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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폭풍우 뒤 공기 향’부터 ‘30㎖에 10억’까지…세상 가장 비싼 향수 톱10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는 시각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후각으로 강화된 기억은 더 깊게, 그리고 오래 지속된다. 고대 그리스부터 오늘날까지 향(香)은 고체ㆍ기체 등에 속박당하지 않았다. 그렇게 인간 역사 속 한 부분으로 존재해왔다.

‘투명한 감옥’에 갇힌 향수는 이제 자신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됐다. 남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셈이다. 가격도 드럭스토어에서 구할 수 있는 2만원 선 향수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100만달러 짜리 향수까지 천차만별이다. 세계 최고가 향수는 향수를 품고 있는 병까지 금으로 싸여있다. 소비자들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반응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10개 향수를 만나보자.
 
아닉구딸 오 다드리앙.

10위. 아닉구딸 오 다드리앙(Annick Goutal Eau d’Hadrien). 1온스(30ml)당 441달러(48만원)

1981년 아닉구딸과 세계적인 조향사 프란시스 카메일(Francis Camail)의 협작으로 출시된 오 다드리앙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녀 공용인 이 향수는 시트러스 향이 강하다. 재료로 사용된 레몬ㆍ만다린ㆍ오렌지ㆍ시실리안ㆍ자몽 때문이다. 달콤하고 관능적인 꽃향기로 ‘꽃 중의 꽃’이라 불리는 마다가스카산 일랑일랑도 넣었다.

이 향수의 첫 느낌이 시큼한 오렌지 혹은 귤 향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부드러워지는 게 특징이다. 오 다드리앙은 2008년 ‘향수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FiFi 어워드를 수상한 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30ml당 441달러(48만원) 선이다. 
 
JAR 볼트 라이트닝. 천둥번개가 치고 난 후의 공기 냄새를 담은 독특한 향수다.

9위. JAR 볼트 라이트닝(JAR Bolt of Lightning). 1온스당 765달러(83만원)

천둥번개가 치고 난 후의 공기냄새. 분명한 건 흔하디 흔한 꽃향이나 과일향, 파우더향은 아니라는 점이다. JAR 볼트 라이트닝은 이름에 걸맞게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희귀’향이다.

직접 손으로 깎아서 제조한 병은 신비함까지 더한다. 이름은 향수병을 디자인한 조엘 A 로젠탈(Joel A. Rosenthal)의 이름을 따지었다. 2001년 여성용으로 처음 출시된 볼트 라이트닝은 30ml당 765달러(83만원)정도다. 

장 파투 조이.

8위. 장 파투 조이(Joy by Jean Patou). 1온스당 800달러(87만원)

장 파투 조이는 1929년 세계 대공황에 태어난 프랑스 대표 향수다. 코코 샤넬과 함께 1920년대를 대표했던 프랑스 디자이너 장 파투가 조향사 헨리에게 비용은 상관없으니 최고급 향수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려 탄생하게 됐다.

조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 1온스에 무려 10000개의 자스민꽃과 336개의 장미꽃이 들어간다. ‘정직한’ 양의 재료 덕일까. 향이 아주 진하다. 클래식한 후로랄 부케 향으로 시작, 잔잔한 우디향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정하고 깔끔한 복장에 찰떡궁합이다. 조이는 2000년 FiFi어워드에서 샤넬 No.5를 제치고 ‘20세기 최고의 향’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30ml기준 800달러(87만원)다. 

까롱 푸아브르. 강하고 매서운 후추향이 특징이다.

7위. 까롱 푸아브르(Caron Poivre). 1온스당 1000달러(109만원)

프랑스어로 후추라는 뜻의 푸아브르. 이름에 걸맞게 아주 강하고 매서운 향을 지닌 까롱 푸아브르가 7위를 차지했다. 1904년 설립된 세계적인 향수 제조회사 파 푸스 까롱은 설립 50년 기념으로 브랜드 사상 최고가 향수인 까롱 푸아브르를 내놓았다. 빨간 후추와 검은 후추를 사용했다. 남녀 공용으로 한정판 크리스탈 병과 화이트골드 테두리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30ml당 1000달러(109만원)다. 

에르메스 24 파부르그.

6위. 에르메스 24 파부르그(Hermès 24 Faubourg). 1온스당 1500달러(164만원)

6위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가 1955년 내놓은 에르메스 24 파부르그 향수다. 매장 주소인 24, Rue du Faubourg Saint-Honore에서 이름을 땄다. 전설의 향수제조자인 모리스 로우첼(Maurice Roucel)이 직접 참여해 한정판으로 단 1000병만 제조했다. 꽃향이 풍부하며 오렌지ㆍ자스민ㆍ티아라 꽃ㆍ아이리스ㆍ바닐라ㆍ일랑일랑 등의 재료는 가볍고 달콤한 느낌을 선사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토사물’ 재료도 가격 상승에 한 몫 했다. 바로 용연향이다. 바다에서 향유고래가 토해낸 물질로 언뜻 보면 큰 돌 같지만 그 가치가 수 천 만원에서 수 억원을 호가한다. 바다 위를 수십년간 부유하며 햇빛에 의해 형태와 성분이 변하면서 악취가 달콤한 향으로 변한 것이다. 용연향은 샤넬 No.5에도 쓰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클라이브 크리스찬 No.1

