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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한국은 한없이 밀리는 ‘이노베이터’의 세계
- ‘미래가치’ 세계 100대 혁신기업 미국 최상위 싹쓸이, 일본 8개ㆍ중국 7개
- 韓 네이버 등 3개 사 ‘업종별 1위’와 격차 여전
- ‘현재가치’로 순위 매겨도 미국ㆍ일본 독주, 한국 ‘제자리’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여러분은 어떤 회사를 ‘혁신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뭣이 중하냐’에 따라 혁신(Innovation)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현재보단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인물이나 기업을 혁신적이라고 봅니다. 일종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죠. 반면 해당 기업이 현재 보유한 기술적 역량을 판단해 혁신적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처럼 다양한 분석 틀이나 기준 속에서도, 한국 기업과 기업가의 혁신역량은 지구촌을 주도하기엔 아직 모자란단 점입니다. 최근 5년 간 글로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국내 이노베이터(Innovator)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기업과 그 총수들’ 중에서도 일부에 그치고 있습니다.

▶앞날 ‘창창한’ 10대 기업, 한국은 없다=지난 2009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이노베이터의 DNA(The Innovator‘s DNA)’란 글이 실렸습니다. 제프 다이어 미 브리검영 대 교수와 할 그레거센 MIT리더십센터 책임연구원 등이 연구한 주제인데요. 이들은 혁신기업을 원하는 기업가가 연마해야 할 ‘기술(Skill)’을 크게 5개로 봤습니다. 연관짓기(Associating)ㆍ질문하기(Questioning)ㆍ관찰하기(Observing)ㆍ실험하기(Experimenting)ㆍ다양한 인맥(Networking) 등입니다. 회사의 현재보단 앞날을 내다보는 데 필요한 일종의 ‘정성적’ 기준입니다.

연구자들은 여기에 수치를 더했습니다.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 등 증시에서 집계된 가치와 미래에 추정된 현금흐름 등을 봤습니다. 혁신프리미엄(Innovation Premium)이란 지표가 등장한 배경입니다. 다이어 교수와 그레거센 박사 등은 “현재 기업가치로 평가받기 힘든 부분. 즉 미래가치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라고 정의합니다. 이게 높을 수록 혁신기업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단 뜻입니다.


과연 어느 회사 앞날이 가장 탄탄할까요. 연구자들이 2011년부터 포브스를 통해 공개 중인 세계 100대 혁신기업은 절대다수가 미국 회사들입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위 10대기업 가운데 9개가 미국에 적을 두고 있습니다. 1위는 국내에도 진출한 전기차 업계 거물 테슬라입니다. 자산 13조5400억원(121억달러)을 쥔 엘론머스크가 이끄는 이 회사의 혁신프리미엄은 82.4%입니다.

엘론머스크 테슬라 CEO [출처=게티이미지]

2위는 75.5%를 기록한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스포스닷컴이 차지했습니다. 업종별로는 제약ㆍ생명공학 분야가 두드러졌습니다. 10개 중 5개 기업이 올라왔죠. 물론 모두 미국 회사들입니다.

반면 혁신프리미엄 65%를 넘긴 한국 회사는 없었습니다. 10위권엔 들지 못했단 뜻입니다.

▶‘만족한 듯 모자란’(?) 한국 혁신기업 성적표=최상위는 아니지만, 한국 회사들도 이 리스트에 들어있습니다. 올해엔 3개가 들어갔습니다.

우선 네이버입니다. 30일 현재 1조 2400억여원을 쥔 이해진(50) 의장이 창업한 회사입니다. 13위에 이름을 올린 네이버의 혁신프리미엄은 63.3%입니다.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이해진 자산 자세히 보기 (PC버전)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이해진 자산 자세히 보기 (모바일 버전)

LG생활건강은 19위에 올랐습니다. 슈퍼리치팀이 집계한 국내 21위 부호 구본무(72) 회장이 이끄는 LG그룹 계열사입니다. 이 회사의 ‘미래가능성’은 59.5%로 측정됐습니다.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구본무 자산 자세히 보기 (PC버전)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구본무 자산 자세히 보기 (모바일 버전)

아모레퍼시픽도 뒤를 잇고 있습니다. 21위에 오른 이 회사 는 국내 2위부호 서경배(54) 회장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59.1%의 혁신프리미엄을 기록했습니다.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서경배 자산 자세히 보기 (PC버전)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서경배 자산 자세히 보기 (모바일 버전)

사실 미래 가능성을 기준으로 본 세계 100대 혁신기업 순위에 국내 회사 3곳이 들어간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2014년과 작년엔 네이버가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죠.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마냥 만족스런 성적은 아닙니다. 업종별 세계 1위 회사와의 격차가 여전해서입니다. 네이버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분야 1위 기업 세일스포스닷컴와 거리를 두고 있는데요. 혁신프리미엄은 12.2%포인트 뒤져있습니다.

생활용품 분야의 LG생활건강ㆍ아모레퍼시픽도 마찬가집니다. 이 분야 1위에 오른 유니레버 인도네시아와 각각 9%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보였습니다. 


올해 성적을 자화자찬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국가별 집계 결과를 보면 한국 회사들의 초라한 위상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인데요. 같은 동아시아에 속한 중국은 생명공학기업 ‘상하이 RAAS 블러드프로덕트’ 등 7개 기업을 순위에 올렸습니다. 일본은 라쿠텐 등 8개 회사를 100대 혁신기업에 들여놓고 있습니다. 대조적입니다.

▶‘오늘의 혁신’을 빛낸 회사도 5년 째 삼성ㆍLG뿐=물론 그레거센 박사 등의 혁신기업 리스트가 ‘왕도’는 아닙니다. 회사의 혁신 수준을 미래가치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기관들도 있습니다. 톰슨로이터가 대표적입니다.

톰슨로이터가 활용하는 회사의 혁신지표는 기술특허입니다. 최근 5년 간 특허권을 최소 100개 이상 보유해야 ‘혁신기업’의 최소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봅니다. 이 밖에 총 특허 출원 수ㆍ특허등록 성공률ㆍ특허의 영향력 등을 평가하고 있죠. 지금 얼마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지를 보는 셈입니다. 일종의 ‘현재가치’에 더 기댄 측정법입니다.

하지만, 기준을 바꾼다고 뒷걸음질 중인 국내 회사들의 위상이 올라간 건 아닙니다. 여기서도 미국ㆍ일본 등은 사실상 독주 중입니다. 2011년 이 기관이 뽑은 ‘글로벌 이노베이터 TOP100’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4곳이었습니다. 제일모직ㆍLG전자ㆍLS산전ㆍ삼성전자였죠. 모두 수십 년 이상 된 대기업집단 계열사였습니다. 당시 100개 사 가운데 미국 기업이 40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일본이 27개 회사로 뒤를 이었죠.


5년 뒤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일본이 약진했습니다. 40개 회사가 100대 혁신기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3개가 늘어 점유율 세계1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기업은 5개 줄어들어 35개가 됐지만, 여전히 세계 2위를 유지 중입니다. 면면을 보면 새로 올라온 회사도 꽤 있습니다. 현재가치에 바탕을 둔 혁신지표로 보더라도 미국의 산업 생태계가 역동적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국내 기업도 3곳이 확인됩니다. 그러나 역시 LG전자ㆍLS산전ㆍ삼성전자입니다. 삼성물산과 합병한 제일모직을 빼면 늘지도, 줄지도 않았습니다. 

factism@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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