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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나눔올림픽’ 기빙플레지…미국 125명ㆍ한국 0명
-재산 절반 기부 ‘기빙플레지’ 억만장자 155명 심층분석
-미국 125명, 영국 10명, 인도 2명, 중국 1명, 한국 0명
-기빙플레지 서약 억만장자 ‘금융ㆍIT 계열’ 절반 차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빌 게이츠(Bill Gatesㆍ60)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워런 버핏(Warren Buffettㆍ85)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010년부터 “죽기 전에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만든 기부서약 캠페인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 두 명이 이런 ‘통큰 나눔(Giving)’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155명의 억만장자들이 기빙플레지에 동참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올해 발표 기준 전 세계 억만장자(자산 10억달러) 1810명 가운데 8.5%가 가입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기빙플레지에 동참한 한국인 부호는 없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집계한 ‘대한민국 100대 부호 리스트’에 자산 1조원을 가진 한국인 부호는 30명이 넘는다. 전 세계 평균 기빙플레지 가입 비율 8.5%를 대입해보면, 최소 2명의 한국인 억만장자가 기빙플레지에 서약해야 한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기빙플레지에 이름을 올린 억만장자를 분석한 결과, 현재 19개국 억만장자 155명(부부 공동 명의는 1명으로 산정)이 자신이 가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공헌하겠다고 서약했다.

이들의 총 자산 합계는 7800억달러(860조원)에 이르며, 일인당 평균 자산은 50억달러(5조5000억원)로 나타났다. 7800억달러 가운데 올해 초 기준 약속된 기부금은 약 5000억달러다. 기부금은 빈곤 퇴치와 재난 구호, 교육, 보건 및 의료 연구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빙플레지는 억만장자가 생전 혹은 사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된다. 도덕적 약속이므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기빙플레지 로고. (왼쪽부터) 워런 버핏(85)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빌게이츠(60)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51)

▶미국인 기빙플레지 부호 ‘125명’ 최다=국적별로 보면 미국인 억만장자가 전체 기부 서약자의 80%를 차지한다.

미국이 125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영국 10명, 러시아와 인도, 아랍에리미트(UAE) 등이 각각 2명이다.

대륙별로 보더라도 미국과 캐나다가 속한 북아메리카(126명)가 가장 많고, 이어 영국ㆍ독일ㆍ러시아ㆍ우크라이나가 포함된 유럽(14명)의 억만장자가 기빙플레지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는 7명으로 대륙별 순위 세번째다. 인도가 2명이고, 중국과 타이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이 각 한 명씩 배출했다.

 
한ㆍ중ㆍ일 최초의 기빙플레지 서약 부호, 중국의 뉴건성(51) 회장

중국 최초로 올 6월 기빙플레지에 서약한 부호는 유제품업체 멍뉴(蒙牛)그룹 회장인 뉴건성(牛根生ᆞ51)이다.

그는 2004년 수억달러를 들여 라오뉴(老牛)재단을 설립, 근로자와 노약자, 빈곤층에 지원하는 등 자선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다른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억만장자가 많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아직 기빙플레지 회원이 없다.

아시아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속한 중동(3명), 남아프리카공화국ㆍ짐바브웨ㆍ탄자니아의 아프리카(3명), 호주가 포함된 오세아니아(1명), 브라질의 남아메리카(1명) 순이었다.

가장 최근 기빙플레지에 합류한 부호는 탄자니아 출신의 ‘아프리카 최연소 억만장자’ 모하메드 듀지(Mohammed Dewjiㆍ41)다.

탄자니아를 대표하는 MeTL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모하메드는 지난달 155번째로 기빙플레지에 서약했다. 그의 자산은 11억달러로 평가된다.


▶금융ㆍIT 계열 억만장자 ‘50%’=기빙플레지에 서약한 억만장자들의 업종은 금융과 투자, 정보기술(IT), 제조업, 부동산 등으로 다양하다.

가장 많은 분야는 금융ㆍ투자(26%)와 기술서비스ㆍ소프트웨어(25%) 쪽이다.

기빙플레지 서약 억만장자 중에서도 자산 ‘톱(TOP) 3’ 부호는 금융과 IT 분야에서 나왔다.

최대 자산가는 785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빌 게이츠 MS 창업자이며, 그 다음은 651억달러의 워런 버핏 회장이다. 3위는 세계적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Larry Ellisonㆍ71) CEO로 517억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다.

IT 분야에 이어 기빙플레지 서약 부호가 많은 업종은 산업 제조업(12%), 에너지ㆍ광산업(10%), 소매 제조ㆍ판매업(10%), 엔터테인먼트ㆍ미디어(9%), 부동산ㆍ건설업(8%) 순이었다.

억만장자들이 기빙플레지에 서약한 연도를 살펴보면, 재단이 처음 출범한 2010년이 5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11년 13명, 2012년 22명, 2013년 28명으로 소폭 증가하다가 2014년 7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와 올해 8월 현재까지는 각각 14명을 기록했다.

올해 가입한 부호 중에는 2008년 창업 이후 설립 8년만에 세계적인 숙박공유 기업으로 성장한 에어비앤비(Airbnb)의 공동창업자 3인이 큰 관심을 받았다.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ᆞ34), 조 게비아(Joe Gebbiaᆞ34), 네이선 블레차르지크(Nathan Blecharczykᆞ33)는 올 6월 기빙플레지에 서약했다. 에어비앤비의 지분 13%씩 보유한 이들 세 명의 자산은 각각 33억달러다. 이들의 자산합계 총 99억달러 중 절반인 약 50억달러가 기부되는 셈이다.

워런 버핏의 기부서약서

기빙플레지의 회원이 되면 억만장자들은 기부서약서를 남긴다. 이들은 서약서를 통해 자신의 자산을 전부 가족에게 물려주기 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회에 환원하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워런 버핏은 기부서약서를 통해 “내가 보유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1% 넘는 돈을 나를 위해 쓴다고 해서 내가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 주식의 99%를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면 엄청한 효과를 낼 것이다”며 억만장자들의 나눔 동참을 독려했다.

이처럼 전세계 부호들이 기빙플레지에 속속 합류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단 한명의 기빙플레지 회원도 배출하지 못하는 등 부호들의 기부 영역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위선양이라는 목표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만큼이나, 한국 부호들이 ‘글로벌 나눔 올림픽’ 기빙플레지에 동참해 통큰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mss@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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