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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주식 천재’ 스티브 코헨의 1조원 아트 컬렉션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날카로운 금테 안경을 쓴 과묵한 표정의 남성. 헤지펀드 업계 거물로 불리는 스티브 코헨(Steve A. Cohenㆍ60)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어린시절 그는 천재로 통했다. 수(數)에 남다른 재능이 있어 한번 본 숫자는 잊어버리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때 코헨은 포커에 빠졌는데 게임에 나온 패들을 죄다 외워서 상대가 어떤 패를 쥐고 있는지 훤히 꿰뚫는 정도였다.

이후 그의 인생은 계속 숫자와 연결됐다. 매 순간 승부를 걸어야 하는 주식거래와 적성이 맞았던 것이다.

포인트 72 설립자 스티브 코헨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졸업 직후인 1978년 그룬탈이라는 증권사에 입사한 첫날 코헨은 8000달러의 이익을 냈다. ‘주식 천재’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이후 코헨의 팀은 회사에 매일 1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는 등 놀라운 실적을 쏟아냈다.

1992년 코헨은 자신의 돈 2500만달러로 이름 앞글자를 딴 ‘SAC캐피탈’을 차렸다. 때마침 미국경제가 엄청난 활황세를 이어가는 바람에 SAC는 20년간 매년 30% 이상의 수익을 달성했고, 140억달러(약 16조원)를 운용하는 거대 금융사로 성장했다.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코헨은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들이 전리품을 모으듯 고가의 미술품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미술품을 사기 시작한 2000년 초반에는 반 고흐ㆍ모네ㆍ고갱 등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했다.

이후 미국 전후 및 현대 미술품으로 갈아탄 그는 마치 주식 투자하듯 이슈가 될 만한 작품들을 공격적으로 수집했다. 2005년 뉴욕타임즈가 “월가의 새로운 왕자가 미술시장을 후끈 달구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2005년까지 5년간 3억달러를 컬렉션에 쏟아부었으니 실로 엄청난 기세였다. 코헨은 미국 미술 잡지들이 선정하는 ‘세계 슈퍼컬렉터’ 상위 10위에도 진입했다. SAC캐피탈을 공동 설립한 데이비드 가넥은 “나도 그림을 사긴 하지만, 그는 예술계를 맹공하는 것 같다”고 코헨을 묘사하기도 했다.

윌렘 데 쿠닝의 여성3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헤지펀드 킹’이란 별칭을 부여받은 뒤로는 1억달러가 넘는 작품들도 거침없이 사들였다. 그는 할리우드 거물 데이비드 게펜으로부터 윌렘 데 쿠닝의 ‘여성3(Woman3)’과 ‘폴리스 가제트(Police Gazzate)’를 각각 1억7000만달러(약 1940억원)ㆍ6350만달러(약 724억원)에 넘겨받았다. 

피카소의 꿈. 피카소의 수많은 여인초상중에서도 ‘꿈’은 구도와 표현이 절묘하고 환상적이어서 피카소의 최고작으로 꼽힌다.

2012년 말에는 카지노재벌 스티브 윈이 소유하던 피카소의 ‘꿈’을 1억5500만 달러(약 1769억원)에 매입했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윈이 2006년 코헨에게 이 작품을 1억3000만달러에 넘기기로 약속했는데 지인들에게 작품을 보여주다가 15㎝짜리 구멍을 내버렸다. 윈은 9만달러를 들여 감쪽같이 복원했고 코헨은 흔쾌히 더 높은 가격으로 그림을 사들였다. 1997년 경매서 4840만달러에 낙찰받았던 윈은 1억달러를 더 챙긴 셈이었다. 

자코메티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출처=뉴욕컬쳐비트]

이후에도 코헨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억달러를 호가하는 자코메티의 인물조각을 2점이나 매입했다. 2014년 11월 열린 소더비경매에서 자코메티의 ‘마차’를 1억100만달러(약 1152억원)로, 이듬해 5월에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를 크리스티에서 1억4130만달러(약 1612억원)에 사들였다.

수조 속에 커다란 상어를 넣은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800만달러에 사들인 스티브 코헨

늘 화제작을 쫓는 것도 코헨 컬렉션의 특징이다. 그는 2004년 영국 악동미술가 데미언 허스트으로부터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이란 작품을 800만달러(약 91억원)에 사들였다. 수조 속에 커다란 상어와 포름알데히드를 채워넣은 작품이었다. 1991년 제작당시 5만파운드(약 7000만원)가 들었지만 14년 뒤 코헨이 13배가 넘는 돈을 주고 매입한 것이다.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코헨에게 5840만달러(626억원)에 낙찰된 제프 쿤스의 스테인리스 조각 풍선 강아지

이외에도 코헨은 재스퍼 존스의 ‘깃발’을 1억1000만달러에, 앤디 워홀의 ‘청록 마릴린(8000만달러)’과 ‘슈퍼맨(2500만달러)’ㆍ프란시스 베이컨의 인물화와 제프 쿤스의 ‘풍선 강아지’도 매입했다. 그가 현재 소유한 300~400여점의 초고가 미술품들은 총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천문학적 가격의 작품들을 매입하는 코헨을 두고 큰 논란도 있었다. 코헨이 2013년 SAC캐피탈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고가작품을 계속 사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코헨이 차린 SAC캐피탈은 18억달러(약 2조원) 벌금과 외부투자자 모집 금지 처분으로 2014년 문을 닫았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월 코헨이 2년간 외부투자자 자금 운용을 못하게 하는 처분을 내렸다.

SAC캐피탈 폐업 이후 개인 자산을 운용하는 ‘포인트72’를 설립한 코헨은 현재 자산 130억달러(약 14조8000억원ㆍ포브스추산)로 세계 31번째 부호에 올라있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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