5위. 클라이브 크리스찬 No.1(Clive Christian No. 1). 1온스당 2150달러(235만원)

출시된 2001년부터 5년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수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클라이브 크리스찬 No.1이 5위에 올랐다. 오리엔탈 나무향의 남성용과 오리엔탈 꽃향의 여성용 두 종류가 있으며 우아하고 아름다운 향으로 유명하다. 베르가못과 자연산 소합향ㆍ바닐라ㆍ샌달우드 등의 재료가 향의 깊이를 더한다. 아이리스ㆍ흰 붓꽃 등의 뿌리줄기에서 뽑아 낸 가루인 오리스도 들어간다.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병도 상당히 화려하다. 18K 금테가 병목을 감고 있으며, 가운데는 3캐럿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다. 이 향수의 가격은 30ml당 2150달러(235만원) 선이다. 

샤넬 No.5 그랜드 엑스트레.

4위. 샤넬 No.5 그랜드 엑스트레(Chanel No.5 Grand Extrait). 1온스당 4200달러(460만원)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럭셔리 향수 샤넬 No.5의 한정판 그랜드 엑스트레. 샤넬 컬렉션 중에서도 매년 수십개 미만으로 제조해 그 희소가치가 뛰어나다. 샤넬의 프랑스 농장에서 직접 공수한 장미와 자스민으로 만들어진다. 30ml에 4200달러(460만원) 정도다.
 
바카라 레 라메 사크리 데 테베.

3위. 바카라 레 라메 사크리 데 테베(Baccarat Les Larmes Sacrees de Thebes). 1온스당 6800달러(745만원)

‘테베의 성스러운 눈물(Sacrees de Thebes)’. 아로마 자체부터 병까지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는 바카라 향수가 3위다. 이집트 피라미드 모양을 본 따 만들어진 크리스탈 병은 세계적인 크리스탈 제조업체 바카라의 작품이다. 1998년 한정판으로 단 3병만 출시했다. 현재는 0.25온스 정도만 구입할 수 있다. 피라미드 모양 병이 이 향수의 향까지 말해준다. 사크리 데 테베는 이집트산 아카시아ㆍ몰약ㆍ유향ㆍ자스민ㆍ장미 등의 ‘중동 아로마’ 향을 담고 있다.
 
클라이브 크리스찬 No.1 임페리얼 마제스티.

2위. 클라이브 크리스찬 No.1 임페리얼 마제스티(Clive Christian No. 1 Imperial Majesty). 1온스당 1만 2721달러(1395만원)

한때 기네스북에 가장 비싼 가격 향수로 이름을 올렸던 클라이브 크리스찬 No.1 임페리얼 마제스티가 2위로 물러났다. 2005년 출시 당시 단 10병만 제조돼 런던 헤롯 백화점과 뉴욕 5번가의 버그도르프 굿맨 백화점에서만 판매했다. 사크리 데 테베를 디자인한 바카라가 디자인한 크리스탈 병은 제조가 어려워 최소 3번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클라이브 크리스찬 No.1과 마찬가지로 18K골드가 병목을 감싸고 있으며 5캐럿짜리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중심을 수놓는다. 임페리얼 마제스티가 여느 향수와 달리 한 병에 16.9온스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격은 21만 5000달러(2억 3585만원)인 셈이다. 
 
DKNY 골든 딜리셔스. 향수 한 병에 10억을 훌쩍 넘긴다.

1위. DKNY 골든 딜리셔스 밀리언달러 프래그넌스 보틀(DKNY Golden Delicious Million Dollar Fragrance Bottle). 1온스에 100만달러(10억 9700만원)

클라이브 크리스찬 No.1 임페리얼 마제스티를 2위로 물러나게 한 새로운 ‘강자’는 무엇일까. 2011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금색 사과모양의 골든 딜리셔스다. 골든 딜리셔스는 DKNY대표인 도나 카란과 유명한 쥬얼리 디자이너인 마틴 캐츠(Martin Katz)가 손잡고 만들어낸 ‘단 한 병’의 작품이다.

사실 골든 딜리셔스가 이렇게 비싼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향수병’ 때문이다. 이 향수병을 장식하는 데 세계 각국에서 생산되는 진귀한 보석을 포함해 모두 3000여점의 보석이 사용됐다. 여기에는 타원형으로 연마한 183개의 스리랑카산 옐로우 사파이어, 호주산 핑크 다이아몬드 15개가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다. 로즈 컷 다이아몬드 4개와 화이트 다이아몬드 2700개, 3.07캐럿짜리 루비도 있다. 뉴욕 맨해튼 스카인 라인을 뚜껑에 담아낸 모습도 인상적이다. 사실상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향수인 셈이다.

이렇게 골든 딜리셔스는 무려 1500시간을 들여 완성됐다. DKNY는 이 향수가 팔리면 글로벌 기부단체인 기아반대운동단체(Action Against Hunger)에 모두 기부할 뜻을 밝혔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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