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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선언을 실천으로…저커버그 ‘재산 99%사회환원’시작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지난해 말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중대 발표(?)’가 현실로 다가왔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재산 99% 사회환원’ 프로젝트다. 저커버그ㆍ프리실라 챈 부부가 자사 주식 76만 8000주를 매각했다. 작년 12월 ‘통 큰 기부’ 선언 후 내딛은 첫 발이다.

마크 저커버그-프리실라 챈 부부와 딸 맥스 챈 저커버그. [출처=저커버그 페이스북]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저커버그는 ‘10b5-1 거래계획’(내부자 거래 관련 의혹을 피하기 위한 주식 매각)을 통해 이 주식을 팔았다. 9500만 달러로, 우리 돈 1064억원 가치다. 그는 매각 이유로 “더 나은 교육ㆍ질병 치료, 그리고 커뮤니티 건설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저커버그 부부가 쓴 ‘딸에게 보내는 편지’. “딸이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더 나은 곳에서 커가는 것을 보고 싶다”라는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다. [출처=저커버그 페이스북]

지난해 말 저커버그는 첫 딸 맥스가 태어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딸에게 보내는 편지’란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소유한 페이스북 주식 99%를 죽기 전까지 매각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당시 시세로 52조원을 넘는 천문학적 액수였다. 그는 “전세계 아동을 위해 교육ㆍ질병 치료ㆍ청정 에너지ㆍ빈곤 해결ㆍ강력한 커뮤니티ㆍ평등한 권리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평생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 3년 간 매년 10억 달러씩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매각한 주식은 그가 가진 페이스북 주식 4억 주의 극히 일부다. 그러나 그가 재산 사회환원 의사를 밝힌 후 첫 주식매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 로고.

저커버그가 ‘유한책임회사(LLCㆍLimited Liability Corporation)’를 통해 주식을 매도한 사실도 주목할 만 하다. 사실 그가 기부 의사를 밝힐 당시 ‘뜨거운 감자’는 기부 액수가 아닌 기부 방식이었다. 저커버그가 재단이나 자선기관이 아닌 자신과 아내 이름을 딴 유한책임회사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통해 환원을 하겠단 것이었다.

미국서 개인이나 가족이 다른 단체에 대한 기부와 지원 등을 위해 만드는 법인 대부분은 일종의 ‘사적 재단(private foundation)’형태다. 순수한 자선 활동 외엔 돈을 쓸 수 없다. 그러나 미국 국세법 제501(c)조에 따라 세금이 면제되는 ‘면세 조직’ 지위를 인정받는다.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부자도 많다.

그러나 저커버그가 선택한 LLC는 미국 공익사업 기관으로선 드문 법적 형태다. LLC는 일반 기업처럼 세금을 내야 하지만, 자금 운용에 제약이 없다. 순수한 자선활동 외에는 돈을 쓸 수 없는 재단과 다르게 ‘투자’로 자금을 더 불릴 수도 있다. 자금을 정치자금으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정치 참여도 가능하다. 그의 이번 주식 매각이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마크 저커버그와 ‘안델라’ 소속 청년들

그렇다고 LLC를 이용한 자선활동을 색안경만 끼고 볼 순 없다. 그가 행해온 크고 작은 기부의 ‘실체’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지난 6월 자선 재단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통해 아프리카 소프트웨어 개발자 육성 스타트업 ‘안델라’에 2400만달러(270억원)을 지원했다. 2014년 문을 연 안델라는 아프리카 청년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스타트업이다. 구글ㆍ IBMㆍ페이스북ㆍ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에 일자리를 찾아주기도 한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31일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IT기업가ㆍ개발자들과 만나 “코딩을 할 때 느꼈던 정밀함이 그립다”며 “코드는 항상 원하는 것을 해주지만,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저커버그의 유별난 ‘코딩’사랑이 한 몫 한 투자인 셈이다.

이 역시 따지고 보면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가 LLC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출처=저커버그 페이스북]

이 뿐 아니다. 저커버그는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 지진 구호를 위해 6억 3000만원(50만유로)상당을 페이스북 크레딧(적립금)형태로 기부했다. 페이스북에 ‘안전확인’ (Safety Check) 기능을 활성화하기도 했다. 이용자가 지진이나 태풍, 테러 등이 일어났을 때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이 무사한지를 알리는 기능이다. 아울러 직접 이탈리아를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도 했다.

한편 저커버그의 자산은 포브스 기준 558억달러(60조 9600억원)다. 미 400대 부호 순위 6위, 테크 분야에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에 이어 3위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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