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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하루로 끝난 ‘오르테가 천하’ …누가 게이츠를 꺾을 것인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홍승완ㆍ윤현종 기자] 지난 9일 한 부자 이야기가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스페인 출신의 거부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Zara)’의 창업자다. 이날의 뉴스는 그가 빌 게이츠(Bill Gates)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꺾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9일 빌 게이츠를 꺾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른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택스 그룹 회장.

미국의 포브스지가 집계한 ‘세계 빌리어네어 랭킹’에서, 이날 오르테가의 자산은 795억 달러까지 오르면서 785억 달러의 빌게이츠 자산을 넘어섰다. 오르테가의 자산이 늘어난 이유는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인디택스’사의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날 인디텍스의 주가는 2.5%나 급등했다. 주당 가격이 33유로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에 근접했다. 2주전 인상적인 분기 매출액을 발표한 후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된 탓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에 ‘본체’가 상장되어 있는 인디텍스사는 ‘자라’와 ‘마시모뚜디’ 등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일종의 지주회사다. 인디텍스의 시가총액은 이날 1000억 유로, 우리돈 122조6000억원을 넘겼다. 

이는 세계 의류 관련 기업 중 시가총액 2~4위인 스웨덴의 H&M,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의 모기업), 미국의 엘 브랜즈(빅토리아시크릿의 모기업) 등 3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수준이다.

하지만 오르테가의 ‘세계 1위’는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 장 초반부터 인디택스 주가가 다시 2.8% 하락하면서, 세계 1위 부자 자리는 다시 게이츠에게 돌아갔다. 게이츠가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도 좋지는 않았지만, 인디택스의 주가 하락폭이 훨씬 더 컸다. 

이후 몇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순위 다툼을 벌였지만, 결국 오르테가는 게이츠를 꺾지 못했다. 19일 기준으로 보면, 포브스의 집계에서 빌 게이츠의 자산은 795억 달러, 오르테가는 762억 달러로 다시 게이츠가 4조원 가까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게이츠 VS 오르테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디택스의 주가 흐름

사실 오르테가가 게이츠를 꺾고 1등 부자에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10월 23일에도 오르테가가 게이츠를 꺾은 적이 있다. 

당시도 상황은 최근과 비슷했다. 인디텍스 주가가 주당 33.99 유로까지 오르면서 오르테가의 자산이 일시적으로 799억 달러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도 오르테가 천하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게이츠가 다시 1위를 탈환했다.

길게 보면, 포브스가 세계 억만장자 순위를 매긴 1987년부터 29년 간의 집계에서 게이츠는 17차례 최대부자 자리를 지켰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까지 버블기 일본의 부동산 부자들이 1위를 몇 해 차지했던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지난 20여년간은 줄곧 게이츠의 천하였다. 멕시코 최대부호인 카를로스 슬림과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각각 4회, 1회 정도 1위 자리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결국 승자는 게이츠였다.

전문가들은 게이츠가 앞으로도 최고 부자의 자리를 상당기간 지킬 것으로 예상한다. 이유가 있다. 자산의 구조가 다른 부자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와 경쟁하고 있는 다른 부자들의 대부부은 현직 ‘회사 오너’다. 자산의 대부분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1~2개 사의 지분 가치다. 때문에 회사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자산 가치도 변한다. 회사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급등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경기가 시장상황이 나쁘면 주가와 자산가치가 같이 고꾸라지기도 한다. 

오르테가의 자산 구조. 자산의 대부분이 인디택스의 지분가치다

오르테가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의 자산 대부분은 인디택스에 집중되어 있다. 회사 지분의 70% 정도를 오르테가가 쥐고 있다. 그의 자산을 780억 달러라고 가정했을때, 그 가운데 700억 달러는 인디택스의 지분이다. 

나머지 80억 달러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78억 달러 정도는 부동산 자산이다. 오르테가는 모국인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물론,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독일 베를린 등 세계 경제 중심도시에 토지 및 빌딩, 고급 맨션 등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2억 달러는 현금성 자산이다. 인디택스사는 매년 이익의 상당부분을 배당한다. 오르테가의 경우 세전 기준으로 연평균 9억 달러, 우리돈 1조원 이상을 배당금으로 받고 있다. 그리고 그 돈의 대부분을 세계 각국의 부동산 취득에 사용하고 있다.

반면 게이츠의 자산은 상당히 분산되어 있다. 현재 게이츠의 개인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지분의 가치는 현재 110억 달러, 우리돈 12조원 선에 그친다. 알려진 바 대로 게이츠는 십수년전 자선활동에 매진하기로 마음 먹은후에 경영에서 물러났고, 이후 꾸준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분을 매각해왔다. 

개인 주주 가운데는 여전히 최고 지분율이지만, 회사 지분의 절반을 쥐고 있었던 때에 비하면 그가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 가치는 엄청나게 줄었다.

MS 주식매각대금 및 매년 발생하는 배당금 등을 그는 자선활동에 투입중이다.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세계 최대 민간자선기관인 ‘빌 앤 맬린다 재단’에 여전히 매년 수조원 이상을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이미 수십조원을 기부했지만, 여전히 개인자산은 수십조원에 달한다. 

게이츠의 자산 구조. 자산의 상당부분은 개인투자회사를 통해 관리되는 ‘비 마이크로소프트 지분’이다.

수십조원의 남은 자산은 개인 투자회사 ‘케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Cascade Investment)’를 통해 다양하게 투자ㆍ관리되고 있다. 자산을 지키고, 자선 활동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게이츠의 현재 개인 자산을 780억 달러라고 가정할 캐스케이드를 통해 운용되는 자산 규모는 670억 달러 정도로 추정 된다. 

캐스케이드 이 돈의 상당부분을 다른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경기의 영향을 덜 받고, 배당성향이 높은 에너지, 부동산, 굴뚝산업 관련 업체들이 주요 대상이다. 예컨데 캐나다 국립 철도(Canadian National Railway)의 지분을 50억 달러 이상, 폐기물 처리 업체인 리퍼블릭서비스사의 지분을 40억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다. 트랙터 제조사인 디어앤코의 지분도 20억 달러 이상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금은 모두 매각했지만, 한 때는 세계적인 석유회사인 BP와 엑손 등의 지분을 수십억 달러씩 보유하기도 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자산 변동성의 측면에서 게이츠는 다른 부호들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상황이다. 오르테가가 단 하루나마 게이츠를 꺾은 것은 인디텍스의 주가가 ‘역대급’으로 좋았기 때문인 반면, 게이츠의 현재 자산 상태는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인 상황이라는 의미다. 

물론 인디택스가 지금 보다 더 많은 옷을 팔고, 이익을 더 낼 수 는 있겠지만, 전통의 패션 산업이 혁신적으로 변하거나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르테가가 게이츠를 제치고 나가기는 쉽지 않다. 

세계 3위 부자 자리에 올라선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지난 몇 해 사이 가장 개인 자산이 많이 늘어난 부호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현재 자산 672억 달러로 세계 3위 부자의 자리에 올라선 제프 베조스(Jeff Bezos) 아마존 회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아마존이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비롯해, 우주여행, 드론 등 차세대 산업에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주가는 지난 6년새 7배 이상 올랐다. 현재 700달러대 후반을 오가고 있는데, 미국의 일부 투자정보 매체들은 아마존의 주가가 ‘의외로 빠른 시일내에 1000달러 선 까지도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베조스의 자산은 게이츠를 훌쩍 넘어선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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