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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몇년 쯤은 기다릴 수 있다” 입학 어려운 英사립학교 톱10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내 아이들이 공립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 사립학교에 많은 돈을 내야만 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 우리 모두는 세금을 낸다. 모두가 다닐 수 있는 매우 좋은 공립학교들이 있어야 한다“

퇴임한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7년 전 한 공식석상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캐머런은 지난 1월, 아들 엘웬(9)을 연간 학비가 1만8000파운드(약 3100만원)인 사립 초등학교로 전학시키는 것을 고려해 구설에 올랐다.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부유층이나 부유층이 되고자 하는 중산층 이상은 자녀들에게 특별한 교육을 시키고 싶어한다. 공립보다는 사립을 ‘당연히’ 선호한다. 사립학교가 일명 ‘옥스브리지’(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합성어로 명문대를 의미)로의 진학률이 공립학교에 비해 ‘확연히’ 높기 때문이다. 

영국 현지 언론들의 분석에 따르면, 최고 대학인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한 학생 3명 중 1명이 상위 엘리트 100개 고등학교 출신이다. 이들 100개 고등 학교 가운데 80%는 사립학교다. 캐머런 총리가 아들을 사립학교로 전학시키려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사립학교의 입학 대기 명단에 자녀를 등록시키는 경우도 특별한 게 아니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입학이 어려운’ 영국 사립학교 순위를 매겼다. 모두 상당한 학비를 지불해야 하는 학교들이다. 하지만 돈만이 문제가 아니다. 학생 스스로가 학구열과 열심히 해서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가 투철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몇 단계의 필기시험은 물론 다양한 사람들의 추천서, 심도있는 인터뷰까지 거쳐야 한다. 미술, 체육, 음악 특기생은 별도의 오디션까지 거쳐야 한다. 

이튼 칼리지 전경.

1위. 이튼 칼리지(Eton College). 연간학비: 3만7600파운드(5300만원). 남학교

영국 사립학교 경쟁률 으뜸은 단연 ‘이튼 칼리지(Eton College)’다. ‘이튼생활’은 수많은 지원자의 23%에게만 허락된다. 외부인 출입마저 제한된 이튼은 1300여명 학생들이 사감의 지도 아래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생 전체가 ‘옥스브리지’대학이나 사관학교를 목표로 공부하며, 이 중 3분의 1이상이 ‘옥스브리지’에 진학에 성공한다. 오랫동안 라틴어, 그리스어를 중심으로 한 인문주의적 교과교육이 실시되어 왔으나, 산업사회의 발전으로 현대과학, 수학, 과학, 기술 교육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고’라는 명성에 걸맞게 배출해 낸 졸업생들의 명부는 비길 데 없을 만큼 쟁쟁하다. ‘왕家’ 는 기본이다. 엘리자베스2세의 손자인 윌리엄 왕자, 해리 왕자 모두 이튼을 졸업했다. 이튼 출신 총리로는 로버트 월폴 경부터 대(大)피트와 소(小)피트, 웰링턴 공작, 글래드스턴, 최근 인물로는 데이비드 캐머런 등 19명에 달한다. 자본주의 대표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즈도 이튼을 거쳤다.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소설가 조지 오웰, 007시리즈 제임스본드를 처음 등장시킨 이안 플레밍 등 다양한 부류의 작가들도 있다. 

이튼 칼리지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이튼은 1440년, 헨리 6세가 70명의 가난한 학생들과 소년 성가대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한 이후 600년의 역사를 지켜왔다. 특히 세계 제 1,2차 대전에서 이튼 교육은 진면모를 드러냈다. 세계 평화의 운명이 걸려 있었던 전쟁에 이튼 학생들은 망설임없이 참여했으며, 1905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이튼의 희생자는 한 학년의 절반이 전사하는 등 다른 학교의 8배에 달했다. 

이튼의 교복은 지금도 연미복과 핀스트라이프 무늬 바지를 고수하고 있다.

2위. 해로우 스쿨(Harrow School). 연간학비 : 3만7300파운드(5200만원). 남학교

정문에 들어서면 독특한 모자를 쓴 교복 군단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음악이나 미술 전문 사립학교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영국 윈스턴 처칠 총리와 인도 네루 총리를 배출해 낸 영국 정통명문학교이기 때문이다. 

교복을 입은 해로우스쿨 학생들.

해로우 스쿨은 인문교육 뿐 아니라, 음악, 드라마, 미술, 디자인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정서를 위해 캠퍼스에 학교 농장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럭비, 축구, 크리켓 등 실외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여가시설 까지 마련돼 있다. 학생 전체가 엄격한 규율아래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늘에서 본 해로우 스쿨.

해로우 스쿨은 1572년 엘리자베스 1세의 승인으로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티어만의 “해로우 스쿨 역사 1324-1991”에 따르면, 이미 1243년부터 학생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다.

3위. 웨스트민스터 스쿨(Westminster School). 연간학비: 3만6400파운드(5100만원). 공학

런던 한복판 웨스트민스터 사원 뒤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 스쿨’은 1179년 알렉산더 3세 교황에 의해 설립된 매우 유서 깊은 학교다. 영국 중심부 위치에 걸맞게 인류 역사의 중심부 역할을 한 인물들을 다수 배출했다. 공리주의의 아버지 ‘제레미 벤담’을 비롯해 계몽주의 사상가 ‘존 로케’, ‘세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영국 대표 과학자 ‘로버트 훅’ 등이 있다. 

웨스트민스터 스쿨.

