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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오라클→反오라클→ IoT 스타트업…7700억 끌어모은 창업가 ‘인생 곡선’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굴곡진 삶이었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IT대기업을 퇴사해 ‘친정’에 맞섰다. 만족스럽지 못한 가격에 회사를 팔고 다시 시작했지만 몸을 크게 다쳐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C3 IoT’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사물인터넷 스타트업을 세운 창업자 토마스 시벨(63)의 이야기다. 
토마스 시벨 C3IoT창업자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드디어 웃을 수 있게 됐다. 우리 돈 8000억원에 육박하는 투자금을 단번에 끌어모아서다. 소위 ‘재래식 산업군’에 속한 회사들도 신기술의 고객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선견지명이 통한 결과다.

▶ 오라클 퇴사…‘굴곡’의 시작=시벨은 1984년부터 1990년까지 기업용 IT솔루션 서비스로 유명한 오라클(Oracle)의 경영진이었다. 개인자산 57조2650억원(518억달러)을 거느린 이 회사 창업자 래리엘리슨(72) 휘하에 있었다. 

과거 토마스 시벨의 ‘상사’였던 래리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1993년 오라클을 뛰쳐나온 그는 고객관계관리(CRM) 회사 ‘시벨 시스템즈’를 차린다. 그 후 ‘반(反) 오라클’전략을 추구했다. 시벨은 회사를 CRM 솔루션 시장 2위까지 올려놓았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일까. 2005년 오라클은 당시 시장에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던 시벨 시스템즈를 58억5000만달러(6조4600억원)에 인수한다. 시벨은 기대치보다 낮은 가격에 회사를 팔아야 했다. 글로벌 공룡에게 ‘효율적’으로 인수되는 작은 회사의 운명을 그대로 따라간 것.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선 최강자였지만, 시벨이 키워놓은 CRM분야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오라클의 전략이었다.

▶ 의욕적으로 나선 재창업, 그러나…=시벨은 CEO자리에서 물러나 2009년 다시 회사를 세웠다. 바로 C3 IoT다.

이 기업은 2009년 ‘C3 에너지’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에너지산업 관련 기업들이 인터넷 연결 센서를 통해 온도조절장치나 전기 변압기 등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 시스템을 제공했다. 쉽게 말해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분야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선보인 것.

시벨이 최근 들어 각광받는 IoT 서비스를 7년 전부터 재래식 산업에 접목하려 한 이유는 간단했다.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알려졌다시피 IoT는 사람과 사물ㆍ공간과 데이터 등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연결한다. 각 연결 요소에서 생성되는 정보들을 자동으로 수집해 이를 공유ㆍ활용한다. 
사물인터넷(IoT)은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기능 등을 내장해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이다.

가능성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IT 자문기관 가트너(Gartner)가 2015년 발행한 IoT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IoT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1조2000억달러(1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뿐 아니다. 지난 6월 발표된 에릭슨의 ‘모빌리티 리포트(Mobility Report)’도 IoT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2015년 약 150억 개로 집계된 ‘커넥티드 디바이스(connected device)’가 2021년에는 약 280억 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이 중 2015년 기준 약 46억 개로 추정되는 IoT 기기는 2021년에 약 157억 개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연평균 23%에 달하는 높은 성장세다.

친정기업 오라클을 나와 창업ㆍ재창업까지 도전한 시벨의 시도는 시대를 앞선 결정이었던 셈이다.
 
C3 IoT 로고

그러나 ‘새 시작’을 꿈꾸던 시벨에게 또 다시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친다.

2009년 8월, 시벨은 가이드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코끼리를 구경하던 중 코끼리떼의 습격을 받았다. 그는 “뛰거나 숨어야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찰나에 일어난 일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시벨은 왼쪽 다리와 갈비뼈 등에 골절상을 입었다. 심지어 3시간동안 구조도 받지 못했다. 이후 그는 2년 반 동안 수술만 19번을 받아야 했다.

▶ 다시 받은 삶…‘내 회사’에 집중한 이유=시벨은 “죽음의 위기를 넘긴 후 내 회사, ‘C3’에 더 큰 애착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C3IoT는 승승장구 했다. 올해에만 전 세계 기업 2만2000여곳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액은 276억원(2500만달러)에 달했다.

이같은 실적은 거액의 투자를 유치한 동력이 됐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2일 시벨의 회사는 7740억원(7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서터 힐 벤처스(Sutter Hill Ventures)ㆍ 인터웨스트 파트너스(InterWest Partners) 등 쟁쟁한 투자기업들이 모인 D라운드 시리즈다. 이 가운데 세계 최대 사모펀드 ‘TPG 캐피탈’은 무려 6630억원(6억 달러)를 투자했다.

TPG 캐피탈은 비상장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버ㆍ에어비앤비ㆍ태니엄 등에 돈을 넣은 상태다. 과거 국내에선 제일은행ㆍ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등에 투자한 바 있다. 

토마스 시벨

현재 개인자산을 2조5400억원(23억달러)까지 늘린 시벨은 그래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센서(Sensor)나 하드웨어(Hardware)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세상 모든 것은 데이터 조각”이며 “이러한 데이터 속 알고리즘 시스템을 발견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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