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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범삼성家 패션왕’ 이서현 vs 정유경 성적표
-삼성그룹ㆍ신세계그룹 패션사업 이끄는 이서현ㆍ정유경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 ‘정체’ 신세계인터내셔날 ‘급성장’
-이서현 자산 정유경의 10배…나란히 中시장 진출 사활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 지난해 12월 1일 삼성그룹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가(家) 차녀인 이서현(43)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차기 패션부문장을 맡게 됐다. 삼성그룹의 패션사업을 사실상 이 사장이 진두지휘하게 된 것이다.

이어 이틀 뒤인 12월 3일 신세계家의 외동딸인 정유경(44)이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2009년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6년만에 사장으로 올라서며 신세계그룹의 패션사업을 이끌게 됐다.

이서현 사장과 정유경 사장은 범삼성가에서 고종 사촌간이다. 이서현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이며, 정유경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명희 회장은 남매지간이다. 또 이 사장과 정 사장은 서울예술고등학교 동문이며, 해외에서 패션ㆍ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점 역시 닮았다.


삼성과 신세계의 패션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이들의 성적표를 보면, 이 사장이 다소 앞서는 모양새지만 정 사장의 최근 행보도 만만찮다.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서현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패션분야에서만 길을 걸어온 패션통이며,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나온 정유경은 1996년 조선호텔에 입사했다가 2009년 신세계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부터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정유경은 신세계 패션사업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업 초기부터 깊이 관여를 해왔으며,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큰 틀의 사업 구상에만 나선다.

매출규모를 따지면 이서현 사장의 삼성물산 패션사업부가 정유경 사장의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앞섰다. 그러나 최근 성장세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빠르다.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는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 김포물류센터 화재 등 악재가 겹쳐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 56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89억원으로 돌아섰다. 매출도 전년의 1조8510억원에서 1조7383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같은 기간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2010년 5807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조52억원까지 뛰었다.

2010년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당시 제일모직) 매출대비 42% 수준이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은 지난해 57% 수준까지 올랐다.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PC화면 캡처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이서현 자산 자세히 보기(PC버전)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이서현 자산 자세히 보기(모바일버전)  


현재 두 사람이 중국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비슷하다.

하지만 중국시장에 대한 접근 방식은 다른다. 정유경 사장이 몇 년전부터 차근차근 시장을 공략해 나가는 것과 달리, 이서현 사장은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해외 명품브랜드 직수입에 힘을 실어온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방향을 틀어 국내 토종 브랜드의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사장은 올 5월 자사 여성복 브랜드 ‘지컷’(g-cut)을 중국 상하이 최대 쇼핑몰인 ‘강후이헝룽광창’(Grand Gateway 66)에 입점시켰다. 신세계가 자체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 진출시킨 것은 2011년 여성복 보브(VOV)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지방시, 디젤 등 40여개 해외 유명브랜드를 직수입ㆍ유통하며 성장해온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브랜드를 확대하는 중이다. 최근 여성복 브랜드 톰보이와 색조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등 토종 브랜드를 인수했으며, 2012년에는 이마트의 라이프스타일 PB(자체브랜드)인 ‘자연주의’를 인수해 ‘자주’(JAJU)로 리뉴얼 론칭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달리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는 그동안 자체 생산 국산브랜드에 집중해왔다.

그 중심에 이서현이 있다. 이 사장은 디자이너 정구호와 정욱준을 영입해 ‘구호’, ‘준지’ 등의 브랜드를 성공시켰으며, 자신이 직접 공을 들인 토종 제조ㆍ유통 일괄형 상표(SPA)브랜드인 에잇세컨즈(8Seconds)는 중국 진출 준비 중이다.

에잇세컨즈의 경우 론칭 첫해인 2012년 매출이 600억원을 시작으로 2013년 1300억원, 지난해 1500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 하반기 중국에 선보일 예정인 에잇세컨즈는 이 사장이 ‘8초 만에 중국을 매료시켜라’라는 뜻으로 브랜드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부터 참여했다.

중국시장을 빠르게 공략하겠다는 의지는 이서현 사장의 공식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는 지난해 12월 삼성 사내방송에서 “지금의 속도보다 10배는 빨라져야 한다. 내부를 보지 말고 외부(경쟁사)를 봐야 한다. 내부 역량(직원 간의 협업)을 활용하자”며 스피드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에잇세컨즈는 중국시장 진출을 앞두고 최근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가수 지드래곤(G-DRAGON)을 모델로 발탁했다.

이서현ㆍ김재열 부부(왼쪽)와 정유경ㆍ문성욱 부부

자산은 정유경보다 이서현이 10배 이상 많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집계한 ‘한국 100대 부호 리스트’에 따르면, 이서현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5.51%와 삼성SDS 지분 3.9%의 주식 지분평가액(이달 5일 기준)은 1조9628억원이다. 이는 국내 100대 부호 순위에서 1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정유경 사장은 신세계 지분 9.83%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0.43%를 보유하고 있다. 이달 10일 기준 정 사장의 주식 지분평가액은 1800억원이다.

이서현 사장은 재벌가 흔치않은 다둥이 엄마로도 유명하다. 2000년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과 결혼 후 내리 딸만 셋을 낳았고, 2007년에 막내아들을 얻어 1남3녀를 두고 있다.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 김재열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청운중학교 동창이다.

정유경 사장은 초등학교 동창인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과 2001년 결혼한 뒤 두 딸을 두고 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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