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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갤노트7 단종은…” 우리보다 ‘훨씬 냉정한’ 해외의 3가지 시선
[헤럴드경제=슈퍼치리팀 홍승완ㆍ이세진 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는 세계적으로도 큰 뉴스다. 시가총액 210조원이 넘는 ‘세계 최대 제조사’에 닥친 위기를 전 세계가 우리나라 못지 않게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외 시선엔 큰 차이가 느껴진다. 국내 언론이나 국민들이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향후 행보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심스럽고도 다소 안쓰러운’ 시선에서 살피고 있다면, 서양의 시선은 훨씬 냉정하다. 스마트기기 시장의 향후 전개와 삼성전자의 추후 행보를 꼼꼼하고 냉정한 시선에서 짚어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기업이지만, 주요 활동 무대는 해외다. 삼성이 만드는 스마트기기들의 거의 대부분은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에서 소비된다. 때문에 세계인들의 시선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를 바라보는 3개의 눈 서양의 미디어와 투자자들, 소비자들의 시선을 살펴봤다.

▶‘아름다운 패블릿’에서 ‘명복을 빕니다’로 … 외신들=이번 사태에 대해 가장 기민한 반응을 내놓고 있는 곳은 역시 외신이다. 처음 출시때만해도 “이제까지 나온 휴대폰 중 가장 아름답다”(비즈니스 인사이더, 8월16일)라는 극찬이 등장했지만, 단종 결정후에는 “R.I.P(Rest in Peaceㆍ명복을 빈다)”(워싱턴포스트, 10월11일)라는 ‘다소 자극적’인 기사제목이 등장할 정도로 외신들의 반응은 냉정하게 변하는 상황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은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즈, 블룸버그, 비즈니스인사이더, BBC, CNN, TIME 등 10개 주요 외신을 분석했다.

우선은 헤드라인(기사제목)에 주목했다. 먼저 각 언론사별로 삼성전자가 한국 내 리콜을 처음 결정한 9월2일부터 단종 발표 이후인 10월13일까지의 기사 10개씩을 골라 100개 헤드라인을 모아 분석한 다음, 이를 ‘워드클라우드(Word-cloudㆍ등장 빈도가 높은 단어를 크기로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기법으로 표현해봤다.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먼저 10대 매체의 기사 제목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Recall(리콜)’과 ‘Battery(배터리)’였다. 최근의 사태 자체를 표현한 것이다. 9월 2일과 15일, 한국과 미국에서 순차적으로 리콜 결정이 발표되자 외신들은 일제히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리콜의 원인인 배터리 발화 문제의 원인과 소비자들의 대처법을 살피는데 주력했다. 

뉴욕타임즈(NYT)의 경우 9월3일 “삼성이 배터리 발화로 갤럭시 노트7 250만 대를 리콜한다”고 썼다. CNN은 9월10일 “삼성 갤럭시 노트7 리콜에 대해 혼란스러우신가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TIME은 “배터리가 과열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배터리 전문가에게 물었다”는 등의 기사를 연속으로 보도했다. 

이후에는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를 걱정하는 헤드라인들이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profit)과 리콜 비용(cost), 신뢰도 등 브랜드(brand) 가치 등을 제목에 언급한 빈도가 늘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단종을 공식화하자 공격적인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의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고, NYT는 “배터리 이슈가 길어지자 삼성은 갤럭시 노트7 생산을 중단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중단’(halt)같은 중립적인 표현보다 ‘죽이다’(kill)라는 자극적인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삼성이 갤럭시 노트7을 죽이고(단종하고) 170억 달러의 비용을 감수했다”(비즈니스 인사이더, 10월11일), “삼성은 누군가 진짜 다치기 전에 갤럭시 노트7를 죽여야 한다”(TIME, 10월10일)는 등의 기사가 그랬다. 