남학생은 만 13세, 여학생은 만 16세부터 입학생을 받지만, 나이가 찼다고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입학조건나이도 되기 한참 전인 10세, 13세에 사전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테스트를 통과한 학생들에 한해 입학 기회가 주어지며, 등록 역시 사전에 마쳐야 한다.

4위. 윈체스터 스쿨(Winchester School). 연간학비: 3만6600파운드(5100만원). 남학교

‘좋은 사립학교’가 런던 같은 도시에만 모여 있는 것은 아니다. 주요 산업이 농업인 햄프셔 주 윈체스터에 위치한 ‘윈체스터 스쿨’은 영국 전통의 색채와 1382년부터 이어온 역사로 명문의 맥을 잇고 있다. 무려 35%의 학생들이 ‘옥스브리지’에 진학하며 매년 10명 이상은 ‘아이비리그’에 입학한다. 

윈체스터 스쿨.

윈체스터 스쿨은 기숙사에서 수업을 받으러 가는 길목에 졸업생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야외 기념관을 지나야 하는 구조가 특징적이다. 국제분쟁에 참전해 전사한 윈체스터 졸업생들의 이름이다. 이들의 넋을 기리는 목적도 있지만, 재학생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본받고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데에 그 목적이 있다. 

 
시티오브런던스쿨

5위. 시티 오브 런던 스쿨(The City Of London School). 연간학비: 1만4800파운드(2100만원). 남학교

템스 강과 밀레니엄 브릿지가 한눈에 보이는 런던의 ‘심장’에 위치한 ‘시티오브런던스쿨’. ‘CLS’로 더 잘 알려진 ‘시티오브런던스쿨’은 기숙학교는 아니지만, 평판은 타 사립학교에 버금간다. 연간 학비 역시 타 학교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2000만원에 육박하는 액수가 절대 적은 금액은 아니다. ‘CLS’는 영화 ‘해리포터’의 주인공 ‘해리’역을 맡았던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졸업한 학교로 유명하다. 

앰플포스 칼리지.

6위. 앰플포스 칼리지(Ampleforth College). 연간학비: 3만2700파운드(4700만원). 공학

가톨릭계의 ‘해로우스쿨’이라 불리는 ‘앰플포스 칼리지’는 가톨릭의 유일한 완전 기숙학교(Full-Boarding)다. 70%이상의 학생들이 가톨릭 신자지만, 다른 종교라 해서 입학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7위. 차터하우스 스쿨(Charterhouse School). 연간학비: 3만6700파운드(5300만원). 공학

‘차터하우스 스쿨’은 1611년에 토마스 서튼에 의해 세워져, 1872년 런던 외곽 고덜밍 지역으로 옮겼다. 250에이커(약 30만평)의 자연에 가까워진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한 입학생들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차터하우스 스쿨.

현재 차터하우스 스쿨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3년 전에 미리 입학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예비등록금까지 내야한다. 차터하우스는 감리교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 영국 복지부장관 제레미 헌트 등의 동문을 갖고 있다.

8위. 베넨든. 연간학비: 3만4400파운드(4900만원). 여학교

베넨든은 영국의 유일한 여자 완전기숙학교다. 앤 엘리자베스 공주가 졸업한 학교로, 240에이커(약 29만평)의 공원부지에 엘리자베스시대 풍의 건물이 인상 깊다. 교사 대 학생의 비율은 1:6, 전원 기숙생활에 방과후 예체능, 서클, 봉사활동이 필수적인 ‘하우스 시스템’에 입각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베넨든.

입학 ‘문’은 말할 것도 없이 좁다. 베넨든에 입학하려면 무려 4년을 기다려야 한다.

9위. 스토 스쿨(Stowe School). 연간학비: 3만3000파운드(4700만원). 공학

스토 스쿨은 1923년 버킹엄셔의 스토 지역에 설립된 남녀공학이다. 750에이커(약 90만평)에 달하는 크기는 하나의 작은 ‘도시’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스토 스쿨 전경. 이 학교는 'The Week'가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학교'에 2009년과 2013년 두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스토 스쿨도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입학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그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3년이 걸린다. 영국 버진 그룹의 CEO 리처드 브랜슨이 16살에 중퇴한 학교로도 알려져 있다.

10위. 톤브리지 스쿨(Tonbridge School). 연간학비: 3만7000파운드(5300만원).남학교

150에이커(약 18만평) 부지에 빅토리아 양식의 멋진 건물을 뽐내는 톤브리지 스쿨은 이튼 그룹 소속의 남학생 사립학교다. 13-18세까지 대략 800명 정도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그 중 60%정도인 450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톤브리지 스쿨.

독특한 ‘하우스 시스템(House system)’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성교육이 이 학교의 특색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이든 집에서 통학하는 학생이든 전체 학생이 12개 하우스에 소속돼 있다. 음악, 체육 등의 예체능, 봉사활동, 서클 등의 모든 수업 이외의 학교생활은 ‘하우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각 하우스에서는 하우스 마스터와 튜터들이 인성교육을 담당한다. 학생들의 방과후 활동과 종교활동 등을 관리하면서 부모들이 해주지 못하는 인성과 감성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교실 수업이 지식교육이라면 하우스 수업은 인성교육인 셈이다.

학생들은 럭비, 하키, 크리켓 가운데 한 종목을 선택해 반드시 선수로 뛰어야 한다. 교내에서는 ‘하우스 매치’가 열리고 교외에서는 ‘스쿨 매치’를 벌이기도 한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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