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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짊어진 백팩으로 케냐에 빛을’ 23세 女기업가의 위대한 도전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홍승완ㆍ민상식 기자] 최근 서구 언론으로 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한 젊은 사회적 기업가가 있다. 살리마 비스람(Salima Visram). 올해 23세의 이슬람계 케냐인인 그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명문 맥길(McGill) 대학을 졸업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새내기 기업가다. 

서구 언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23세의 젊은 사회적 기업가 살리마 비스람.

그녀가 파는 것은 가방이다. 그것도 등에 메는 가방, 즉 백팩이다. 초고급 브랜드의 제품이 아니라면 비싸도 몇 만원 정도면 살수 있는 게 백팩이다. 평범한 ‘가방 장사’에 불과할 수 도 있는 비스람이 미디어의주목을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녀가 아프리카 케냐에 설립한 회사, ‘솔라 백팩(Soula Backpack)’이 생산하는 가방이 메고 다니면 태양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이른바 ‘태양광 백팩’이기 때문이다. 가방을 통해 모아진 태양에너지가 케냐 극빈 가정들이 맞닥드리고 있는 전력 부족에 해결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비스람이 주로 기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지역은 케냐의 키캄발라(Kikambala)다. 뭄바사에서 조금 떨어진 키캄발라는 바다를 끼고 있는 동네다. 인도양을 끼고 있는 쪽은 풍광이 좋아 유럽 사람들의 고급 휴양지가 들어서 있지만, 조금 벗어나면 황무지가 펼쳐지는 곳이다. 특별한 산업이 없어 2만2000명 주민의 대다수는 극빈층이다. 케냐 내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중 하나다. 거주민의 대부분이 1일 1달러 이하로 생활한다.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기도 공급되지 않는다. 

솔라 백팩사의 CI.


비스람은 키캄발라의 인근지역에서 자라났다. 하지만 가난한 지역민들과는 다르게 그녀의 가족은 아주 부유했다. 키캄발라 가문은 인근에 거대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케냐의 광활한 자연을 감상하기 위해 찾아오는 서양의 부자들이 주로 고객이었다. 
그렇다고 비스람 가족이 가난한 ‘동네 사람들’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가문이 나서 지역을 위한 각종 지원 활동을 벌여왔다. 지역에 간호학교를 지어주고, 마을에 최초의 의료시설을 도입하고, 깨끗한 식수원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벌였다. 그래도 지역의 빈곤이 특별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아프리카 빈민층의 실상을 가까이서 보고 자란 덕분인지, 그녀는 캐나다 맥길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전공을 ‘국제 개발’ 쪽으로 잡는다. 빈곤국가를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가 그녀의 화두 였다. 특히나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한다. 그러던 중 ‘사회적 기업활동’과 관련한 수업을 들으면서 그녀는 ‘사회적 기업’의 설립이 아프리카의 빈곤을 퇴치하는 훌륭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현지에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야 한다고 깨닫고 행동에 옮긴다. 

키캄발라 지역 아이들과 대화중인 비스람

그녀는 특히 ‘빛’에 주목했다. 언급한대로, 키캄발라는 전기조차 전혀 공급되지 않는 마을이었다. 주부들 대부분은 등유를 썼다. 등유는 어둠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낼 수 있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등유는 그들에게는 너무 비쌌다. 평균적으로 얼마안되는 연수입의 25%를 등유사는 데 써야 했다. 게다가 대부분 흙집인 이 동네에서 등유의 사용은 건강에도 나빴다. 환기가 제대로 안되면서 등유를 태울 때 발생하는 각종 유해물질이 집안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월드 뱅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매일 4000명 정도가 등유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그녀가 키캄발라의 가정집에 빛을 공급하고 싶었던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교육’이다. 집에가서 공부를 하고 싶어도 빛이 없어서 공부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더 많이 공부할 수 있어야, 더 큰 꿈을 꾸고, 일자리를 가지고, 돈을 벌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지역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빈곤이 개선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등유가 아닌 다른 광원을 어떻게 공급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그녀는 태양광을 주목한다. 적도 인근에 위치한 케냐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태양빛이 강렬했다. 이를 모아 야간에 빛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효율적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태양에너지를 모을 것인가 였다. 현지의 가옥들은 대부분 흙집이기 때문에 집에 대규모 태양광 설비를 집에 얹기가 힘들었다. 비용도 많이 들 것이 뻔했다.

