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23일 존 말론이 이끄는 리버티 미디어가 F1의 모회사인 델타 탭코와 인수에 관한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협상중인 금액은 85억 달러로, 우리 돈 9조4900억원에 달한다. 만약 리버티가 인수에 성공하면 ‘전 세계 스포츠 역사상 가장 파급력이 큰 빅딜’로 기록된다.
리버티 미디어 회장 존 말론 |
현재 ‘CVC 캐피탈 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회사가 35.5%로 F1의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F1의 최고경영자(CEO) 베니 에클레스톤이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CVC는 2005년 처음 F1을 인수할 당시 75%에 달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10년 동안 천천히 매각해왔다.
만약 리버티 미디어가 인수에 성공하면, 스폰서십, TV 방영권과 대회마다 들어오는 수입 등의 상당한 상업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입이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포뮬러 원(F1) 그랑프리 경기 모습 |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의 명문 ‘파리 생 제르맹’을 소유한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와 스카이 방송도 F1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버티 미디어 로고 |
리버티를 이끄는 존 말론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84위 부자다. 그의 자산가치만 57억 달러(6조 3800억원)에 이른다. 1964년 예일대학에서 전자공학과 경제학 학위를 받은 후 통신 업체 AT&T의 벨연구소ㆍ제너럴 인스트루먼트 부사장 등을 거친후 1970년대 미국 최대의 케이블 TV방송사업자인 텔레커뮤니케이션(TCI)를 설립해 오늘날의 미디어 그룹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그를 더 유명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땅이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땅을 보유한 인물이다. 포브스 등 미국의 전문매체들이 추산하는 그의 보유 토지면적은 8903㎢, 우리식으로는 무려 26억9280만평에 달한다. 서울시 면적 15배에 육박하는 땅이 그의 사유지인 셈이다.
그는 평생 틈틈히 땅을 사들여 왔다. 숲을 좋아하고 말타기를 즐긴다는 게 그를 지켜본 사람들의 평이다. 현재 일종의 부업으로 ‘실버스퍼랜치스(Silver Spur Ranches)’라는 이름의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거대 목장이다. 회사는 와이오밍, 뉴멕시코, 콜로라도 등의 주에 거점을 두고 각종 고기와 목재를 생산한다. 이외에도 뉴햄프셔주와 메인주에 기반을 둔 목재 회사도 갖고있다.
그는 비즈니스에서도 매우 공격적인 태도로 유명하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악당 ‘다스 베이더’가 그의 별명일 정도다. 말론은 관련 업계에서 ‘먹잇감’의 현재보단 미래에 과감히 베팅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일종의 ‘가치 투자’다.
버진 미디어(왼쪽)와 반스앤노블 로고 |
2011년에는 부진으로 허덕이던 기업을 ‘건져 올리기’도 했다. 미국 최대 온·오프라인 서점 반스앤노블(B&N)을 무려 10억달러(1조 12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당시 여론은 ‘미친 짓’이라며 의아해했지만, 전문가들은 반스앤노블의 전자책 단말기 ‘누크’의 장래에 투자한 것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얼마 후 마이크로소프트(MS)가 B&N 전자책 단말기 누크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투자함에 따라 말론의 선택은 입증됐다. 현재 누크는 아마존의 킨들에 이어 전자책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리버티 미디어가 F1 지분을 매입하면 F1의 미국 시장 공략에도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F1 그랑프리는 전 세계 150여 개국 40억명 팬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최대 미디어 기업과 3대 스포츠 이벤트의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인지, 존 말론의 ‘가치 투자’가 이번에도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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