미국 현지 매장에서 사라진 갤럭시 노트7. 사진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삼성전자가 단종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 2조6000억 원을 3분기에 반영하기로 결정하자 관련 보도도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13일 “삼성의 분기 영업이익 3분의1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다른 매체들은 단종 비용으로 “$17 billion”(19조 원)를 이야기했다. 브랜드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신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10일 “브랜드를 통째로 날려버리기 전에 빨리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노트7 사태가 삼성의 스마트폰 브랜드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고 썼다.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을 수식하는 단어도 다양했다. Crisis(위기), Troubled(문제가 많은), Fiasco(낭패), Hurt(상처), Nightmare(악몽)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식의 기사 제목도 많아졌다. 워드클라우드에 의미있는 정도로 표현되진 않았으나, 조사된 100개 기사 가운데 물음표(?)를 단 기사들이 상당히 많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BBC, 10월11일), “삼성은 어떻게 깎인 평판을 고칠 수 있을까?”(BBC, 10월13일), “삼성 퓨대폰이 다시 신뢰받을 수 있을까?”(CNN, 10월12일) 등이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는 기사에도 물음표가 다수 등장했다. “노트7을 가지고 있습니까? 당신이 해야 할 일들입니다”(NYT, 10월12일)라는 기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리콜 접수되는 갤럭시 노트7 [출처=게티이미지]

슈퍼리치팀은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기사 전문도 분석해봤다. 10개 매체 중 이번 사태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사를 쏟아낸 WSJ, FT, 블룸버그, WP, TIME 등 5개 매체의 기사를 단종 전ㆍ후로 나누어 전문을 비교했다.

Consumer(소비자)ㆍCustomer(고객)ㆍ회사(Company) 등의 표현과 한국(South, Korea), 주식(Share) 등의 기본적인 묘사를 위한 표현들을 제외하면, 단종 결정 전후로 가장 빈도가 크게 변한 표현은 Sales(판매)와 Market(시장)었다. 단종 발표 전후로 ‘판매’에서 ‘시장’으로 기사의 키워드가 이동했다. 외신들이 ‘판매’라는 지엽적인 주제에서 ‘시장’ 전체로 사태의 여파를 확장 해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특히 40%에 육박하는 안드로이드 점유율을 가진 삼성 스마트폰의 악재가 안드로이드 시장 전체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기사가 늘었다. 

또 리콜 결정 후 성급한 새 제품 교환이 또 다른 화를 불러왔다는 ‘삼성의 대처 실패’를 지적하는 기사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기사에 많이 등장한 표현 가운데 하나는, 삼성전자의 최대 라이벌인 ‘애플(Apple)’이었다. 애플의 득실과 향후 움직임을 예측하려는 기사들이 많았다. 기사 내용에 “갤럭시 노트7을 환불받은 소비자가 애플의 아이폰7을 살 것”으로 예상하거나, “차라리 구글의 픽셀폰을 기다리라”는 부분들도 있었다.

▶“삼성의 체력 강하다. 일단 신뢰” …해외 투자자들=미디어가 분주한 반면 시장, 특히 삼성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단종 발표가 이뤄진 11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8.04%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12일에는 약보합세를, 13일에는 1.43%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14일에도 주가는 1.28% 올랐다.

특히나 이 과정에서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51.1%까지 높아증가하던 추세를 보이던 외국인 지분율은 단종 결정 발표가 난 11일 50.73%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13일에는 50.78%까지 올랐고 14일에는 50.79 %로 조금 더 늘어나는 모양세다. 단종 이슈가 단기실적에는 영향을 주겠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장기 투자스탠스에는 당장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헤럴드DB]

이유는 간단하다. 삼성전자의 ‘체력’이 그만큼 좋기 때문이다. 지난 6월30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유동성 보유액은 약 700억 달러, 우리돈 77조원이 넘는다. 6월말 현재 12개월 기준 조정 잉여 현금흐름은 21조3000억원선이다. 2조원 정도 이익이 줄어들고, 삼성전자의 발표대로 단종으로 총 7조원대의 손실을 부담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삼성에 큰 타격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무디스 역시 1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재무건전성에 대해 ‘A1’ 등급을, 선순위 무담보 채권등급에 대해 ‘안정적’ 등급을 유지했다. 

