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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崔자매ㆍ朴대통령, 25∼30년 전 강남 터 잡은 이유…결국 돈?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이세진 기자ㆍ고도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논란 중심에 선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ㆍ최순득(64)ㆍ최순천(58) 자매가 본격적으로 ‘부동산 쇼핑’에 나선 것은 1980년대 후반.
이들이 주목했던 곳은 ‘강남’이었다. 1980년대 후반은 서울 부동산 경기 호황이 절정을 찍었을 때다. 당시 강남ㆍ서초구 지가 상승률은 40% 전후로 해마다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당시 국세청은 투기 억제에 나서며 ‘특정지역’을 지정했다. 이 가운데 강남구 신사동은 3.3㎡(구 1평)당 500만원 이상의 지가로 가장 비싼 지역이었다.


최씨 자매가 이 시기 사들인 강남 부동산들은 30여 년 후 이들의 ‘핵심자산’으로 불어났다. 최순실 씨가 1988년 매입한 신사동 미승빌딩, 언니 최순득 씨가 1985년 사들인 삼성동 승유빌딩, 동생 최순천 씨와 남편 서동범 서양네트웍스 대표가 1989년부터 소유한 청담동 서양빌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1990년 중구 장충동 자택을 팔고 삼성동 자택을 매입해 이사했다. 그의 집은 순득 씨의 삼성동 빌딩과 걸어서 3분 이내 거리다. 일각의 증언에 의하면 “가족 같았다”던 박 대통령과 최씨 자매들. 이 때를 기점으로 강남 부동산을 취득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 27년 간 전국 땅값 2.8배↑, 강남 ‘최순실 빌딩’ 50배↑…살 때도 ‘시세 30%’로? =신사동 미승빌딩은 1988년 매입 당시 가격이 법원 기록으로 남아있다. 건물을 사들일 때 지분을 나눠 가졌던 최 씨의 형부 이 모 씨가 낸 송사때문이다. 이 씨는 이 건물과 토지 지분을 최씨에게 이전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낸 바 있다. 2000년 9월 6일 자 판결문엔 “원고(이 모씨)ㆍ최순실ㆍ임 모씨는 건물의 1/3씩을 총 대금 4억2000만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20∼30년 전 과거에, 특히 땅을 사들인 가격이 명확히 드러난 건 이례적인 경우다. 
 
최순실 미승빌딩

현재 신사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이 추정하는 이 건물 시세는 200억원 수준이다. 지난 4월에는 최씨가 자신에 대한 검찰 내사가 시작되자 이 건물을 급매 처분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처분에는 실패했지만, 매매가 성사됐다면 28년 사이 50배 가까운 시세차익을 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단순 가격으로 매겨도 195억 원이 넘는 돈이다.

한국감정원이 매년 발표하는 지가변동률 데이터에 따르면 1988년 이후 미승빌딩이 자리한 강남구 땅값은 4.13배 가량 올랐다. 전국 평균 지가는 2.84배 오르는 데 그쳤다. 전국보다 서울 강남구가 확연한 상승률을 보였고, 이 중에서도 특히 미승빌딩은 훨씬 가파른 가치 상승을 보인 것이다. 

최순실 미승빌딩을 둘러싼 숫자들

그러나 1988년 매입 당시 ‘4억2000만원’이라는 가격은 논란의 대상이다. 이 시기 신사동의 지가가 평당 555만원에 육박한다는 당시 언론 보도에 비추어 봤을 때, 미승빌딩 부지의 1988년 당시 가격은 호가로만 따져도 최소 11억1000만원 정도가 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 씨 등이 당시 정상 시세 3분의 1선에서 이 금싸라기(?) 부동산을 매입했단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최순득ㆍ최순천 강남行도 상당한 자산증가 효과= 이 밖에 최순실 씨와 자매 관계인 순득ㆍ순천 씨도 각각 1985년ㆍ1989년에 강남 빌딩을 매입했다. 순득 씨의 삼성동 승유빌딩 시세는 최소 22억4000만원, 순천 씨의 청담동 서양빌딩은 181억7000만원에 달한다. 순천 씨의 남편 서동범 서양네트웍스 대표가 단독 소유한 서초구 반포동 소재 건물도 있다. 시세는 최소 57억원이다.
 
