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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아버지 뛰어넘겠다”…상속 대신 디지털 음악 사업 택한 28세 싱가포르 ‘금수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아버지 회사를 뛰어넘는 회사를 만들겠다. 내 ‘왕국’을 세우겠다.”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패기 있는’ 대사다. 그러나 실제 싱가포르 9번째 부자의 셋째 아들이 한 말이다. 획일화 한 경영수업을 거쳐 기업을 물려받는 대부분의 재벌 2세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세계 최대 팜유회사 윌마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 궉쿤홍의 아들, 궉멩루(28)다.  
밴드랩 창업자 궉멩루
궉은 클라우드 기반의 음악 컬래버레이션 플랫폼 ‘밴드랩(Bandlab)’의 CEO다. 밴드랩은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고 공유하고자하는 사람들을 위한 ‘올인원 멀티 플랫폼’이다. 웹ㆍ안드로이드ㆍIOS 모두 호환되는 이 프로그램은 작곡가ㆍ드러머ㆍ기타리스트ㆍ보컬 등을 연결한다.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 그들만의 음악을 구축하도록 돕는 것. 밴드랩 수입은 연간 100만달러다. 우리 돈 11억원이다.

‘인스타그램’을 떠올려보자. 먼저 우리는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보여줄 사진이나 영상을 고른다. 콘텐츠를 더 돋보이게 해줄 필터를 더하는 것은 자유다. “오늘은 기분 좋은날(미소)”등의 상태를 나타내는 메시지, 이모티콘도 얹는다. 이렇게 올린 사진이나 영상을 해시태그를 통해 팔로워나 친구들과 공유한다.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에는 친구 아이디 태그도 걸어준다. 밴드랩도 같은 맥락이다. 매체가 ‘사진’이 아닌 ‘음악’일 뿐이다.

밴드랩은 웹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IOS 까지 모두 호환이 가능하다.

18개 이상의 사운드와 비트는 기본이다. 재즈ㆍ블루스,ㆍEDMㆍ팝 등 장르를 정할 수도 있다. 피아노 음 하나를 입력하더라도 전자피아노ㆍ마림바ㆍ교회 오르간ㆍ그랜드피아노 같은 악기 종류까지 고를 수 있다. 밴드랩 만의 독자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 이펙트 사운드도 있다. 음을 만들 수도, 직접 녹음할 수도 있다.
 
밴드랩 이용자 피드. 자신이 만들거나 녹음한 음악을 올리면 ‘팔로워’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스타그램과 유사하다. [출처=Bandlap ‘gadfly’계정]

만약 기타리스트라면 녹음을 하거나 오선지에 자신만의 음을 만들어낸다. 필터를 더하는 것과 같은 부가적인 이펙트는 개인 취향이다. 그 다음에는 함께 음악을 만들 ‘동반자’를 찾는다. 일종의 팔로워 개념이다. 

그렇게 내가 만들어낸 음을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컬래버레이션’ 음악이 탄생하는 것이다. 물론 미리 그룹을 만들어 음악 활동을 할 수도 있다. 현재 밴드랩에서 활동하는 15개국 래퍼 50여 명과 아티스트 그룹이 대표적이다.

만들어진 컬래버레이션 음악은 ‘누가 어떻게’ 참여했는지 책임 소재가 분명하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도 좀처럼 없다.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에 친구 이름을 태그 하는 것과 같다.

궉은 “음악을 사랑하는 팬과 뮤지션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 스타트업의 목표”라며 “음악을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인적 네트워크를 선물하고 싶다”고 전했다. 
 
윌마 인터내셔널 궉쿤홍 회장

사실 궉멩루 가족은 싱가포르에서 내로라하는 부자 집안이다.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궉멩루 아버지 궉쿤홍(66) 회장의 자산은 25억달러(2조8000억 원)다. 그는 1991년 윌마 인터내셔널을 창립해 오직 윌마에 일생을 바쳤다. 작년 매출만 455억달러(51조원)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ㆍ중국ㆍ일본ㆍ브라질 등 13개국에 진출해 있다. 

로버트 궉
뿐만 아니다. 그의 삼촌인 로버트 궉(92)은 말레이시아 1위 억만장자다. 한때 사탕수수 사업으로 ‘설탕왕(Sugar King)’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는 호텔사업에 진출해 ‘샹그리라’를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로 올려놨다. 로버트 궉의 자산은 112억달러(12조5600억원)다.

말 그대로 ‘금수저’ 집안이다. 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가 벌어들이는 돈만으로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다. 그렇기에 궉의 유년시절은 여느 재벌 2세와 같았다. 10세에 영국 사립학교로 유학을 떠나 캠브리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타지 생활을 하는 것까지 다른 부자 자제들 삶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먼 곳에 있는 궉에게 아버지가 추천한 에릭 클랩튼의 음악은 아들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궉은 “에릭 클랩튼에 대한 관심이 블루스 가수 겸 기타리스트 B.B.킹으로 이어졌다”고 회고한다. 그는 순식간에 블루스 음악과 기타에 매혹됐다. B.B.킹이 공연 한 번을 위해 몇 년씩 연습하고 고민하는 모습에 큰 자극을 받기도 했다. 
밴드랩 로고

그렇게 궉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 것을 포기하고 그의 친구 스티브 스킬링스와 ‘밴드랩’을 창업했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사업의 초석을 다졌다. 물론 아버지의 도움도 있었다.

하지만 궉은 가족들의 지원에 대해 겸손하다. 궉은 한 인터뷰에서 “가족들의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버지가 윌마를 시작할 당시 살던 아파트가 저당 잡힌 상태였다”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포부는 크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더 뛰어난 ‘디지털 음악 왕국’ 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에게 궁극적인 목표는 두 가지다. 먼저 밴드랩 이용자들이 그들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공유할 수 있는 완벽한 장을 구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도록 개발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그는 목표했던 펀딩금액에 3년 내 도달할 것이란 자신감도 내비쳤다. 직원 수도 현재의 갑절 수준인 1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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