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 SNS 선구자 트위터는 어떻게 ‘애물단지’로 전락했나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이세진 기자] ‘140자의 마법’이라고 불리던 때가 있었다. 2006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트위터(twitter)는 사용자들이 140자 안으로 짧고 즉각적인 인스턴트 메시지를 남기고 주고받는 독특한 형식의 SNS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잘 나가는’ SNS들이 도입한 팔로우(follow), 해쉬태그(hashtagㆍ단어에 #을 붙여 SNS 내 검색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 개념도 트위터가 원조였다. 

트위터 상장일에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한 공동창업자이자 현 CEO 잭 도시

2013년 11월, 상장 첫날 주당 41.65달러에 거래되며 대박을 쳤던 이 ‘SNS계의 기린아’는 3년도 지나지 않아 인수 시장에 매물로 던져졌다. 그런데 이 몸집 큰 애물단지를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게 훨씬 큰 문제다. 트위터의 추락은 혁신 없이 머물러 있던 기업에 대한 시장의 냉정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만하다.

▶트위터와 잭 도시의 ‘공동운명’, 캄캄한 내리막길= 잭 도시(Jack Dorseyㆍ40) 트위터 공동창업자가 지난해 CEO로 복귀했지만 현재까지 판세를 뒤엎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던 그가 다시 회사의 전권을 잡은 것도 벌써 16개월(임시CEO 기간 포함)째. 당시만 해도 몰락하는 트위터의 ‘구원투수’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실패한 경영자 이미지를 굳혀가는 중이다.
 
2013년11월 상장부터 현재까지 트위터 주가 흐름도 (출처 NYSE)

트위터는 우량아로 태어났다. 상장 첫날 트위터의 시가총액은 244억6000만달러(26조원)였다. 2014년 1월에는 주당 69달러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하지만 2016년 10월 현재 트위터의 시총은 170억달러(19조1400억원)까지 떨어졌다. 최고 주주인 잭 도시의 자산도 크게 널뛰었다. 20일 포브스의 실시간 집계에 따르면 잭 도시의 자산은 10억7009만달러(1조2000억원) 규모다.

지난 6월에는 그가 트위터와 함께 경영하는 전자결제기업 스퀘어의 주가 하락으로 자산이 9440만달러(1119억7000만원)까지 떨어지면서 ‘10억 달러’가 기준인 빌리어네어 목록에서 한때 제외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2012년 포브스 부호 명단에 11억달러(1조2000억원)로 입성한지 4년만의 일이었다. 트위터의 경쟁자였던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계속해서 부를 쌓아 올려 현재 557억달러(62조7500만원)를 보유한 것과 대비된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잭 도시가 더이상 억만장자가 아니다(Jack Dorsey No Longer A Billionaire)”(포브스)라는 등의 문구로 앞다투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가 트위터에 복귀하면서 이 상황을 손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인력 8%를 감축해 비용을 절감하고, 페이스북이 선점한 뉴스 서비스나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강화하는 등 여러 시도를 감행했다. 최근에는 140자 글자제한이 너무나 제한적이다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사진이나 외부 링크가 글자 수에 포함되지 않도록 개선해 사용감을 높였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트위터도 반등을 노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도시가 복귀한 후에도 사용자 수나 매출 측면에서의 부진도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또 트위터 임원 사이에서는 “도시가 스퀘어와 CEO를 겸직하면서 트위터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몸집 큰 애물단지 신세, 웨이보에 추월당하기까지= 이제 트위터는 상장 3주년을 앞두고 인수 표적이 된 상태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월하지 않다. SNS 개척자이자 선구자였던 트위터가 ‘아무도 사가지 않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수차례 매각 소식에 주가가 잠깐씩 반등했지만 인수 의향을 보였던 기업들이 줄줄이 발을 빼면서 완전한 늪으로 빠져버린 분위기다.

그동안 트위터 인수 소식이 피어났던 곳은 구글, 디즈니, 세일즈포스트 등이었다. 비록 성장이 둔화되긴 했지만 월간 사용자 3억1300만 명이라는 숫자는 향후 기업 마케팅이나 데이터 수집 등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기에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였다. 

잭 도시의 10월12일 트윗

기업들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17일 “디즈니가 기업 이미지를 고려해 트위터 인수를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상에서 드러나는 집단 따돌림이나 정제되지 않은 표현 등이 디즈니의 가족친화적인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 가장 최근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14일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트위터가 우리에게 꼭 적절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각 금액을 200억달러(2조2000억원)을 불렀다는 트위터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되지만, 일단은 인수 포기 의사를 내비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트위터에 또 다른 굴욕 소식도 전해졌다. 중국 시나닷컴이 2009년 트위터를 모방해 만든 웨이보(Weibo) 시가총액이 트위터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17일 마감가 기준으로 웨이보는 시총 113억5000만달러(12조7766억원)를 기록해 트위터의 113억4000만달러(12조7654억원)을 뛰어넘었다. 원조가 ‘짝퉁’에게 밀려버린 셈이다. 성장세인 웨이보와 하락세인 트위터가 ‘X자’를 그리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 시나닷컴의 웨이보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다면 트위터에게는 ‘자력구제’만이 유일한 선택지다. 동영상은 유투브에,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텍스트는 페이스북에 밀려 트위터가 새롭게 선점할 수 있는 미디어가 제한적이다. 더불어 트위터의 ‘본질’인 짧고 즉흥적인 메시지들이 확산성이 크다는 초반의 호평이 이제는 “답답하다”는 불평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가 후발주자들의 공세에 폭삭 주저앉은 야후(Yahoo)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차례 매각이 반복되면서 정체성을 잃고 회생이 어려운 지경까지 내몰린 야후 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트위터에 남은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은 2대 주주인 알왈리드 빈 탈랄(Alwaleed Bin Talalㆍ61)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주목한다. 그는 176억달러(19조8000억원, 20일 포브스 기준)를 보유한 세계에서 41번째 부호다. 그는 2011년부터 최근까지 트위터 지분을 5.17%까지 늘려 트위터의 창업자이자 전 CEO인 에반 윌리엄스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출처 알왈리드닷컴)

현재 그가 보유한 트위터 주식은 3500만 주(1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잭 도시가 가진 지분 3.2%보다도 높은 수준이라 향후 트위터의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알왈리드 왕자는 지난해 도시가 CEO로 복귀할 당시 “스퀘어와 CEO를 겸직하는 도시를 반대한다”고 공공연히 발언해 영향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알왈리드 왕자의 별명은 ‘중동의 워런 버핏’이다. 중동의 흔한 ‘석유재벌’과 알왈리드의 행보는 결이 다르다. 투자회사 킹덤홀딩컴퍼니를 이끌면서 세계 곳곳에 투자해 손꼽히는 부자가 됐다. 트위터 이외에도 그는 애플, 월트 디즈니, 포시즌 호텔, 시티그룹 등에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트위터 인수 가능성도 점쳐진다. 포츈(Fortune)은 14일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공동으로 100조 규모의 펀드를 설립한다는 뉴스에 주목하며, 알왈리드 왕자와의 인연으로 트위터까지 인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몇몇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에서 트위터가 여전히 인기있다는 점을 근거로 소프트뱅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가능성을 점쳐온 것으로 알려지기까지 했다. 소프트뱅크가 최근 글로벌 진출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전세계 이용자 데이터가 축적된 트위터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에도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jinlee@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