1980년대 초 강남역 사거리 [출처=서울시 간행물 사진으로 보는 서울]

이들 부동산의 경우 감정원이 1987년부터 변동률 자료를 내놓고 있어 이전 추세까지 정확히 볼 수는 없다. 그러나 1985년은 아시안 게임ㆍ올림픽으로 이어지는 ‘국가적 이벤트’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개발 붐이 인 건 당연했다. 서울 강남 땅값은 하루가 멀다하고 뛰었다. 매년 40%씩 지가가 상승하던 시기에 땅을 사들인 두 명이 최순실 씨가 누린 것 만큼의 자산 상승 효과를 본 것도 자연스럽다.

▶朴이 거쳐간 곳…‘마지막 보금자리’도 땅값 가장 많이 뛴 강남=박근혜 대통령은 1990년 삼성동 저택을 샀다. 공식적인 기록만 갖고 보면 청와대 입성 직전 가장 마지막까지 살았던 집이다. 대지 면적 484.9㎡(구 146평)에 지상2ㆍ지하1층 단독주택이다. 이 집 공시가격은 1990년 9억6960만원. 2016년에는 34억1590만원이었다. 4배 가까이 뛰었다.

사실 공시 가격은 과세액 등을 산정하기 위해 매기는 부동산 가격의 ‘최소치’다. 박 대통령 저택의 실제 시세가 훨씬 높을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그가 터를 잡은 1990년부터 거래가 없던 물건이라 정확한 시세가 형성되진 않았다. 하지만 시가 반영률 등을 감안해 추산한 집값은 최소 55억~60억원 대다. 

박근혜 삼성동 집값

또 강남구와 전국 평균 지가변동률 추이를 비교해도 박 대통령의 강남 이주는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무섭게 뛴 이 곳 땅값 때문이다.

물론 오랜 기간 주택을 보유한 만큼 투기 목적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그러나 안정적인 가치 상승을 보였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25년간 전국 땅값이 1.68배 오르는 동안 강남구는 2.02배 올랐다. 삼성동 박 대통령 집은 공시지가 기준 3.3배로 불었다. 

박 대통령 삼성동 집

이 뿐 아니다. 위치도 부동산에 관심 많은 자산가들이 눈독 들일 만 하다. 봉은사로 대로에서 한 블록 들어가 있어 조용하면서도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인근엔 상업시설이 발달해 땅값은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파르게 오른 강남 땅값은 박 대통령이 그동안 머무른 주거지 땅값과는 비교할 게 못 된다. 그가 삼성동에 자리 잡기 전 거쳐 간 집은 성북동ㆍ장충동 등이다. 박 대통령은 1981년 신기수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무상으로 증여받은 성북구 성북동 집에서 1984년까지 살았다. 이후 중구 장충동으로 거처를 옮긴 그는 1990년 삼성동 자택을 사들여 강남에 안착했다.

만약 박 대통령이 당시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삼성동ㆍ성북동ㆍ장충동 자택을 소유했더라면 얼마나 자산 가치 상승분을 가져갈 수 있었을까.
 
박근혜 거쳐 간 자택, 주변 지가변동은?

한국감정원의 연도별ㆍ구별 지가 변동률에 기초해 1990년의 가치를 100으로 두고 추산한 결과, 2015년 강남구 지가는 202.99ㆍ성북구는 196.05ㆍ중구는 166.79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이 거쳐 간 집 가운데 1990년대 들어 가장 큰 시세상승을 본 곳은 역시나 강남구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최 씨 자매 3명은 박 대통령이 이사오기 전 이미 강남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매년 4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던 80년대 말 취득한 부동산과, 가격이 상대적으로 뒷걸음질 친 90년대 초반 사들인 부동산의 상승률 격차가 큰 것은 자연스럽다. 즉 강남에 먼저 자리한 최씨 자매를 따라 박 대통령도 1990년 이사를 왔지만, 그들만큼 가파른 자산 상승 효과를 맛 보지는 못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jinlee@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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