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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최순실도 집착한 ‘골드 번호’에 수백억 쏟는 부호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 3일 구속된 ‘비선 실세’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유독 집착하는 숫자가 있었다.

바로 ‘1001’.



최순실은 ‘1001’ 숫자를 개인 전화번호나 거주 오피스텔 호수 등으로 사용했다. 그가 정ㆍ관ㆍ재계 유력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논현동 ‘테스타로싸’ 카페 전화번호는 02-5XX-1001 이었다.

2014년 12월 개점한 이 카페는 올해 8월 말까지 운영되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돌연 문을 닫았다.

또 최순실의 국내 거주지였던 것으로 알려진 서울 청담동의 고급 오피스텔 호수도 1001 이었다.

사실 1001은 대통령을 상징하는 번호이다. 우리나라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차량번호로 1001이 사용된 적이 있어, 최순실에게 대통령 행세를 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직무유기와 비밀누설 의혹을 받는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2013년 5월 검찰을 떠난 직후 서울 서초동 한 빌딩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사무실 호수는 1111호였다. 우병우의 장모 김장자(76) 삼남개발 대표가 타는 차량번호는 ‘7777’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억하기 쉽고 특별한 의미를 연상하는 숫자를 ‘골드번호’라고 한다. 부호들은 주로 골드번호를 과시용으로 활용한다.

자신의 롤스로이스 차량에 특수 번호판을 붙인 발윈더 사하니. 2개 번호판 가격을 합하면 180억원에 이른다. [출처=CNN 머니]

중동의 억만장자 사이에서도 자동차 번호판 경매 열풍이 불고 있다. 부자들은 좋은 번호가 적힌 번호판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번호판에 다이아몬드가 박혀있거나 금테가 둘러져있는 것도 아닌데 단지 ‘특별한 숫자’라는 이유로 100억원을 흔쾌히 내놓는 이도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발윈더 사하니는 지난달 8일 두바이 도로교통국 주최 번호판 경매에서 ‘D5’가 적힌 자동차 번호판을 낙찰받았다.

그가 지불한 돈은 3300만 디르함, 우리 돈으로 105억원에 달한다. 당시 사하니는 현지 매체 걸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번호판을 얻어 정말 자랑스럽다”며 “내 롤스로이스 중 하나에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1이 적힌 역대 최고가 번호판을 낙찰받은 사이드 알쿠리는 그의 롤스로이스에 이 번호판을 붙였다

사하니가 이번에 산 번호판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싼 번호판에 올랐다. 역대 최고가는 아부다비 사업가 사이드 알쿠리가 2008년 경매에서 낙찰받은 숫자 ‘1’이 적힌 번호판이다. 알쿠리는 낙찰 당시 5220만 디르함(약 166억원)을 지불했다.

두바이 도로교통국이 두 달에 한 번씩 여는 자동차 번호판 경매장 모습

두바이 도로교통국이 두 달에 한 번씩 여는 경매장엔 매번 1000여명 이상의 부자들이 몰려든다. 경매 시작가에 2배 이상의 웃돈을 얹는 부자들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어렵사리 주인을 찾은 ‘차보다 비싼’ 번호판은 그만큼 유명세를 탄다. 사하니는 “경매에서 번호판을 낙찰 받은 이후 외출할 때마다 사람들이 사진 촬영을 요청해 운전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특수 번호판 수집이 취미인 사하니는 지난해에도 ‘O9’가 적힌 번호판을 2500만 디르함(약 80억원)에 낙찰받았다. 지금까지 그가 사들인 번호판만 10개가 넘는다.

이런 고가의 번호판에 대해 부자들의 허세라는 비난도 많지만, 사하니는 “소득세가 없는 두바이에서 내 지출은 정부재정에 보탬이 된다. 이를 통해 사회공헌과 공공 인프라 확충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바이 도로교통국의 특수 번호판 경매 홍보 포스터. [두바이 도로교통국 홈페이지 캡처]

지난 2월 홍콩에서도 ‘부’를 상징하는 숫자 ‘28’이 적힌 자동차 번호판이 230만달러(약 28억원)에 팔렸다. 숫자 ‘28’의 발음이 ‘쉬운 돈’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에서 숫자 ‘8’은 돈을 번다는 뜻의 ‘파차이‘(發財)의 ‘파’(發)와 발음이 비슷해 행운의 숫자로 사랑받는다. 숫자 2도 쉽다는 뜻의 ‘이’(易)자와 광둥어 발음이 유사하다.

2009년 홍콩 중문대학 연구진은 8과 같은 행운의 숫자가 포함된 세자릿 수 자동차 번호판 가격에는 약 95%의 웃돈이 붙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yoon@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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