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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배낭1개·옷3벌·11만원’…인도 거부의 ‘특별한’ 후계자 수업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당신에게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도시로 가는 비행기 티켓이 주어졌다. 소지품이라고는 배낭 하나와 3벌의 옷, 11만원이 전부다. 당신이 누군지 신분이나 직업은 일체 드러낼 수 없으며, 물론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일자리를 얻어 일당을 받아가며 한 달을 오직 당신의 힘과 능력으로 살아야 한다. TV속 ‘극한 여행 체험’ 프로그램에서나 나올 법한 미션이다. 

그런데 인도의 한 거부가 절대 쉬워보이지 않는 이 과제를 자기 아들에게 수행하게해 화제다. 일종의 경영수업 차원이다.

주인공은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그룹 ‘하레 크리슈나’(Hare Krishna) CEO이자 창업자인 사브지 도라키아’(Savji Dholakia) 회장. 인도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사브지 회장은 지난 6월말 그의 아들 ‘드라브야 도라키아(Dravya Dholakia)를 인도 남서부 케랄라 주에 위치한 시골인 ‘코치’로 보내 이같은 미션을 수행하게 했다. 드라브야에게 주어진 물품은 오직 3벌의 옷과 비상금 7000루피(11만원)였다. 

사브지 도라키아와 그의 아들 드라브야 도라키아.[출처=드라브야 도라키아 인스타그램]

거기에 ‘악조건’ 몇개를 더 붙였다. 우선 드라브야는 한 곳에서 일주일 이상 일을 할 수 없다. 행여 맘좋은 사람을 만나 쉽게 일자리를 얻고 운좋게 한 달을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게다가 여러가지 일을 체험해보라는 의미도 담겼다. 스스로 돈을 벌어서 숙식을 해결해야했고, 당연히 신분은 철저히 비밀로 해야했다. 21세기의 필수품인 핸드폰, 태블릿 PC 등의 전자기기도 사용하면 안됐다. 

인도 ‘뭄바이’와 ‘코치’ 지도. 차로는 하루가 꼬박 걸리는, 1500km거리다.

코치는 드라브야가 나고 자란 ‘뭄바이’와는 무려 1500km 떨어진 도시다. 드라브야는 ‘코치’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것은 물론, 이 곳에서 쓰는 힌디어나 말라야람어도 전혀 모른다. 미국 MBA를 다니다 방학에 고향에 온 21살 어린나이의 그에게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주문이었다. 아버지에게 받은 7000루피로는 사실 차비 대기도 힘든 곳이다.

당연히 황당했지만, 아버지의 엄포에 드라브야는 미션을 시작한다.

코치에 도착한 그는 우선 일할 곳, 묵을 곳을 찾아 헤맸다. 쉽지 않았다. 5일동안 일할 곳, 머물 곳을 찾지 못한다.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60여개의 가게에서 거절당한다. 의사소통은 물론, 신분조차 확인되지 않은 이방인을 고용할리 만무했다. 드라브야는 지옥 같았던 5일을 “‘거절’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몸소 느끼고 직업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코치'의 한 식료품 가게에서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는 드라브야의 모습.

우여곡절 끝에 얻은 첫 직장은 작은 빵집, 겨우 얻은 이 자리도 다른 직원들의 반대로 인해 일주일 만에 해고당했다. 이후 그는 콜센터, 신발가게, 맥도날드 등에서 파트타임(Part-time)으로 전전긍긍했다. 수당은 턱없이 부족했다. 하루 한 끼를 겨우 때울 수 있을 정도였다.

사브지의 아들로 태어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그는 40루피의 끼니와 250루피의 숙소를 해결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렇게 꼬박 한 달을 일해 번 돈은 고작 4000루피였다. 우리 돈 6만 5000원. 집에서 나올때 아버지에게 받은 돈 보다 훨씬 적었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그의 용돈이나 생활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돈이었다. 

신발가게에서 일하는 드라브야.[출처=사브지 도라키아 페이스북]

하지만 그런 가혹한 경험은 드라브야에게 큰 자산이 된 듯 보인다. 8월 초 힘든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가장 큰 깨달음은 ‘공감(Empathy)’이다”라고 말했다. “인도 수많은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직업을 갖기 위해, 혹은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게 됐다”며,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사브지 역시 아들로 하여금 이런 점을 깨닫게 하기 위해 가혹한 미션을 수행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몸 고생, 마음고생’이 아니라 ‘부(富)’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깨닫게 한 것이다. 사브지는 인돈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식이 고생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세상 어디에 있겠냐만, 이런 경험을 통해 드라브야가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경험을 얻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사브지 도라키아

그가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신 역시 가혹한 환경속에서 어렵게 부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사브지는 13살에 학교를 중퇴하고 1992년, 작은 사무실에서 다이아몬드 사업을 시작한 인도의 대표적인 자수성가 부자다. 회사 사정은 말할 것도 없이 열악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2005년 ‘KISNA’라는 주얼리 브랜드를 런칭, 현재 인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주얼리 업체로 키웠다. ‘KISNA’ 매장 수만 6000여개에 이른다. 현재 미국, 일본, 홍콩, 이스라엘, 영국, 벨기에, 호주 UAE 등 71개국에 다이아몬드를 수출하는 ‘하레 크리슈나’는 2014년 기준 104%의 성장을 이뤘다. ‘하레 크리슈나’에서 1년 동안 가공하는 다이아몬드만 해도 50만 캐럿에 달한다. 기업 가치는 9억 4000만 달러로, 우리 돈 1조원이다.

사브지 도라키아가 2014년 ‘하레 크레슈나’ 직원에게 보너스로 준 500여 대의 차.

어렵게 성공한 탓인지, 사실 사브지는 ‘직원 친화적’인 기업가로 유명하다. 그는 2014년 1200여 명의 직원에게 회사 목표달성 보너스를 지급했다. 그런데 그 보너스의 스케일이 타 그룹과는 다르다. 그는 무려 491대의 차와 525캐럿의 다이아몬드, 그리고 200채의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지급했다. 자그마치 800만 달러(88억원)에 달한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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