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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화려한 美 ‘셀럽 저택’…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히려 찬밥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홍승완ㆍ이세진 기자] ‘화려한 조명아래 홀로 밤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실외풀’, ‘통 유리창문으로 보이는 저 멀리 도시의 야경’. 할리우드 영화속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사들의 저택 이미지다. 넓은 구조와 럭셔리한 설비를 자랑하는 저택에서 스타들은 화려한 하루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명인사들의 집이 부동산 시장에서 찬밥신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슷한 수준의 저택들에 비해 잘 안팔릴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헐값에 팔리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살때는 야심만만하게 샀어도, 팔때는 골치를 앓는 스타들이 많다. 

말리부에 위치한 배우 매튜 페리가 살던 저택. 원래는 2500만 달러 정도 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결국은 1065만 달러에 팔렸다.

시애틀 기반의 부동산 개발-거래 전문 회사인 레드핀(Redfin)이 최근 내놓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선 유명인사들이 살던 집은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팔리는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핀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에서 이뤄진 스타들의 저택 거래를 추적 분석했다. 남부 캘리포니아는 유명인사들의 저택과 별장이 많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으로, ‘말리부’ 비치가 자리잡고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바다를 한 눈에 조망하면서도, 제한된 진입로 덕분에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어 인기다. 래드핀은 이 지역에 위치한 60여명 이상의 스타들의 집이 시장이 나오고 팔려나가는 과정을 추적했다. 이들 주택의 매매와 해당 저택에서 반경 500미터 이내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들의 저택들의 매매가격, 매매 기간등을 비교 했다.

그 결과 스타들이 보유했던 집은 인근의 집들에 비해 매매가 되는데 최소 36일 정도는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규모의 이웃집들에 비해 스타의 집들이 팔려 나가는 데 한 달 이상 더 걸렸다는 의미다.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아니지만, 미국내에서도 부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임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차이라는 게 레드핀의 설명이다. 분석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집이 안팔려서 스타들이 매물을 철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영화배우 짐 캐리가 살았던 말리부의 저택

이처럼 스타들의 집이 부동산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 스타들의 집은 구조부터가 보통의 가정들과는 크게 다르다. 기본적으로 스타들의 집은 보통의 가정에 비해 욕실 규모과 침실의 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 대다수의 스타들이 큰 저택을 홀로 혹은 연인과 1~2인 체제로 쓰기 때문이다. 

이정도의 집을 구매하고자 하는 일반적인 4~5인 가족들과는 생활의 방식 자체가 다르다. 일반 가정처럼 식구별로 방을 많이 만들거나 식품 창고나 가족실 같은 설비를 대부분 설계 때부터 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일반 구매자들의 눈에는 집 자체가 ’화려하지만 살기 불편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조던이 자신의 저택안에 만들어 놓은 농구장

반면, 일반 가정에서는 왠만해선 필요없을 만한 시설들을 고집스럽게 체워넣은 경우도 많다. 지하를 아주 넓게 파서 농구 코트를 설치하거나 아예 올림픽 경기장 규격의 수영장을 만드는 것이다. 전직 스포츠 스타나 몸관리에 관심이 많은 남성 스타들이 ‘태릉 선수촌’ 수준의 피트니스 센터를 구축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문제는 이런 시설들은 관리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스타들의 경우는 10대 이상 주차할 수 있는 슈퍼카 전용 차고를 설치하기도 한다. 이 역시 ’일반 부자‘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배우나 가수 같은 스타들의 경우는 지하에 나이트 클럽에 버금가는 파티 시설을 설치하고 대규모의 게스트룸을 설치한 경우도 많다. 영화관을 방불케하는 거대 규모의 홈 씨어터 등을 설치한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수십명의 스태프와 극장 개봉전에 돌려보거나 하기 위해서다. 얼핏 들으면 멋있고 럭셔리 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보통의 주택 구입자에게는 사실 필요없는 부분이다. 

영화배우 제니퍼 로페즈의 남편이자 세계적인 살사 가수 마크 안쏘니 저택에 있는 홈 씨어터 시설

스타의 이름값도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중 하나다. 캘리포니아 남부에 위치한 저택들의 경우 대부분 최소 수백만 달러의 몸값을 자랑한다. 수천만 달러 짜리 집들도 있다. 

결국 이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산가들인데, 40대 이상이 대부분인 이들이 굳이 ‘유명인사의 때가 묻은’ 집을 선호할 리 없다. 전 집주인의 유명세 때문에 초고가의 주택을 구매한 사실이 자칫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는 것도 이들에게는 별로 내키는 일은 아니다.

주택의 거래 과정 자체도 번거롭다고 한다. 스타들이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구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집을 둘러봐야 하는데, 유명인사일수록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하는 데다, 바쁜 경우가 많아서 집을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스타의 집은 예상보다는 ‘헐값’에 팔려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예컨데 비벌리 힐즈에 위치한 팝스타 제시카 심슨의 집은 최초 800만 달러에 내놨지만 결국 160만 달러나 낮은 640만 달러에 팔렸다. 160만 달러면 우리돈 20억원에 달한다. 적은 돈이 결코 아니다. 

200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프렌즈’의 스타 매튜 페리의 집도 그랬다. 당초 페리가 생각하는 집의 적정 가격은 2500만 달러 였다. 하지만 도통 살려는 사람이 없어 결국 시장에 1350만 달러에 내놓는다. 하지만 결국 팔린 것은 그보다 훨씬 낮은 1065만 달러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스타들의 경우는 그렇게 자신의 입이 싸게 팔렸다는 소문이 나지 않도록 구매자에게 입단속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지난 5년새 이뤄진 스타들의 저택 매각 (출처-Redfin)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스타들 저택 매각 현황(Redfin 홈페이지)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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