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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힐러리에 배팅한 ‘파워레인저의 아버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이세진 기자]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유력 대통령 후보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든든하게 후원하고 있는 기부자들 가운데는 ‘슈퍼 히어로’도 숨어 있다. 
 
하임 사반 유니비전 소유주

유명 TV시리즈 ‘파워레인저’를 탄생시킨 기획자, 하임 사반(Haim Sabanㆍ72) 이야기다. 이스라엘 출신 이민자인 그는 1990년대 ‘파워레인저’의 국내외 흥행으로 승승장구한 후, 지금은 미국 최대 스페인어 공중파 TV 채널 유니비전(Univision)을 소유한 억만장자가 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그의 자산 규모를 37억달러(4조1500억원)로 추산했다. 
 
파워레인저 주인공들과 유니비전 소유자인 하임 사반(중간)[파워레인저 매직포스 제공]

하임 사반은 힐러리 후원자 중 모금액으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힐러리 슈퍼팩(Super PAC. 정치활동위원회)과 민주당 선거캠프 등에 쾌척한 금액은 1140만달러(128억원)에 이른다. 지난 8월에는 로스엔젤레스(LA) 할리우드힐에 위치한 그의 저택에서 디즈니 CEO 밥 아이거, 드림웍스 설립자 제프리 카젠버그 등이 참석한 가운데 힐러리 모금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힐러리 후원은 열정적이다. 그와 그의 부인 셰릴 사반(Cheryl Saban), 빌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와의 우정은 20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빌 클린턴이 첫 대선에 출마한 1992년부터 정치후원금을 기부하기 시작한 사반 부부와 이들의 사이는 한두 해 쌓여 형성된 관계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사반포럼에서 대화를 나누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하임 사반

미국 탐사보도매체인 마더존스는 17일 “이들 관계는 돈 문제 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클린턴 부부가 때때로 사반의 전용기를 타고 LA로 이동해 사반의 집에서 휴가를 보내왔고, 2004년 대선 때는 클린턴의 집에서 함께 개표방송을 시청했으며, 셰릴 사반의 생일파티에서 빌 클린턴이 마지막 축사를 했다는 일화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위키리스크스가 최근 폭로한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이메일 다수에 사반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힐러리 메일함 속 수십 개의 메시지가 사반과 주고받은 메일이거나, 사반의 이야기를 인용한 것들이었다. 

2005년 사반포럼에서 클린턴 부부와 하임 사반

이스라엘 출신 유대인 사업가인 그는 힐러리에게 자신의 정치적 의견 표현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종종 그는 “나는 한 가지 이슈에만 집중한다. 그것은 바로 이스라엘(I’m a one-issue guy, and my issue is Israel)”라고 이야기한다고 마더존스는 보도했다. 수년 전에는 “미국 대통령을 이스라엘 국민들과 가깝게 만드는 것이 인생 목표”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이슈를 드러내놓고 말하는 하임 사반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특히 그가 2007년 12조3000억달러(13조8000억원)를 주고 인수한 유니비전 채널은 현재 미국 최대 스페인어 채널로 성장했다. 당시 그의 목표는 스페인어로만 방송되던 것을 이중언어(bilingual) 플랫폼으로 재탄생시켜 젊은 다민족 시청자들을 겨냥하는 것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유니비전 지사

유니비전은 최근 자체적으로 300만 히스패닉계 선거인단 등록을 목표로 캠페인을 진행하는가 하면, 마르코 루비오, 도널드 트럼프 등 공화당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반대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히스패닉을 추방시키겠다”는 미국 내 소수자 혐오성 발언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트럼프에 대한 이민자들의 분노가 유니비전 시청자층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 인구 17.6%를 차지하고 있는 히스패닉 시청자들을 등에 업은 ‘언론재벌’ 사반, 이민자 출신 ‘억만장자 사업가’ 사반이 물심양면으로 힐러리 클린턴 편에 서서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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