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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이 ‘모텔직원’은 두 번 파산하고 10년 뒤 모텔로 370억을 벌었다
- 2전 3기 끝 국내 최대 모텔 예약 앱 기업 ‘야놀자’키워

- 내실ㆍ외형 다져 2020년엔 IPO 계획도

[코리아헤럴드 김영원 기자ㆍ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청년은 부자가 되고 싶었다. 소위 말하는 ‘흙수저’였다. 노력하면 될 것이라 믿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속담은 그러나 적어도 그에겐 남 일 같았다. 그렇게 두 번씩이나 빈털터리가 됐다.

처음부터 다시 올라갔다. 한때 일했던 숙박업소 직원으로 되돌아갔다. 사업 아이템이 ‘모텔’로 정해진 이유다. 성인이라면 한 번 쯤 가 봤을 법 하지만,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상한(?) 편견이 지배하던 공간이었다. 청년은 사실상 음지에 있던 ‘그 곳’을 양지로 끌어올렸다. 난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렇게 11년이 지났다. 그는 한 해 버는 돈만 400억원에 육박하는 ‘사장님’으로 거듭났다. 바로 회원 수백만 명을 거느린 모텔 예약 앱 야놀자의 창업자 이수진(39) 대표 이야기다.

이수진 야놀자 창업자.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실패→파산…연이어 목돈 날린 젊은이=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 야놀자 본사에서 더 인베스터와 만나 어린시절이 유복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회생활 첫 발을 내딛고도 여전히 가난한 자신을 돌아보며 부자가 돼야겠단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부자(富者)’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로버트 키요사키의 책을 읽어봤다. 이 대표는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 진정한 부자에 대한 정의가 나오는데 부자는 본인이 일을 하지 않아도, 잠자거나 놀러 갈 때도 돈이 쌓이는 그런 시스템을 갖춘 사람이라고 했다”라며 기억을 더듬는다.

그가 읽은 이 책엔 중요한 키워드 하나가 있다. ‘투자’다. 그래서였을까. 이 대표는 산업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던 시절 모았던 돈 4000만원을 주식에 투자 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가진 것을 날린 그는 다시 돈을 모아야 했다. 일자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월급을 제대로 모으려면 생활비를 아껴야 했다. 이 대표가 모텔서 청소원 일을 시작한 계기다. 숙박업소에서 숙식 해결이 가능했다.

하지만 일은 고됐다. 일일 숙박 기준 40 객실의 침구를 정리해야 했다. 대실(방을 시간제로 대여하는 방식)로 나가는 객실도 하루 평균 30개 가량 처리했다. 아침 10시께 시작해 혼자 70여 객실을 모두 돌고 나면 하루를 꼬박 넘겨 새벽 1시가 다 됐다. 간단히 밥 먹는 시간을 빼면 하루 종일 일한 셈이다.

이 대표는 받은 급여 대부분을 저축했다. 월 최대 250만원 씩을 모아나갔다. 청소가 익숙해지고 경험이 쌓이자 그가 맡는 일은 프론트 업무ㆍ주차 등으로 늘었다. 월 최대 300만원을 벌 수 있었다.

그렇게 2년 간 모은 돈으로 이 대표는 샐러드 가게를 시작했다. 또 한번 망했다.

“사실 샐러드의 ‘샐’ 자도 몰랐다. 단순히 다이어트에 좋으니 여성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예상과 실제는 달랐다. 손님들 취향은 다양했다. 육식을 즐기는 여성도 상당히 많았던 것. 이 대표의 샐러드 가게는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말 그대로 ‘폭삭’ 망했다. “순전히 상상 속에서만 구상한 사업을 현실에서 시작한 셈이었다”고 그는 털어놨다.
몇 년 새 두 번이나 목돈을 날린 대가는 혹독했다. 이 대표는 “군 복무 시절 모은 돈 주식 투자해서 망하고, 2년 간 번 돈은 사업으로 또 날리고, 서글픔이 몰려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대표는 이 시절 비교적 저렴해 흔하기까지 했던 저가 승용차 ‘프라이드’를 사고 싶었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그는 “먹는 것 입는 것 안 사며 모은 돈 날리고, 막노동 보다 힘들다는 숙박업소에서 청소 하며 받은 대가를 샐러드 상상 한번 잘못 했다가 온전히 날렸다. 부자가 될 팔자는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수진 야놀자 창업자.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다시 모텔직원…‘사업’이 되다=어렵게 자수성가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사실상 모든 것을 잃었다. 그나마 서른도 되기 전 뼈아픈 실패를 두 번이나 맛본 건 작은 ‘행운’이었다. 이 대표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80세까지 산다 해도 50년 넘게 남았다. 스스로 인생을 개척할 시간 치곤 충분하다 여겼다. 그리고 일반 직장 생활보단 숙박 쪽으로 되돌아가자는 생각이 들어 모텔 매니저 일을 다시 시작했다.

