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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자산 27조원 헤지펀드 전설의 ‘골칫덩이’ 아들…개과천선하나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지금부터 여러분 머릿속에 파티 한 장면을 그려보겠습니다. 

2만㎡(구 6000여평)넓이의 800억원(7200만달러)짜리 저택 가운데엔 물레방아가 돌고 있습니다. 물 위에는 장미꽃잎들이 떠다닙니다. 요리사가 구워주는 고소한 바닷가재(랍스터) 향이 파티장을 감쌉니다. 수영장에는 TV에서나 보던 유명 모델과 NBA선수들이 ‘러버덕’보트를 타고 있네요. 파티 분위기는 무르익습니다. 여러분은 그들과 함께 ‘취중 숨바꼭질’을 합니다. 


 


꿈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 호화 파티가 며칠 전 미국 햄튼에서 열렸습니다. 누가 이 파티를 열었을까. 알렉스 소로스(30)란 인물입니다. 놀랍게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정치전문 블로그 ‘더 픽스’가 선정한 ‘미국 정치 지형에 가장 영향을 끼친 10대 억만장자’가운데 한 명인 조지 소로스(86) 넷째 아들이죠. 현재 개인자산만 249억달러(27조7000억원)를 쥐고 있는 거물입니다.



알렉스 소로스

분명한 건 그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는 모범적인(?) 재벌 2세 모습은 아니란 점입니다. 짐작하시듯, 알렉스 소로스는 아버지 조지 소로스의 골칫덩이입니다. 그의 행실은 다른 형제와 확실히 달랐습니다. 알렉스 소로스의 큰 형 로버트 소로스는 이미 10년 전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SFM) 경영권을 물려받았습니다. 둘째 조너선 소로스도 아버지 길을 따라 개별 펀드를 운용하고 있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억만장자 넷째 아들의 자유분방한 생활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실상 일에 묻혀 살아온 아버지 때문이었습니다.

조지 소로스는 미국 ‘헤지펀드의 전설’이자 20세기 최고의 펀드 매니저로 불립니다. 그만큼 자신의 업(業)에 몰두했단 뜻입니다. 영란은행(영국중앙은행)을 파산시킨 사나이로도 유명하죠. 1992년 영국과 독일이 통화전쟁을 벌이자 그는 영국 파운드화 약세에 100억달러(10조 9700억원) 이상을 공격적으로 베팅했습니다. 결국 조지 소로스는 차익 10억달러(1조 1000억원)를 챙기며 이 은행을 사실상 빈털터리로 만듭니다.

이 뿐 아닙니다, 아버지 소로스는 정치 분야로도 ‘일 거리’를 늘리며 바쁘게 살았습니다. 지난 2004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선을 막기 위해 2700만달러(296억원)를 기부하는 등 거물급들과 가까이 지냈죠.

그동안 아들 알렉스는 바로 아랫 동생 그레고리 소로스와 함께 중국인 유모 손에서 자랐습니다.

지금도 아버지는 집 밖에서 왕성히 활동 중입니다. 지난 8일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을 두고 워런 버핏과 정반대의 투자 결정을 내리기도 했는데요. 버핏은 올해 4~6월 사이 애플 주식을 대거 사들였지만, 소로스는 같은 기간 애플 주식을 모두 처분했습니다. 정치 기부자로도 꾸준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 승리를 위해 2400만달러(264억원)이상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죠

매일같이 과감하고 공격적인 베팅을 고민해야하는 조지 소로스가 무심한 아버지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모릅니다. 2012년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소로스는 “어린 시절은 내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며 “아버지는 세상과 소통하며 흐름을 읽는 분이지만, 정작 내 곁에는 있어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지 소로스. 활발한 사회참여와 기부로 미국 내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하다. 현재 그의 자산은 249억달러다.

2005년 조지 소로스와 부인 수잔 웨버가 이혼하면서부터 그의 일탈은 시작됐습니다. 당시 소로스는 뉴욕대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었죠. 그는 농구부 친구들을 14개 방이 있는 저택으로 모아 파티를 벌이기 시작합니다. 에밀리 센코ㆍ마이라 수아레스와 같은 유명 모델도 함께 합니다.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방탕한 생활에 빠질 만큼 그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습니다. 외모 콤플렉스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2008년 'Guest of a Guest'가 게시했던 알렉스 소로스의 사진. 당시 이 매체는 '억만장자 스타일'이라며 소로스를 비꼬았다.[출처=Guest of a Guest 홈페이지]

가족 돈으로 사치스런 생활을 하다보니, 그는 항상 ‘조지 소로스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구설수에 오르내렸습니다. 2008년엔 기어코 일이 터졌습니다. ‘Guest of a Guest’라는 웹사이트가 술에 취해 눈이 반쯤 풀린 소로스의 사진을 배포한 것이죠. 이 사이트는 ‘이것이 억만장자 스타일(Billionaire Style)’이라며 그를 비꼬기도 했습니다.

소로스는 당시 그의 행실을 후회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내 사진으로 만든 ‘신뢰받는 펀드매니저의 아이(Trust-Fund Baby)’라는 이름의 캐리커처가 인터넷에 떠도는 모습에 정신을 차렸다”고 전합니다.


알렉스 소로스.

이후 2009년 뉴욕대학교를 졸업한 소로스는 UC버클리 대학에서 ‘유럽현대사’ 공부를 시작합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만들었던 외모를 바꾸기 위해서도 노력하죠. 파티에 쏟아 부었던 돈을 멋진 정장이나 안경을 사는 데에 쓰고 다이어트에도 성공합니다.

이 뿐 아닙니다. 소로스는 아버지의 자선단체인 ‘열린 사회 재단(Open Society Foundation)’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아프리카 같은 개발도상국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갖습니다. 2012년에는 ‘알렉산더 소로스 재단’까지 직접 세웠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기부한 돈은 1000만달러(109억 7000만원)에 이릅니다. 아버지와의 사이도 이전보다 가까워 졌다는 것이 소로스 지인들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매체들은 지난 8월 화려한 파티를 연 소로스가 완전히 ‘개과천선’하지는 못했다고 평합니다. 소로스가 조지 소로스의 뒤를 이을 ‘투자의 귀재’가 될지, 철없는 ‘사고뭉치’ 넷째 아들로 남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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