무디스는 “삼성전자의 상당한 유동성 보유액 및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생산중단 및 리콜에 따른 현금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역시 전날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이 삼성전자의 신용등급(A+ 안정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외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낙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언론들이 지적한 바 대로, 단종으로 인한 삼성전자의 최대 손실은 ‘이익 감소‘가 아니라 ’브랜드 가치‘이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금번 리콜 그리고 이어진 생산중단이 삼성전자 브랜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면서 특히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마케팅 비용이 소요될 것” 이라고 봤다. 이번 사태로 실망했을 소비자의 인식을 삼성전자가 어떻게 빨리 바꿀것이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품질의 삼성에 대한 실망”…해외 소비자들=그렇다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우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포털 댓글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을 개략적으로 살펴봤다. 리콜, 단종 등에 대한 불만이 많았지만, 의외로 “아쉽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갤럭시 노트7을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지금까지 최고의 폰. 안녕”, “좋은 폰이었는데.. 나와는 인연이 없나보다” 같은 게시물을 남긴 사용자가 많았다.

그러나 역시 해외소비자들의 반응은 좀 달랐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높은 한국인들에 비해 해외 SNS 이용자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더 차갑고 신랄했다. 리콜, 단종 사태를 풍자하는 게시물을 올리거나 리포스트하는 사용자가 많았다.

외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기 위해, 영국 BBC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살폈다. 이 계정의 팔로워는 270만 명에 이른다. 갤럭시 노트7의 생산 중단 소식을 알린 10월11일 게시물은 8만5700건 이상의 조회가 이뤄졌고, 5000개 정도의 ‘좋아요’가 붙었다. 댓글은 180여 개가 달렸다. 

이들 댓글 가운데 이모티콘이나 문장부호 등을 제외하고, 영문으로 남겨진 부분을 워드클라우드로 시각화해 본 결과, 삼성과 갤럭시 노트7에 대한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게 베어 있었다.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우선은 ‘애플(apple)’과 ‘아이폰(iPhone)’을 언급하는 비중이 아주 높았다. 한 네티즌은 “최고는 아이폰이다”(Best is iPhone), 또 다른 네티즌은 “최고의 회사는 애플이다”(The best company is apple)라는 댓글을 남겼다. 

“아이폰을 배낀 업보(Karma for copying apple)”라는 다소 감정적인 표현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경쟁’을 뜻하는 동사 ‘compete’와 명사 ‘competition’의 빈도수도 높았다. “한번 실패한 제품을 내놓으면, 경쟁(competition)에서 아웃이다”라고 남긴 이용자도 있었다.

반대로 삼성과 갤럭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들도 눈에 띄었다. “아직도 과대평가된 아이폰보단 낫다”(Still better than overrated iPhone)라거나 “삼성 갤럭시 사랑합니다”(love Samsung Galaxy)라는 ‘응원댓글’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같은 일부 SNS 사용자들의 반응이 전체 소비자들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의외로 거친 반응들이 많다는 사실에서 삼성전자가 향후 신뢰도 회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하는 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부분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넘어야할 난관이 만만찮다는 의미다. 

컬빈더 가챠(Kulbinder Garcha) 그레딧스위스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단종으로 “삼성이 기대했던 노트7 수요의 절반 정도는 신형 아이폰 진영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 하이앤드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의) 양자 시장이었다. 시장의 점유율의 상당부분이 애플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이같은 흐름이 영구적(permanently)으로 지속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애플이 (경쟁자들에 비해) 훨씬 더 강한 소비자 충성도와 소비자 유지 비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전략회사 비발디 그룹의 CEO인 에리히 요아킴슈탈러는 “(노트7 소비자들이) 다른 삼성폰으로 쉽게 바꿔탈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면서 “애플 브랜드 가치의 핵심이 품질(Quality)과 자기표현(Self-Expression)이었다면, 삼성 브랜드 가치의 핵심은 성능(Performance)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jinlee@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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