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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운전 못하는 여성들로 대박난 ‘아랍의 우버’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놀이공원이 여성들에게 운전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도시 제다에 있는 놀이공원 ‘알 샬랄’은 매주 여성만 입장가능한 야간개장 행사를 연다. 여성들은 답답한 히잡을 벗어던지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다.

이들이 놀이공원을 찾는 것은 과감한 복장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범퍼카’를 운전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법으로 금지하는 국가 사우디에서 여성들은 이런 방법으로 운전을 경험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어린 자녀와 함께 택시에 타는 여성

운전할 수 없는 여성들은 이같은 이유로 우버 등 자동차 예약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몰리고 있다. 실제 이곳의 여성들은 한달에 차량공유 플랫폼에 평균 800달러(약 90만원) 이상을 쓴다.

중동의 대표적인 차량공유업체는 아랍에미리트(UAE)에 본사를 둔 ‘카림’(Careem)이다. 카림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기업이지만 중동에서는 ‘아랍의 우버’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카림의 공동창업자 무다시르 셰이카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고객들은 매일 서너차례 카림을 이용한다”며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고객만 5만명, 이용자수는 매월 50%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림 홈페이지 [카림 홈페이지 캡처]

서비스 방식은 우버와 비슷하다. 소비자가 카림의 앱으로 호출하면 가까운 곳에 있는 개인 차를 운행하는 비공식 운전기사인 ‘캡틴’이 달려가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방식이다. 앱에 사전 등록한 카드로 결제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한 운전자를 평가하는 시스템까지 여타 교통 O2O와 다를바 없다.

(왼쪽부터)카림 공동창업자 마그누스 올슨, 무다시르 셰이카, 압둘라 엘리야스

카림은 2012년 7월 마그누스 올슨과 무다시르 셰이카가 공동 설립했다. 맥킨지 출신인 두 창업자는 “출장을 갔을 때, 차량을 빌리고 택시를 잡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고자 회사를 설립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카림은 웹사이트를 통해 기업에게 차량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개인 수요가 증가하자 플랫폼 기반을 웹에서 모바일 앱으로 바꾸고 타겟 소비자 역시 기업에서 개인으로 전환했다. 2014년 여름에는 엔와니(Enwani)라는 주소정보업체를 소유하고 있던 압둘라 엘리야스가 카림에 합류했다. 그는 클라우드 기반의 GPS 기술을 활용해 카림의 지도 및 주소의 정확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카림이 진출한 도시 현황

사우디 뿐만 아니라 이집트ㆍ요르단 등 중동 전역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카림은 2012년 이후 월마다 30%씩 급성장하고 있다. 2016년 3월 기준 동북아프리카와 남아시아 10개국 25개 도시에서 사업을 전개 중이다.
 
카림 투자가 명단 [출처=카림 홈페이지]

카림의 성장에 대한 투자가들의 평가도 우호적이다. 2013년 사우디 텔레콤 계열사인 STC벤처스로부터 170만달러(약 19억원)를 투자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4년 STC벤처스와 알 타야르 그룹으로부터 1000만달러(약 11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5년 11월에는 아브라아즈 그룹으로부터 6000만달러(약 685억원) 투자를 이끌어냈다. 설립 3년만에 7700만달러(약 880억원)의 오일머니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카림은 민간 투자자들이 기술 혁신 측면에서 투자 대상으로 간주하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도 꼽힌다.
 
이집트 택시사업자들의 시위현장 [출처=아흐람온라인]

일부 중동지역에서 O2O진입에 대한 기존 교통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센 것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다. 이집트의 택시사업자들은 공인된 자격 없이 개인의 차를 활용해 운수사업을 벌이는 영리활동이 불법이라며 문제를 삼았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맞서자 이집트에서는 내각차원에서 카림의 불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구를 마련했을 정도였다.

계속되는 카림 운전사들의 자질 논란도 문제다. 이같은 논란으로 지난 8월 말에는 우버와 카림이 UAE 아부다비에서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중동의 차량공유 서비스는 전체 이용자 중 80% 이상이 여성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주로 여성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을 벌인다. 카림의 경우 평일에 여성 고객이 쇼핑몰에 가는 요금을 9리얄(약 2500원)로 균일하게 적용한다. 우버는 라이프스타일ㆍ패션 웹사이트 ‘온다(Ontha)’와 제휴를 맺고 여성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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