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글로벌 대기업 박차고 나온 한국계 ‘K-뷰티’ 4인방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한국은 10단계ㆍ미국은 3단계’

한국과 서구 여성들의 스킨케어 단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럼ㆍ에센스ㆍ스킨ㆍ로션ㆍ수분크림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한국 여성에 비해 미국 여성은 ‘이중 세안’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스킨케어에 둔감하다. 해조류ㆍ달팽이 점액 화장품이나 BB크림ㆍ시트 마스크 등도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는 없었던 개념이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미국으로의 뷰티 업계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한국 화장품이 까다로운 미국 시장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몰 아마존에 한국 화장품 ‘K-뷰티’ 페이지가 생겼을 정도다. 전 세계 최대 화장품 유통회사인 세포라 역시 올해 눈여겨볼 뷰티 트렌드로 한국의 스킨케어 제품을 꼽았다.

덩달아 미국 내 K-뷰티 스타트업도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들은 각각 골드만삭스ㆍ삼성ㆍ로레알 등의 글로벌 기업을 박차고 나온 소위 ‘엄친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샬롯 조(오른쪽)와 함께 소코글램을 공동 창업한 남편 데이브 조 [소코글램 제공]

▶블로그(Blog) + 한국(Korea)…판매에서 커뮤니티까지 장악= “우리는 단순히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클로그(Klog)’를 앞세운 한국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 ‘소코글램’ 최고경영자(CEO) 샬롯 조(Charlott Cho)는 자신의 회사를 이렇게 설명했다. 클로그는 블로그에 한국을 뜻하는 ‘K’를 붙여 만든 것이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온라인샵과 블로그를 함께 운영한다. 사용자들의 실시간 리뷰와 소통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인데, 이는 한국의 복잡한 스킨케어 방식에 익숙치 않은 미국 소비자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화장품을 언제ㆍ어떻게ㆍ얼마나 자주 사용해야하는지 등의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한다. 

클로그(Klog) 홈페이지[소코글램 홈페이지 캡처]

샬롯 조는 대학 졸업 후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에 매료된 이후 2012년 과감히 사표를 던진 후 남편인 데이브 조와 함께 소코글램을 차렸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설립한 지 3년만에 회원 2만명을 돌파, 연 매출 300만달러(약 34억원)를 달성했다. 소코글램의 제품 90% 이상은 바닐라코ㆍ에뛰드ㆍ미샤ㆍ손앤박ㆍ네오젠 등 한국 로드샵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가성비와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귀여운 용기와 포장으로 승부수를 띄운 소코글램은 현재도 매출이 매달 30%씩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피치앤릴리 CEO 알리샤 윤 [피치앤릴리 제공]

▶발품팔아 시작한 사업…뉴욕 최초의 K뷰티 업체 등극=미국 컬럼비아대학과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후 골드만삭스에서 금융전문가로 일했던 엘리트 여성도 K-뷰티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2년 피치앤릴리를 설립한 알리샤 윤(Alicia Yoon)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사업은 ‘여배우들이 과연 자기가 광고하는 제품을 썼을까’라는 의심에서 시작됐다.

유명하다는 에스테틱을 찾아다니며 유명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화장품업체 혹은 피부과 의사까지 만나 제품의 철학과 연구개발(R&D) 시설 하나하나 직접 살펴봤다. 런칭 전까지 300여개 이상의 기업을 만나 인터뷰했을 정도다.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 화장품만이 피치앤릴리의 판매대에 올랐다.

뉴욕 퀸즈 플러싱에 위치한 메이시스 백화점에 오픈한 피치앤릴리의 첫 오프라인 매장 [피치앤릴리 제공]

온라인ㆍ홈쇼핑ㆍ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채널로 화장품을 판매하는 피치앤릴리는 그 성장세가 놀랍다. 런칭 3년 만인 2015년엔 K뷰티 업체 최초로 메이시스 백화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미국 메이저 백화점이 다양한 중소 기업 제품을 다루는 뷰티 편집 브랜드에 독립매장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뉴욕 시내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을때에는 하루 평균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 업체는 주로 아로마티카ㆍ샹프리ㆍ비더스킨ㆍ미즈온ㆍ메이쿱 등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한다.

알리샤 윤은 에스티로더 회장 등이 연사로 참여한 WWD디지털포럼에 2년 연속 초청받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지만, 뷰티업계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이미 4년 전 한국에서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더 깊게 배우기 위해 뉴욕에서 다시 에스테틱을 공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라 리(왼쪽)와 크리스틴 장 글로우레시피 공동창업자[글로우레시피 제공]

▶뚜렷한 신념이 닮은 ‘K뷰티계 환상의 콤비’= 온라인 화장품 멀티샵 ‘글로우레시피’를 공동 창업한 사라 리(Sarah Lee)와 크리스틴 장(Christine Chang). 2014년 창업 당시 두 사람은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 미국법인의 임원이었다. 하지만 한국 화장품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던 두 사람은 “미국에서 제대로 된 K뷰티의 이미지를 만들어보자”며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장 대표는 “한국 화장품은 품질도 좋고, 기술력도 뛰어난데 저렴한 프로모션에 깜찍한 이미지 중심으로 가는 게 속상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인기 방송 샤크 탱크에 출연한 글로우레시피 공동 대표

글로우 레시피가 성공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15년 1월 한인 최초로 미국 ABC방송의 투자 유치 오디션 프로그램인 ‘샤크 탱크’에 출연하면서 만들어졌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출연한 두 사람은 미국인에게 생소한 한국 화장품의 우수함을 성공적으로 설명해, 42만 5000달러(약 5억원)의 투자금을 받아냈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회사 사이트는 바로 다운됐고, 접속 건수가 수십만건까지 올라갔다.

다양한 뷰티 경력이 있는 두 사람은 엄격한 기준으로 화장품을 선정한다. 이들은 브랜드와 제휴를 맺기 전 반드시 브랜드 대표를 만나 비전과 철학을 듣고 연구소와 공장도 직접 찾아간다. 제품에 유해성분이 없어야 한다는 신념이 뚜렷한 것도 공통점이다. 제품 성분 목록에 파라벤ㆍ벤조페논ㆍ탤트ㆍ트리클로산ㆍ인공색소ㆍ소듐라우릴설페이트 등의 유해성분이 하나라도 포함되면, 그 어떤 제품도 계약 대상에서 탈락한다.

또 다양한 인종ㆍ피부타입ㆍ피부 톤 등을 가진 테스트 패널을 통해 제품테스트를 거친 제품만이 글로우레시피에 오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파트너십을 맺은 곳은 블라이드ㆍ블로섬제주ㆍ카오리온ㆍ닥터오라클ㆍ구달ㆍ아이소이ㆍ이지함(LJH)ㆍ린지ㆍ더 로터스ㆍ소예도담ㆍ화미사 등 모두 11개 업체다.

글로우 레시피는 창업 1년 만인 지난해 매출 100만달러(약 11억4200만원)를 넘었다. 하반기에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창업 2년 만에 1000만달러(약 114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y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