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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3조원’ 나눠 가질 中부부 창업자 재산분할 전말…“모호한”이혼?
-시총 5조원 회사 지분 60% 사실상 ‘황금분할’결정…부인은 지분율 등 실질 지배력 UP

-부인도 별도회사 차린 ‘창업자’…남편 회사 상장 당시 출자참여

-분할 근거는 ‘민사중재서류’지만 “모호한 이혼”분석도 설득력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한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내로라 하는 대학교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08년부터 자기 회사를 차려 경영하고 있다. 동갑내기 부인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역시 공학계열 석사 출신 재원으로 본인 소유 기업을 운영 중이다.

둘은 집에선 남편과 아내였고, 직장에선 동업관계였다. 부인은 남편 회사가 증시에 입성할 때 든든한 버팀목(?) 역할도 해줬다. 

저우야후이 쿤룬완웨이 창업자 [출처=바이징에이피피]

남편은 저우야후이(周亞煇ㆍ39). 글로벌 게임업체로 성장한 쿤룬완웨이(昆侖萬維) 회장이다. 부인은 중견 IT업체와 바이오 관련 회사를 경영하는 리총(李瓊ㆍ39)이란 인물이다. 올해 새로 등장한 중국 억만장자 중 자산이 가장 많다.

부부는 최근 중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법원에 제출된 ‘민사중재서류(民事調解書)’ 등을 통해 드러난 재산분할 약속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누게 될 재산 그 자체에 관심이 쏠렸다. 바로 남편과 아내가 공동 지분을 갖고 있던 회사 쿤룬완웨이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시가 3조원 정도 가치를 지닌 주식자산이다.

▶ 얼마를 나누나 = 결론부터 보면 남편 저우 회장이 이번 분할을 통해 부인에게 떼 줄 쿤룬완웨이 주식 가치는 1조2200억원(73억7700만 위안)정도다.

지난 12일 중국 선전(深玔)증권거래소가 공시한 이 회사 ‘권익변동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자 겸 최대주주 저우 회장은 자기가 직접 보유한 회사 주식 가운데 2억 739만여 주 명의를 리총에게 넘겼다.

그리고 저우 회장이 부인과 같이 출자한 소프트웨어 업체 ‘잉루이스지(盈瑞世紀)’를 통해 간접 소유 중이던 쿤룬완웨이 주식 7054만 3600여 주 명의도 부인 이름으로 바꿨다. 

쿤룬 완웨이 로고

따라서 리총이 가질 수 있게 된 쿤룬완웨이 주식은 기존 2004만여 주에서 2억 9797만 주 가량으로 크게 늘었다. 단숨에 2억7793만 주를 얻게 된 것.

3억 주에 육박하는 리총의 지분가치 합계를 22일 시가로 환산하면 1조3000억원(79억 위안)정도다.

반면 저우 회장이 쥐고 있던 쿤룬완웨이 주식은 기존 6억 8655만여 주에서 3억8857만 주로 감소한다.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지만, 시가로 치면 여전히 1조7034억원 정도를 갖게 되는 셈이다.

결국 남편과 부인이 합쳐 3조 원 이상 갖고 있던 창업 회사 주식은 56대 44 비율로 분할된다.

▶ 부인은 회사 2대 주주 승격…지배력도 UP=리총 수중엔 돈만 늘었을까. 아니다. 쿤룬완웨이에 대한 지배력도 껑충 뛰었다. 이전까지 1.8%에 불과했던 그의 지분율은 26.4%로 14배 가량 늘었다. 남편 지분을 추가한 결과다.

부인에게 대량의 주식을 넘긴 저우 회장은 이번 지분 변동 뒤에도 34.5%에 달하는 지분을 갖게 된다. 최대주주 영향력도 그대로다. 저우 회장과 리총은 증시에 상장한 모기업 1ㆍ2대 주주로 나란히 자리매김하는 셈이다.

이 뿐 아니다. 리총의 입김은 이 회사 ‘배후(?)’에서도 한층 세졌다. 쿤룬완웨이 주식을 다량으로 갖고있는 부부 개인회사 내에서 자신의 지배력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소프트웨어 업체 ‘잉루이스지’다.

