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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제네시스 美상륙② G90 해외평가 “벤츠 움찔 vs 예술은 아직”
-‘뱃지’ 모양보다 실용성 중시하는 부유층에 어필…“벤츠 움찔했을 것”
-현대차 다른 모델과 그릴 유사…새 브랜드로서 강력한 캐릭터 부재 ‘흠’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미국에 본격 상륙한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90(국내명 EQ900)’을 바라보는 해외 시선은 어떨까. 


주요 외신들은 G90에 대해 “조용하고 퍼포먼스가 뛰어나다(Quiet, Excellent Performance)”는 호평과 동시에 “와우(Wow)라는 탄성은 나오지 않는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현대차 ‘고급’ 내세우지만…=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은 제네시스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각을 비교해보기 위해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할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와 주요 외신 기사를 분석했다. 각 자료에 등장하는 명사의 빈도를 추려서 이를 ‘워드클라우드(Word-cloudㆍ등장빈도가 높은 단어를 크게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기법을 활용해 시각화했다.



   

고급차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과 관련한 현대차 보도자료(위)와 외신 기사를 워드클라우드로 비교한 이미지.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고급(11회), 기술(6), 디자인(4), 성능(5), 차별(5)’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럭셔리(9) 브랜드(11)로서의 대응력(2)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경쟁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의 단어를 자주 등장시키며 제네시스와 비교했다. 이에 따라 ‘가격, 한국, 클래스, 주행성능, 인테리어, 뒷모습, 소음’ 등 차량평가와 관련한 단어가 주를 이뤘고 현대차가 내세운 ‘차별’이나 ‘혁신’과 같은 단어는 보이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벤츠 움찔했을 것”=전반적인 해외 평가는 우호적이다. 미 유력 자동차잡지 카앤드라이버의 알렉산더 스톡로사는 “날개 모양의 후드뱃지를 단 G90은 아우디, BMW, 렉서스,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있어도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의 의도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움찔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평했다.
오토트레이더의 수석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무디는 “시장에는 럭셔리차를 구매할 능력이 있고 브랜드라는 선입견에 영향을 받지 않는 많은 소비자들이 있다. 이들은 트렁크 뱃지보다 차량의 성능에만 관심을 갖는다. 제네시스의 새 버전은 바로 이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브스의 조지 패터슨은 “V6 트윈터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매우 매끄럽고 훌륭한 주행능력을 보여줬다. 실내는 조용해 빠른 속도에서도 대화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면서 특히 “차선유지 기능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역의 굴곡진 산길에서도 매우 정확하게 작동했다”고 호평했다.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석도 눈길을 끌었다. 미 자동차 전문지 켈리블루북의 수석 에디터 잭 네래드는 “미래 제네시스 모델이 이전 모델처럼 우수하게 제작되고,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 경험이 뒷받침된다면 현대차가 럭셔리 시장에서도 많은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통적 캐릭터는 흠”=그러나 아쉬움 나타내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현대차의 고급차 시작 브랜드로서 시장에서 눈길을 끌려면 유럽 강호에 뒤지지 않는 헤리티지와 캐릭터가 중요한데 이 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컨슈머리포트의 톰 뮤츠러는 “현대차는 G90의 인테리어에 신경쓰면서 혼다 어큐라나 닛산 인피티니와 같은 한 단계 낮은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등 유럽 플래그십(기함) 세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와우’라는 탄성이 나올 만큼의 요소는 눈에 띄지 않는다”며 “예술적이라기 보다 전통적인 느낌”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현대차 특유의 헥사고날 그릴을 그대로 사용한 것도 단점으로 부각됐다. 모토트렌드의 에릭 에야패나는 “G90은 다른 현대차 모델과 많은 면에서 유사하다. 제네시스 세단은 물론 투싼,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와 유사한 디자인 그릴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오토카재팬의 힐튼 할로웨이는 좀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G90 외관은 개성적인 캐릭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시대 흐름에 맞춘 큰 그릴을 붙이고 전반적으로 기존 현대차 얼굴을 사용한 점은 실망스럽다.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기존 현대차의 기술을 지나치게 모방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가격경쟁력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뉴욕데일리뉴스의 제이슨 비스노프는 “G90 차체는 기존 에쿠스보다 눈에 띄게 커서 벤츠 S클래스에 비견될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가격은 E클래스에 가깝다. 이것이 현대차다. 가격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며 후발주자의 한계를 꼬집었다.

성능과 기술력 부문에서는 만족감과 새로울 게 없다는 시각이 공존했다. 오토카재팬은 “주행성능의 정교함은 말할 나위 없다”며 “파워트레인은 조용하고 서스펜션 소음은 실내공간으로 침입해 들어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젤로피닉의 라파엘 올로브는 “G90가 선보인 최고 수준 기술은 이미 시장이 선보이고 있는 기술”이라며 “G90가 ‘자율주행에 가까운 수준’이 되기엔 아직 갈길이 멀다”고 전했다.

미 자동차 전문지 에드문트닷컴은 “인상적인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경쟁모델의 품질과 유산에 대항한 힘겨운 싸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관 분리 필수”=그렇다면 현대차보다 한발 앞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한 도요타의 렉서스는 제네시스 출범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본 도요타자동차 본사의 하시모토 히로시(橋本 博) 글로벌 총괄 홍보부장은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과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럭셔리 브랜드는 세계관 자체를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7년 전 럭셔리 시장에 뛰어든 렉서스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렉서스 성공스토리를 들려줬다.

렉서스는 제네시스와 달리 일본 본국이 아닌 미국에서 먼저 론칭했다.1989년 미국 태생인 렉서스는 브랜드 모태인 LS를 출시한 후 2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프리미엄 차로 부상하면서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극적 드라마를 썼다.

하시모토 부장은 “미국에 이어 2005년 일본에 투입됐을 때 똑같은 차에 엠블럼만 바꿔 가격을 높였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품질은 물론 시장 포지셔닝, 전시장, 서비스까지 대중차와 세계관을 완벽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례로 렉서스의 경우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초반부터 지금까지 영업사원에 고급 호텔서비스 교육을 받게 하는 등 응대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판매되는 제네시스 EQ900은 현재 제네시스 전용 전시장이 아닌 현대차 대리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현대차 측은 “론칭 초기에 기존 현대 브랜드의 판매, A/S 등 고객 접점 채널을 공유하고 총 6종의 라인업이 구축되는 오는 2020년 이후 고객 경험 측면을 현대 브랜드와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올초 재규어 플래그십세단 뉴XJ 출시를 기념해 방한한 이안 칼럼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는 “럭셔리 브랜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품 프라다나 루이뷔통 등도 스토리의 실체가 있고 소비자들은 이를 신뢰한다”며 “재규어는 레이싱 기반 스토리가 있고, 벤츠나 BMW, 포르쉐도 스토리가 있지만 혼다의 어큐라나 닛산의 인피니티는 이런 부분에서 약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유럽의 럭셔리카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cheon@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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