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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이 발명소년은 나라를 ‘암흑’에서 구하려 한다
- 배 다른 가족과 자란 소년, 폐자재로 배터리 발명해 ‘어두운 조국’에 전력공급
- 자체 라디오 방송국 만들어 아이들 교육에 도움
- MIT최연소 객원연구원 자격…‘신발형 배터리 충전기’ 제작도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일주일에 한 번 들어올 때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한 달에 한 번 들어온다”

갓 스무 살이 된 아들을 둔 어머니의 한탄이 아니다. 잘 안들어오는 건 다름아닌 ‘전기’다. 전력 공급률이 15%도 되지 않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현재다. 

켈빈 도우

사람들은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한’ 존재가 되고 만다. 무엇인가를 해내기엔 분명 악조건이다. 그러나 이 어둠 속에서 빛과 같은 발명가가 탄생했다. 이미 15세 나이에 MIT 프로그램 사상 최연소 객원 연구원 자격을 얻은 켈빈 도우(Kelvin Doeㆍ19)다.

▶폐자재에서 건진 ‘미래’=도우가 태어난 곳은 시에라리온의 프리타운이란 도시다. 시에라리온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630달러(70만원).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힌다.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보크사이트ㆍ티타늄ㆍ금 등 세계 세 번째로 자연 광물이 풍부한 곳이다. 하지만 국민 70% 이상이 빈곤에 시달린다. 2014년 에볼라 창궐 당시에도 바이러스 자체보단 열악한 의료 인프라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았을 정도다.

도우의 불행은 ‘최빈국’서 태어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가정사 때문이다. 도우의 어머니 아주아 다니엘은 라이베리아 내전으로 남편을 잃었다. 그 후 자리 잡은 시에라리온서 도우를 임신했다. 이 사실을 안 켈빈의 아버지는 그를 버리고 떠났다. 그렇게 도우는 배다른 4남매와 편모 슬하에서 자라게 된다.

그러나 환경이 어렵다고 방탕한 생활에 빠지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그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만드는 것이 좋은, 여느 또래와 같은 열한 살 소년이었다. 도우는 이웃의 라디오를 무료로 고쳐주는 걸 유난히 행복해했다. 

자체 라디오 방송국 만들어 활동하는 켈빈 도우.

2010년, 14세가 된 그는 어느날 하굣길에 들른 쓰레기장에서 고철 조각을 잔뜩 주워왔다. 생계를 위해 팔려는 것이 아니었다. 이 폐자재로 음향 증폭기ㆍ마이크 송신기 등 전자 전송장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DJ 포커스’라 칭하며 FM라디오 방송을 시작했다. 도우 홀로 문을 연 ‘방송국’이었다.

그의 방송국은 2014년 에볼라가 아프리카 전역을 덮쳤을 때 진가를 발휘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자 라디오를 통해 교육 과정을 제공한 것이다. 시에라리온의 주 매체는 TV가 아닌 라디오였다. 파급력은 더욱 컸다.

▶오로지 혼자 힘으로…=어린 아이의 단순한 ‘장난’으로 그칠 것 같았던 그의 발명은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했다. 도우는 16세 되던 해 스스로 전력을 공급하는 자체 배터리를 만들었다. 재료로 쓰인 산ㆍ소다ㆍ금속 역시 ‘휴지통 출신’이었다. 이 배터리는 지금도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프리타운 주민들에게 전기를 제공하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켈빈 도우가 자체 제작한 배터리 [출처=어메이징스터프]

그는 “우리나라는 전력 문제가 심각하다. 밤에 불을 켜지 못해 공부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태반”이라며 “내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실이 그렇다. 시에라리온의 전력 공급률은 13%가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지방에 공급되는 전력비율은 1%뿐이다.

이 모든 것은 누군가에게 배운 것이 아니었다. 그가 발명한 송신기ㆍ발전기ㆍ배터리 등은 독학으로 엔지니어링 기술을 습득한 결과물이다.

독학으로 이 모든 물건을 만들어낸 그가 원하는 것은 단순했다. 스스로의 ‘혁신’으로 시에라리온 국민들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것이었다.

▶“내 국가를, 내 사람들을 사랑한다”=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도우의 재능을 일찌감치 주목한 사람이 있다. 바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 과정의 데이비드 센게다. 그 역시 시에라리온 출신으로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일어선 대표적인 사례다.

센게는 도우가 아무리 ‘천재 소년’이라도 현재로선 꿈을 펼치기 힘든 조건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를 MIT로 데려오려 한 이유다. 결국 도우는 2012년 MIT가 주최한 이노베이션 캠프에서 도우를 만났다. 그리고 MIT프로그램 사상 최연소인 15세 나이로 ‘객원 연구원’ 자격을 얻었다.

도우가 MIT연수를 받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현재 유튜브에서 조회 수 1000만 건을 돌파한 상태다. 도우를 보는 사람들 시선엔 놀라움과 기특함이 공존했다.

MIT 미디어랩에서 공동작업 중인 켈빈도우. 이 장면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은 천문학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2013년, 도우는 조국으로 돌아갔다. 시에라리온이 에볼라 위기를 겪는 가운데서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혁신 연구소를 세우는 일에 몰두했다. 다음 발명품인 신발에 부착하는 배터리 충전기에도 힘을 쏟았다. 도우는 “시에라리온에선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기기기를 충전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이 발명품은 걷기를 통해 휴대전화나 가정에 무료로 전기를 공급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플랫폼을 공급해 프리타운을 비롯한 농촌지역주민들을 도울 생각이다.

도우는 ‘K-Doe Tech’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만든 회사가 아니다. 그는 12∼25세 사이의 젊은 직원들을 위해 발명재료는 물론이고 워크샵ㆍ멘토십ㆍ네트워크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창업자와 비슷한 시에라리온 청년들에게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나갈 능력을 심어주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최근엔 회사를 성장시켜 캐나다의 한 전력회사와 10만 달러 규모의 연구 및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한 아이와 함께 선 켈빈 도우

올해 19세가 된 켈빈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에라리온 시민 전체가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지역사회에 만연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솔루션과 혁신을 제공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다.

그는 “내 국가를, 그리고 내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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