쿤룬완웨이 증시 상장 당시 모습

잉루이스지는 쿤룬완웨이가 지난해 1월 선전증시에 상장할 당시부터 대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리총은 잉루이스지 자본금 10%를 출자하고 있었다. 저우 회장은 90%를 내놨다.

그런데, 저우 회장의 재산 분할 결정으로 이 구도는 균형을 맞추게 됐다. 남편이 부인에게 넘긴 회사 주식 4분의 1 가량은 잉루이스지를 통해 갖고 있던 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리총과 저우 회장은 이 ‘부부 회사’ 자본비율 또한 1대 9에서 4대 6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시가총액 5조원에 달하는 게임회사 지분 60%는 창업자 부부에 의해 사실상 절반씩 나뉘어졌다.

▶ 부부의 정체(?)는 = 그렇다면, 조 단위를 넘나드는 재산을 소위 ‘황금비율’에 가깝게 나누기로 결정한 남편 저우 회장과 부인 리총은 대체 어떤 인물일까.

저우 회장은 대륙 게임업계 유명인사다. 그는 칭화(淸華)대 대학원 석사를 거쳐 몇년 후 지금의 쿤룬완웨이를 세웠다. 회사는 2008년 ‘삼국풍운’(한국 명 K3온라인)이라는 웹 게임으로 출발해 현재 회원 수 1억 명을 돌파한 글로벌 게임업체다. 중국과 대만 웹 게임 수출 1위는 물론이고 유럽 게임 시장에서도 10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K3 온라인 로고

이 뿐 아니다. 대만에서는 ‘MMORPG’(천자전기)로 동시접속자 45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중에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의 동갑내기 부인도 공학계열 출신이다. 톈진대학서 환경과학과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며 석사까지 마친 그는 2011년 IT업체 ‘후이황과기(輝煌科技)’를 창업해 지금껏 집행이사로 활동 중이다. 또한 2010년 세워진 바이오테크기업 ‘베이징정안의약과기(北京正安醫藥科技)’의 부회장도 맡고 있다.

리총은 이렇게 자기 회사에서 번 돈을 4년 뒤 쿤룬완웨이 상장 준비에도 보탰다. 앞서 살펴본 이 회사의 초기 지분 구도가 이를 말해준다.

▶ 재산분할 이유는…“모호한 이혼”=이쯤 되면 궁금한 점이 딱 하나 남는다. 부부를 넘어 동업자 관계까지 유지해 온 그들은 왜 천문학적 재산을 나누기로 했을까.

현지 여론이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이혼’이다. 실제 쿤룬완웨이 측은 이번 재산분할의 목적을 명시했다. 베이징 하이뎬구(海淀區) 인민법원에 제출된 민사중재서류대로 분할을 결정했다는 것.

이를 토대로 대다수 매체들은 “저우 회장과 리총이 이혼 소송에 돌입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재산분할로 저우 회장이 부인에게 떼어줄 돈은 위자료라는 논리다. 금액이 역대 최대규모란 해석도 붙었다. 봉황재경(鳳凰財經) 등의 매체는 중국서 거금을 위자료로 지불한 ‘회장님’들의 사례를 묶어 보도하기도 했다.

저우야후이 쿤룬완웨이 창업자 부부의 이혼소식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이들 부부의 이혼이 100%명확한 팩트는 아니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관영 인민망 등은 13일 이 소식을 ‘쿤룬완웨이 회장의 모호한 이혼, 부인이 70억위안 가치의 주식을 얻게됐다’ 는 제목으로 전했다. 이 매체는 “둘의 혼인관계에 변동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부부의 재산분할 이유를 ‘이혼’에서 찾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이번 결정공시는 리총이 남편에게 받는 1조2000억원 상당 주식은 단순히 명의만 이전될 뿐, 당장은 유동화가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쿤룬완웨이 상장 당시 “대주주 관계자들이 소유할 주식은 36개월 간 거래 등이 불가능하다”고 공시한 일종의 ‘원칙’을 깨지 않았다. 부인이 남편 재산을 현금화 할 수 있는 건 2018년 1월부터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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