 호전되지 않자 루이뷔통은 끝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디자이너 도나카란은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루이뷔통이 나를 홀대했다”며 LVMH와 관계가 불편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루이뷔통의 DKNY 매각을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내 직업은 혁신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ᆞ67) 루이뷔통그룹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가진 인물로 유명하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배짱 두둑한 그의 경영 스타일은 루이뷔통의 다양한 투자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르노 회장은 이미 커질대로 커진 루이뷔통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의외의 투자’를 단행하는 인물이다. 2007년 중국의 고급 고량주 브랜드인 ‘원쥔(文君)’의 지분 55%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3년 명품 패션의 본고장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카페 ‘코바(COVA)’를 인수한 것이나,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1박 요금이 최소 1900달러(210만원)를 호가하는 리조트를 몰디브 등 휴양지에 선 것도 이에 해당한다.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파리에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을 사재를 털어 열기도 했는데, 이곳에서 루이뷔통이 보유한 광대한 현대 미술품과 개인 소장용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주류부터 커피, 호텔과 리조트, 아트산업 등으로 뻗어나가는 루이뷔통그룹의 투자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도 ‘대중 영향력을 넓히는 매우 부드러운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아르노 회장은 362억달러(40조1300억원)를 보유한 자산가로, 포브스 기준 프랑스 2위 부자로 꼽힌다. 2015년 전체 억만장자 순위에서 13위를 차지했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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