일종의 ‘친정’을 다시 찾았지만 일은 여전히 힘들었다. 그런데 지친 심신을 달래려 시작한 온라인 활동은 전화위복이 됐다. 이 대표는 “모텔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면서 만날 사람도 없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카페를 만들었다. 그것이 야놀자의 시작이었다”고 고백한다.

카페 운영 초기 이 대표는 본인이 모텔서 일하며 힘든 점ㆍ느낀 점 등을 적어 올렸다. 그러자 다른 숙박업 종사자들도 자기 이야기를 써 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뿐 아니었다. 게시판 관리를 했더니 사람들이 카페에서 구인ㆍ구직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업계 내외에서 나온 신제품 광고가 붙었다. 카페가 ‘돈’이 되기 시작한 것. 회원 수는 1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이 대표는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카페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모텔ㆍ호텔ㆍ펜션 등 숙박 시설을 비교하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었다. 기타 부동산 정보ㆍ모텔 컨설팅에도 손을 대며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2005년 3월의 일이었다. 자연스레 동료도 생겼다. 임태선 야놀자 본부장ㆍ 임상규 부사장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던 시절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잘 나갔다. 당시 야놀자 직원은 13명 정도였다. 온라인 모텔 비교 카페 시장 3위 업체였던 ‘모텔투어’에서 인수 제안도 들어왔다. 이를 통해 몸집을 키웠다. 그리고 이 때 유행하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모티브로 한 모텔비교 미니홈피 ‘모티즈’도 만들었다. 당시엔 획기적이었다. 모텔 약도ㆍ사진ㆍ가격ㆍ후기 등의 서비스가 제공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난관도 있었다. 야놀자의 인지도가 높아지던 때였지만 ‘업계 1위’는 아닌 시절이었다. 직원들 대부분이 경쟁사로 옮겨간 것도 이 때였다.

“경쟁사 회원 수는 7만 5000명이었는데 저희는 1만 5000명이었어요. 나중엔 거기가 15만명으로 늘었는데 저희는 6만명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그들이) 1위 사업자로 가는 게 맞았다고 봐요.” 이 대표의 회고다.

이수진 야놀자 창업자.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시련 이겨내니 매출 400억 육박…기업공개 계획도=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과정속에 시련이 닥친 것이지, ‘해도 해도 안 되는구나’가 아니었다. 많이 흔들리긴 했지만, 절대 그만 둘 수 없었다. 이왕 시작한 일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는 이 대표. 혼자 포토샵과 기본적인 코딩을 공부해 모티즈 사이트를 업데이트 했다. 그리고 다시 웹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채용했다. 회사는 서서히 흑자로 돌아섰다.

이 대표는 멈추지 않았다. 회사의 내실과 외형을 함께 다졌다.

우선 사업자를 위한 컨설팅이다. 기본 예약 서비스는 물론 해외 관광객 숙박 예약ㆍ상권분석ㆍ부동산 사업 컨설팅ㆍ금융 서비스 연계 등을 망라한다. 모텔 경영의 ‘A to Z’를 제공하는 셈이다. 아울러 정부 기관과 연계해 ‘모텔리어’ 양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 



자연스레 야놀자의 몸집도 상당히 커졌다. 예약 앱은 6월 기준 다운로드 횟수 1100만 건을 기록했다. 402만 명의 회원은 이 앱으로 모텔 뿐 아니라 호텔ㆍ펜션ㆍ게스트하우스 등도 예약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다. 야놀자가 정보를 제공 중인 숙박업소는 전국 합계 1만여 곳 이상이다. 자체적으로 프랜차이즈 모텔 101개도 운영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매출도 자연스레 뛰고 있다. 2014년 200억원에서 지난해엔 84% 늘어나 368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 매출은 작년 갑절 수준이 될 것으로 야놀자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중장기 목표를 “매출 1조원”이라고 밝혔다. 4년 후엔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는 게 야놀자의 계획이다.

11년 만에 업계 최고자리에 오른 그는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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