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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눈ㆍ심장까지 ‘가격표’ 붙였던 트럼프, 세계 패권 쥐었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이세진 기자] “모든 것에는 가격이 있습니다(Everything has a price).”

미국 대선에서 제45대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한 마디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1년 11월, 디스커버리채널은 ‘큐리오시티(Curiosityㆍ호기심)’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이날의 주제는 “미국은 얼마일까(What’s America Worth)?”, 진행자는 도널드 트럼프였죠.

9일(현지시각) 당선 수락 연설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게티이미지)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미국 영토의 천연자원이나 사회기반시설, 인적자원 등을 달러로 추산하기 시작합니다. 계산 결과, 국채를 제외한 미국의 총 자산이 280조달러(32경1800조원)에 달한다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왔습니다. ‘돈’ 따지기 좋아하는, 현재의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의 성향이 일찌감치 드러난 대목이기도 하죠.

세부사항부터 우선 살펴볼까요. 미국 땅 밑에 묻혀 있는 석유ㆍ천연가스ㆍ광물 등의 가치는 2조4000억달러, 가축ㆍ농작물 등은 3조5000억달러, 집ㆍ차ㆍ가구 등 국민들의 개인 자산을 합치면 21조 달러, 빌딩ㆍ도로ㆍ다리ㆍ군대 등 사회기반시설은 32조 달러라고 합니다. 이 계산을 위해 트럼프는 집안 곳곳에 있는 카펫, 개인 컴퓨터, 자전거 등의 자산도 다 포함시키는 ‘깨알같음’(?)을 보였죠. 

디스커버리채널에서 2011년 방영한 ‘큐리오시티:미국은 얼마일까?’의 한 장면

심지어 트럼프는 사람의 ‘인체 자산(human asset)’까지도 계산합니다. 눈 하나에 4만달러, 심장 6만달러, 폐 한쪽당 6만달러, 몸 전체의 DNA는 900만달러, 뼈의 철 성분은 2300만달러…. 미국 인구수로 곱하면 ‘1경3000조달러(1500경원)’라는 상상 이상의 숫자가 나옵니다. 물론 그는 이 ‘위험한 발상’에 대해 선을 그었죠. “사람을 팔 수는 없으니, 불법(illegal)이긴 합니다만.” 전체 미국 자산을 합할 때도 인체 자산은 제외됩니다.

“미국인 한 사람당 100만달러(11억원)를 가지고 있다”라는 평균치도 제시됩니다. 트럼프는 덧붙입니다. “나쁘지 않네요(Not bad).” 그는 줄곧 ‘미국의 위대함’으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백만장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공장이다. 다음 10년 동안 이 숫자는 두배가 될 것”이라거나, “종말론(doom saying)을 믿지 마라. 미국은 여전히 ‘넘버 원’이고, 앞으로도 그 자리에 오래오래 머물 것”이라는 확신을 시청자들에게 ‘주입’했달까요. 

‘큐리오시티:미국은 얼마일까?’의 진행자로 나서기도 했던 도널드 트럼프

프로그램이 방송된 것은 5년 전이니, ‘정치인’ 트럼프나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를 상상도 못 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그가 미국인들에게 전한 메시지도 결국은 같았습니다. “미국은 위대한 나라이고, 잠시 주춤하지만,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 다시 “모든 것에는 가격이 있다”라던 그의 말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트럼프의 공약들을 보면 유난히 미국의 ‘비용’을 절감하자는 내용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만들겠다던 그의 말에 많은 사람이 경악했죠. 트럼프는 굳이 장벽 설치 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관세도 비자 수수료도 인상할 것을 암시하기도 했죠.

이뿐만 아닙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대가를 각국에 요구할 것이라고도 했죠. 한국에게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이제 한국 정부가 100% 부담하라고 말했고요. 미국에 매장된 석유를 개발해 국민에게 값싸게 팔아야 한다, 아랍 국가들이 석유 가격을 담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 등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미국 뉴욕시 타임스퀘어에 서 있는 트럼프 지지자의 뒷모습 (게티이미지)

5년 전 미국이 가진 ‘유형자산’을 깨알같이, 또 과장 섞어 계산해냈던 트럼프. 그리고 미국의 ‘비용’을 덜어서 자국민을 위해 쓰겠다던 대선후보 트럼프. 결국 미국인의 잠재적 인정욕구와 분노를 이끌어내며 당선인 신분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막말과 폭언을 일삼던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트럼프는 여전히 같은 사람입니다.

미국 각지에서 트럼프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민주주의적 제도가 발전한 나라 중 하나이죠. 분노와 차별보다는 합리성을 중시했던 사람들이 닦아 놓은, 그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가치는 얼마일지. 트럼프가 되새겨 볼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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