여러 고민을 하던 중 그녀의 눈에 아이들이 들어온다. 공부를 하기 위해 뙤악볕에도 멀리 떨어진 학교까지 맨발로 걸어가기를 마다않는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 모두가 하나씩 등에 맨 낡디 낡은 책가방. 그녀는 ‘등하교에만 수시간이 걸리는 아이들이 등에 맨 가방에 작은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춘다면 어떨까‘하고 생각한다. 넓적한 백팩의 한 면에 태양광 패널을 달고 이를 가방안에 배터리로 모으는 것이다. 이렇게 보아진 에너지를 집안에 있는 LED램프와 연결 한다면 밤에도 아이들은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제품 단계의 솔라백팩을 지급 받은 키캄발라 지역 아이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우선 가방을 제작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몇 곳의 가방제조사에 ‘태양광 발전 가방’이 제작가능한지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했다. 만들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비용이나 수량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다른 제조사들에 또 문의를 했다. 역시나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국내외의 수십곳의 제조사에 문의를 했다. 그리고 100개사 쯤 연락을 취했을 무렵 2~3곳에서 ”만들어보자“는 답이 왔다.

다음 문제는 돈이 었다. 가방을 제조하고 회사를 설립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녀는 크라우드 펀딩을 택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자신의 계획을 밝히고 도움을 청했다. 반응은 상당했다. 처음에는 4만달러를 모으겠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펀딩에 참여하면서 모금액은 5만 달러를 넘었다.

이를 기반으로 그녀는 시제품을 제작한다. 만들어진 가방 몇개를 들고 키캄발라로 갔다. 그래서 몇명의 아이들에게 가방을 주고 실험을 해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3~4시간만 야외활동을 하면 집에서 작은 LED램프를 8시간 정도 켤 수 있는 에너지가 모아졌다. 이정도면 이정도면 아이들이 세 명 정도가 램프 주변에 모여 밤에도 공부하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바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수백개의 가방을 제작해 키캄발라는 물론, 인근 국가인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빈곤한 마을의 학생들에게 가방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의 교육청이나 학교들을 설득해염가에 가방을 사게 했다. 그녀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아프리카 지역의 미디어는 물론 북미와 유럽의 미디어들도 관심과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미국 최대 홈쇼핑채널인 HSN에서 판매되고 있는 솔라 백팩. 가방의 하늘색 부분이 태양광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관심이 모아지자 다음 단계로 갔다. 솔라백팩을 북미지역에서 팔기 시작한 것이다. 가방을 미국 최대의 홈쇼핑 채널인 HSN의 인터넷 페이지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네이비색과 흰색 두가지 제품을 49.95달러에 내놨다. 가방을 북미에서 팔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1+1 매칭 시스템’을 위해서 였다. 북미지역에서 소비자가 1개의 솔라백팩 제품을 사면 1개를 무상으로 아프리카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지원하는 것이다. 친환경 신발로 유명한 ‘탐스(TOMS)’ 등이 이미 시행해 성공하고 있는 모델이다. 이 같은 접근이 가방의 기부 뿐만이 아니라 북미인들에게 아프리카 빈곤층에 대한 관심을 더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옥스포드 아프리카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솔라백팩

그녀의 도전은 여러사람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옥스포드 대학이 주최하는 ‘옥스포드 아프리카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그 의미를 인정받아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2000파운드의 상금도 받았다.

최근에는 케냐 출신의 여배우 루피타 뇽 (Lupita Nyong‘o)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루피타는 지난 2014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여배우다. 그녀는 모국을 변화시키려는 젊은 여성 기업가의 도전에 케냐인으로서, 또 같은 여성으로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루피타는 마침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디즈니의 새 영화 ‘퀸 오브 카트웨 (Queen of Katwe, 2016)’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영화는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를 꿈꾸는 우간다 소녀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도 등유는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주연배우가 나서니 디즈니도 손을 보태고 나섰다. 솔라백팩사에 자신들의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솔라 백팩은 이를 이용해 디즈니 캐릭터가 담긴 백팩을 출시할 계획이다. 

솔라백팩의 지원에 나선 케냐 출신의 세계적 여배우 루피타 뇽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단순히 가방의 기부와 보급에 멈춰 있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솔라백팩을 아프리카 최빈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적이다. 가방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램프 등의 발전 부품은 물론 가방 자체를 아예 아프리카 지역에서 생산해,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또 아이들의 부모님을 설득해 등유를 사용하지 않게 되어 남는 돈과 가방을팔아 생긴 수익금을 펀드로 조성해 지역의 교육과 의료 생활환경 개선에 쓰도록 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프로젝트를 함께할 은행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역에 지속가능한 경제모델을 도입하겠다는 포부다.

그녀는 “우리는 가장 큰 가방회사가 아니라 가장 큰 사회적 영향력을 창조해낼 수 있는 가방 제조사가 되고 싶다”면서 “(아프리카 빈곤층이) 그들 스스로 빈곤을 완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3세 사회적 기업가의 도전이 아프리카에 빛을 밝힐 수 있을까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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